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베테랑들③]이성휘 기계연 책임기술원 인터뷰
"미세 과학, 숙련된 인력만이 풀 수 있다"…"위촉 연구원으로는 해결 안돼"

이성휘 한국기계연구원 책임기술원. 과학기술자들이 내놓은 학문적 새로운 개념들이 그의 손을 통해 현실화가 된다. 상당한 과학기술계 육·해·공 기계 시제품 개발은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그의 마이다스 손은 미세 센서와 같다.

소리와 촉감만 가지고도 감을 잡는다. 촉감으로 1마이크로 단위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명장(明匠:학문이나 기술이 뛰어난 사람, 일반적으로 명장(名匠:기술이 뛰어나 이름난 장인)이라고 많이 쓰인다)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

약 37년의 인생을 KIST(한국과학기술원)와 기계연 작업실에서 보냈다. 아마추어였던 그가 프로 이상의 전문가로 태어날 수 있었던 계기는 적극적인 호기심과 열정, 기계연이라는 연구와 실험 터전이 있었기에 가능 했다.

또한 기계설계와 가공, 제작 조립하는 일은 그에게 있어 천직과도 같았다. 이는 이 책임기술원의 타고난 소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가 봤을 때 전문 기술원의 세계는 가능성 농후한, 색깔로 치자면 선명한 무지개 색이었다.

그러나 요즘 그가 느끼는 기술원의 세계는 아쉽기만 하다. "연구원이 수준 높은 구상·기획한 공학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아웃풋을 내야 하는데, 그 실험 제품을 만들어 낼 기술원들이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 외부에서 제품을 제작해 옵니다.

그러나 과연 신뢰성 있게 제대로 제작됐는지, 정밀도의 검증이 이뤄지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실험 백 데이터가 반영된 보고서와 논문이 검증될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기계 분야는 정밀도가 생명이다.

부실하고 검증이 안 된 제작 실험장비로, 숙련되지 않은 1∼2년차 위촉 연구원과 실험 작업을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 기술원은 "고도의 기술을 갖고 있는 기술원들이 실험 중에도 상황에 맞게 꾸준히 업그레이드된 실험 장비를 그때그때 마다 다시 수정제작보완하게 된다."며 "이 같은 R&D성 일이 이익을 추구하는 외부업체에 모두 의존 한다는 게 의아할 뿐이다"고 설명했다.

정밀도가 미세해 질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이론상 가능한 정밀도가 실제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입증하지 못하면 과학 이론은 허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는 "과학은 허황된 뜬 구름에서 시작하게 된다.

그것을 현실적으로 구현. 수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기술이고, 전문기술원들이 할 일이다"라며 "연구원 한 명 당 최소한 몇 명 의 전문기술원이 함께 보조를 맞춰야 제대로 된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R&D를 수행하기 위해선 연구원과 기술원, 행정원의 삼박자가 잘 맞춰져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현실이 안타깝다는 게 그의 심정이다. 또한 매 순간 꾸준히 업그레이드 하는 것 역시 연구 과정에 절대 필요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외부 업체에 제작을 모두 의존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비용이나 과정 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어 그는 "21세기는 융합 연구가 꽃 피울 수 있는 시기다. 전기, 전자, 광학, 기계 등 각기 다른 학문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제대로 된 융합 기술을 꽃 피우기 위해서는 걸맞은 명장 기술원들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며 "정부 시책 상. 제한도 있고 어려움 많은 것 알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제대로 방향을 잡아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재 기계연에는 20여명의 기술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최소 경력이 15년 이상 된 베테랑들이다. 최근 15년간 기술원을 뽑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한숨은 날로 깊어만 가고 있다. 노하우를 전수해 줘야 안심하고 퇴직할 수 있는데, 상황이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이 책임기술원은 "한 사람의 전문 수련인 을 만드는 데 대학 졸업 후 최소 10년 이상은 걸린다. 15년, 20년, 30년 지나야 '전문 기술원으로서 인정을 해준다"라며 "1∼2년 차는 단순 생산 보조 인력 밖에 안 된다. 전문 기술인이 처우에 대한 긍지를 갖고 분야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수록 현재 편중된 인력 수급에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져 결국 젊은 실업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피력했다.

현재 그 역시 2명 정도의 후계자를 두고 노하우를 가르치고 있지만, 계약직 연구원들이라 신분이 불안한 건 매한가지다. 그는 "기술원과 연구원은 부부 관계다. 1+1이 돼야 제대로 된 일이 성사된다"며 " 우리와 달리 독일과 일본, 미국의 경우 전문 기술인들이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하며 부러워했다.

그러나 마냥 악화일로만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기술원은 "전문가에 대한 책임과 예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같다"며 "당장 눈앞만 내다보는 근시안적 태도를 버리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이제 정년이 3년 남았다. 퇴직한 후에도 관련된 일을 계속하게 되겠지만, 그때에도 전문가로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전문기술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며 "내가 갖고 있는 최고의 노하우들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신진 인력들이 연구원에 많이 들어오길 바란다.

전문 기술인으로서의 예우를 갖춰준다면 많은 이들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구원과 기술원, 그리고 행정원은 집약된 하나의 그림이라고 전했다. "전문연구원이 연구과제의 방향을 정하고 전문기술원은 전문 업체를 Sorting하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기술 활동을 함으로써 연구실험 결과를 드러내고 다음의 방향을 제시함을 목표라 할 때 전문기술인의 명맥을 유지하여 한 축을 지켜냄은 자명한 논리라 할 것이다.

후배 전문기술원이 양성 되지못하고 축적된 기술 인력의 노하우가 전수되지 못함은 연구원의 위상에 치명적 결함으로 작용함은 자명한 사실임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과제와 관련해 운영되고 있는 연구 활동의 일부를 전문 업체를 통한 아웃소싱으로 해결해 충족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연구원에서는 전문기술원의 명맥을 잇는 제도적 장치가 분명 있어야 된다.

전문기술인이 퇴직 후에도 기술지도 방식을 통한 봉사활동과 보유한 기술을 기부하여 사회 환원의 기회가 제공되길 기대한다. 서로 존중과 배려로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내가 가진 좋은 것을 멋지게 국가, 사회에 주고 가는 참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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