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준 고려대 교수, 에탄올 생산용 미세조류 수확·전처리기술 개발
“실용화 위해 대량화 공정시스템이 필수…고집적·고밀도 장치 필요”

세계 최고급 차 중의 하나인 독일의 아우디(Audi)는 2006년에 이미 바이오디젤을 연료로 하는 레이싱카 R10을 선보였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에 속한 스웨덴 자동차회사 사브(Saab)도 바이오에탄올을 사용하는 2000cc 자동차를 선보인바 있다.

국내에선 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가 실용화 단계에 들어선 유일한 친환경 이동수단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는 바이오에탄올 자동차가 이미 상용화된 지 오래됐고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는 바이오에탄올 주유소도 곳곳에 있다. 브라질은 사탕수수와 카사바(Cassava)에서 알코올을 채취해 자동차연료로 쓰고 있고, 미국은 케르프라는 거대한 다시마를 바다에서 재배해 메탄(methane)을 만든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대표적으로 내세울 만한 바이오매스(biomass) 자원이나 이를 실용화한 제품이 없다. 기본적으로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여서 옥수수나 사탕수수를 이용할 여건이 안 되었고, 상대적으로 풍부한 바다자원을 이용해보려 했으나 환경 조건 통제가 힘들어 경제성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글로벌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단장 양지원)’이 개소, 40여명의 관련 분야 최고 과학기술자들이 ‘탄소순환형 차세대 바이오매스 생산∙전환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바이오매스의 개발에 대한 기대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실용화단계에 가장 먼저 이를 것으로 손꼽히는 연구자 중의 하나가 심상준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다. 심 교수는 ‘에탄올 생산을 위한 미세조류의 수확 및 전처리기술 개발’ 과제를 통해 미세조류를 통제된 환경에서 고집적 고밀도로 양산(量産), 경제적 가치가 있는 수준의 에탄올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말 그대로 바이오매스를 ‘잘’ 키워 석유를 대체하겠다는 의미. 연안에 있는 미세조류를 활용하려다 시행착오를 겪는 대신 애초에 광합성을 가장 빨리, 많이 하는 미세조류를 이용한 배양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심 교수는 “바이오매스가 대체에너지로서 가치를 지니려면 굉장히 큰 생산규모를 필요로 하는데 현재 자연 상태 그대로의 미세조류는 단위 그램(g)당 에탄올 생산량이 높지 않아 경제성을 부여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미세조류에는 화장품원료, 전문의약품, 고급가축사료 등에 쓰이는 다양한 부산물이 포함돼 있어 기술고도화에 이르기 전 경제성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선 반드시 대량화 공정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며 “균주 개량을 통해 미세조류가 광합성으로 에탄올을 직접 생산하는 경쟁력 있는 생산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공정 경쟁력과 실용화에 바이오에탄올 유리…대량생산시스템 개발 목표”
 

▲심상준 고려대 교수 ⓒ2012 HelloDD.com
심상준 교수는 대체에너지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기 이전인 1990년대 중반부터 바이오매스를 연구한 베테랑 과학자다. 심 교수가 생각하는 바이오매스의 가장 큰 유용성은 현재 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단순 매립기술은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기 위해 또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하며 환경 파괴의 위험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지만,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면 이산화탄소를 다른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공정 개발이 가능하다.

그는 “바이오매스의 경우 광합성 반응속도가 너무 느리고 에너지로 전환되는 양이 매우 적어 경제성이 낮다는 문제를 갖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적 장벽은 해결될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기술투자가 이루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를 곧 극복할 거라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심 교수는 이에 대한 숙제의 절반을 해결한 연구자 중 하나다. 그는 21세기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 중 이산화탄소저감및처리기술사업단을 통해 미세조류를 빠르게 길러낼 수 있는 ‘광(光)반응기’ 개발에 성공했다.

광반응기 안의 미세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없애며 빠른 속도로 자라난다. 개발된 광반응기는 좁은 공간에서도 설치가 가능한 필름형태며 세계 최고 수준의 광 투과율을 지녔다. 해당 기술은 지난해 말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도입해 1톤 규모 파일럿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개발한 세포 배양과 균주개량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을 바탕으로 심 교수는 이번 글로벌프론티어사업에서는 미세조류가 이산화탄소를 광합성으로 고정시켜 세포 내에 탄수화물을 저장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직접 에탄올을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한다. 공정을 간단히 하고 효율을 높여 브라질이나 유럽, 미국 등의 기술 못지않은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바이오디젤이 아니라 바이오에탄올을 목표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바이오에탄올은 부식성, 친수성 등 단점이 있는 연료지만 바이오디젤에 비해 후처리가 간단해 공정을 최소화하려는 심 교수의 목적에 더 잘 맞았고, 장기적으로 생산성이 훨씬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단계 사업을 통해 저희 연구팀이 개량한 미세조류는 ‘연안 클로로코쿰(chlorococcum littorale)’입니다. 잘 키우다가 특정 양분의 결핍조건을 주는 스트레스 시그널링(stress signaling)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면 클로로코쿰이 몸 안에 녹말(Starch)을 비축하죠. 50% 이상 녹말을 키우면 이 때 만들어놨던 녹말을 에탄올로 생산하도록 조건을 줍니다. 현재 균주의 생산 능력에 대한 테스트를 마쳤고, 2단계에서는 고농도 세포배양을 통해 개량된 클로로코쿰이 자기 바이오매스의 10~20%를 에탄올 생산에 쓰도록 연구할 계획입니다.”

심 교수는 “제어가 가능한(controled) 환경에서 미세조류를 원하는 대로 키워낼 수 있어야 산업화의 가능성이 있다”며 “고집적 고밀도 장치 개발을 통해 대량화 공정시스템이 구축되면 2020년에는 실용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은 단일 면적당 높은 농도의 바이오매스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에탄올은 물론 다양한 부산물의 분리 비용도 대폭 줄여 빠른 시일 내에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연구팀의 한 연구원이 현미경으로 개량된 클로로코쿰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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