권택용 표준연 시간센터장 "표시된 1초는 1초 이하의 시간", 1초 오심 과학적 설명

단 '1초'에 한 선수가 4년간 흘린 땀과 꿈이 날아갔다. 밤잠 설치며 응원에 나섰던 국민들은 1초 오심에 선수와 함께 눈물 흘렸고, 박태환 선수가 0.01초까지 똑같은 기록으로 자유형 200m에서 공동 은메달을 획득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은 유독 시간과 관련된 사건이 많이 발생하며 시간 측정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강대임)은 논란의 핵심이 된 신아람 선수의 펜싱 경기 1초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7월 31일 새벽 안타깝게도 '멈춰버린 1초' 때문에 런던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신아람 선수는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 1초를 남기고 상대선수 하이데만의 공격이 3차례나 진행되는 동안 시간이 흐르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 것. 전광판 시계는 1에서 0으로 바뀌지 않았고 결국 브리타 하이데만의 마지막 공격이 성공한 것으로 인정되며 신아람은 납득할 수 없는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권택용 표준연 시간센터장은 "이번 펜싱 경기의 가장 큰 문제는 시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며 "제대로 된 표준시계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오심이다"고 지적, 이번 오심문제를 과학적으로 해석해 관심을 모았다. 

권 센터장은 공개된 신 선수의 남은 1초 경기영상을 분석한 결과 독일의 하이데만 선수가 시도한 세 번의 공격에만 걸린 시간이 약 1.42초로 경기 이외의 시간에 득점이 이뤄졌다고 한다. 특히 비디오 판독에서 3번에 걸친 공격에서 득점을 얻지 못한 2차례는 1초 내에 진행됐기 때문에 이후 경기가 바로 중단됐어야 했다.

미국 'ESPN닷컴'의 짐 케이플 수석기자도 31일 '한국 펜싱선수의 심한 수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경쟁한다"며 "그들은 최고의 심판들과 시계를 가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기에서 이긴 하이데만은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심판 판정에 대해 꼬집으며 "펜싱의 문제다. 1초가 남긴 했다. 그러나 그것이 1초99인지, 0.99초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1초99라면 몇 번을 공격할 수 있는 시간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시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센터장은 "타이머 상에 남겨진 1초는 1초 이하의 시간"이라며 하이데만의 표현에는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0초의 범위로 타이머를 정해 놓고 카운터에 들어가면 1초가 지난 뒤 9초로 변경된다. 따라서 9초는 9초 이하의 시간을 나타내는 것으로 1초라는 표시는 당연히 1초 이하의 시간이 남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권 센터장은 또 "남자 자유형 200m에서 박태환 선수는 2위로 터치패드를 찍었으나 중국 쑨양 선수와 한 치의 오차 없이 동시에 1분 44초 93을 기록해 0.01초까지 똑같은 진기록을 세웠다"면서 "만약 0.001초 까지 측정됐다면 박태환 선수와 쑨양 선수의 순위는 가려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 가지 사례로 볼 때 승패 경기의 타이머는 10분의 1초 또는 100분의 1초, 기록경기의 경우 1000분 1초 또는 그 이상의 정확도로 측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이는 지금의 기술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미래사회 주인공 '시간', 표준연 보다 정밀한 '원자시계' 개발하겠다.
 

▲원자시계를 설명하는 권택용 센터장. ⓒ2012 HelloDD.com
시간 측정은 비단 스포츠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통신, 방송, 인터넷, 우주 항공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확한 시간측정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원자시계를 이용해 정확한 표준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표준시는 표준연에서 유지하고 있는 9대의 원자시계로부터 만들어진다. 대한민국 표준시는 국제표준인 세계협정시와 30ns(1ns 는 10억분의 1초임) 이내로 일치하도록 유지되고 있으며, 산업체와 일반국민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급하고 있다.

권 센터장은 "표준연 시간센터의 제1목표는 정확한 원자시계의 개발로 원자시계의 정확도는 여러 측정분야에 영향을 주고, 표준기관의 측정 능력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의미가 있어 최종적으로는 산업체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방송국이나 통신회사에서는 전화선이나 인터넷을 통해 표준연에 있는 타임서버에 접속해 시계를 표준시에 일치시키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도 인터넷을 이용하여 쉽게 표준시를 사용할 수 있다. 

표준연 홈페이지(www.kriss.re.kr)에서 UTCk3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컴퓨터를 설치하고 실행시키면 vy표준연의 타임서버에 접속해 컴퓨터의 시각이 표준시에 동기화 되도록 해준다. 

또한 표준시는 방송을 통해서도 보급되고 있다. 표준연에서는 표준시를 방송하는 표준주파수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하루 24시간 연속해서 표준시를 방송하고 있다. 또한 표준연은 보유한 정밀한 시간측정 기술을 시간측정 교정 등을 통해 관련분야 및 산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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