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바이오강국⑤]이진옥 록펠러의대 교수 인터뷰
과학기술 발전 측면에서 기존 노력 뛰어넘는 혁신 강조
"한국 科技 많이 발전했지만 중국·일본에 여전히 뒤져"

"한국의 발전이 눈부시다고 하지만, 중국·일본과 비교할 때 큰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면에서 일본과 중국에 뒤떨어지고 있는 형편에 있다." 동양인으로 유일하게 록펠러의대 종신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한인 원로과학자의 고언이다.

이 원로과학자는 노벨과학상 수상자 24명을 배출한 세계적 연구기관 록펠러의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계 각국 연구자들을 지켜보면서 한국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위로나 격려가 아닌 위기의 경종을 울렸다.

충북 단양군 출신의 이진옥(73) 교수는 서울대 문리과대학 석사를 졸업하고 1968년 단돈 100불만 가지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세계적인 의과대학 코넬의대 정교수까지 역임한 입지전적인 한인 생명공학 과학자다.

학창시절 그는 6·25전쟁, 4·19혁명, 5·16군사반란 등의 격동기를 지내면서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인생을 살았다. 가족과 나라를 위해 고심한 끝에 결국 결론을 낸 것이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겠다'는 확고한 꿈을 갖게 됐고 태평양을 건너 미지의 미국 유학 길에 오르게 됐다.
 

▲이 교수 "한국은 지금보다 굉장한 노력
필요해요" 
ⓒ2012 HelloDD.com
이 교수는 과학자로서 오로지 연구 외길을 걸어오며 최선을 다한 인생 족적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젊은 유학시절 10여년 넘게 연구에 집중한 끝에 심장 근육세포가 어떻게 해서 나트륨 이온의 농도차이에 의해 수축력을 증가시키는가를 처음으로 규명해 냈다.

이는 '심장세포가 어떻게 하여 수축력을 증가시키는가'하는 기본 원리를 정량적으로 밝힌 것으로 당시 심장 생리학계의 매우 중요한 발견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심장학회나 국제심장학회 등으로부터 훌륭한 연구자상을 거머쥐면서 미국 학계에 알려지게 됐고, 미국 대학교수의 최고봉으로 통하는 코넬대학 정교수가 됐다.

현재는 정년 상관없이 죽을때까지 평생 연구할 수 있는 록펠러의대 종신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이 전쟁의 아픔을 겪고 공업화 성장 과정에서 지난 50년간 큰 발전을 했다.

특히 생명과학 쪽에서 80년대 이후 굉장히 좋은 논문을 내면서 국제적으로도 상당한 인정을 받고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논문도 중요하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과학자가 있어야 하는데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생명과학 쪽에서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나 고규영 KAIST 교수 등 5~7명 정도의 인물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한국의 대학원생들이 밤새도록 열심히 논문을 내고 학문적 발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일갈했다. 무엇보다 아시아인들간의 비교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 한국 세나라 사이 경쟁에서 한국이 너무 뒤처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정부가 과학기술을 소홀이 한다거나 연구자들이 게으르다는 뜻은 아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과학기술에 상당한 조예가 깊고 국제적인 교류가 왕성한 국가이고, 중국은 최근 미국에 있는 유명 과학자 그룹들을 대량 유치해 자국으로 데려가는 등 무섭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5년 후 10년 후 한국이 설 자리가 그렇게 넓어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과학면에서 한국이 발전했지만 절대 안주해선 안된다. 일본과 중국에 뒤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라며 "지금 한국은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는 20~30년 후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한국은 당장 외부 동향을 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내에서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정책과 예산을 집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1년에 가끔씩 외국 선진기관 나가서 보고 배우는 과거 행태는 버려야 하고, 수시로 외국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일본 연구자들이 특히 2차 대전 후 미국에 와서 공동연구를 굉장히 활발히 하고 있다”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는 일본이랑 1년에 한번씩 탐방 오는 한국과는 천지차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연구몰입 방해하는 행정적 부담 타파해야"
 

▲이 교수는 한국의 연구문화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2012 HelloDD.com

이 교수는 코넬대에서 정교수로 활약하다가 1992년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초대 주임교수로 잠시 한국행을 택한 적이 있다. 당시 포항공대 김호길 학장의 끈질긴 권유로 이 교수는 포항공대에 새로운 생명과학과를 출범시키면서 한국의 연구현장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1997년까지 주임교수를 맡고 그 뒤부터 한국과 지속적인 연구 교류를 펼쳐오면서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 졌다. 1989년 재미한국인과학기술자모임(KSEA) 18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과학기술 교류 발전에도 기여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자신과 한국의 연구 인연 배경을 설명하며 "한국의 연구문화가 이대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의 프리덤(Freedom)이 가장 중요한데 자유는 사라지고 행정적인 규제가 만연한 한국의 연구문화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연구의 파라다이스로 통하는 록펠러대학은 연구자한테 보고서 내라 뭐해라 등등의 행정적인 일이 없다"며 "연구자에게는 연구의 프리덤을 주고, 행정적 규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 연구자들은 너무 페이퍼웍이 많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그는 "위에서 연구처장이나 누구도 연구에 몰두하게 해야지 간섭하면 안된다"며 "한국은 관료적인 연구문화를 하루 빨리 타파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마음 속 깊이 한국에서 진정한 과학자가 탄생할 수 있기를 바랬다. 한평생 인생을 걸고 미친 듯이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들이 나오기를 기원했다. 매스컴에 오르내리기를 좋아하는 과학자를 우대하는 분위기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게는 인생의 마지막 꿈이 있다. 그는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과학자들의 수가 늘어나면 언젠가는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는 꿈을 갖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의 노벨과학상 배출의 꿈을 노래 하며 "한국이 과학 선진국의 대열에 서기 위해서는 큰 변화와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 과학계에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자신의 실험실로 돌아갔다. 미국 뉴욕 맨하탄 = 대덕넷 김요셉 기자(Joesmy@HelloDD.com) * 도전! 바이오강국 시리즈는 이번 이진옥 교수 인터뷰 기사로 마무리 됩니다.

시리즈 보도과정에서 많은 관심과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기획보도가 한국 바이오 산업 성장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었길 바래봅니다. 대덕넷은 앞으로도 과학기술계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다양하고 시의적절한 기획보도를 위해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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