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살쪽에 무게 "사인규명 위해 부검 의뢰"…대전 을지대병원 안치

▲6일 숨진채 발견된 정혁 원장은 감자
연구에 평생을 바쳐 왔다. 사진은 연구원
내에서 자신이 직접 기르는 씨감자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생명연 제공>
ⓒ2012 HelloDD.com
정혁(57)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이 6일 사망했다. 연구원 측에 따르면 정 원장은 오후 6시 40분께 연구원 내 3층 높이의 자생동 건물 앞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돼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현재 고인의 빈소는 대전을지의대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에 마련됐다. 현재 경찰은 정 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쪽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7일 "유서는 없지만 정 원장의 자살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을 발견했다"며 "자살로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원장은 지난해 8월 자신이 세운 연구소기업 ㈜보광리소스 전 대표가 사기 사건에 휘말리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최근 항의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스트레스로 건강이 크게 악화됐으며 지난 5월 병원에 입원했고, 일주일 뒤 퇴원해 업무에 복귀했지만 낙상사고까지 당해 또 다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원장은 숨지기 하루 전인 지난 5일까지도 연구원에서 열린 말레이시아 국제공동 R&D센터 개소식에 참석하는 등 공식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집무에 전념해왔다.

고(故) 정혁 원장은 지난해 5월 생명연 제10대 원장으로 취임했으며, 서울대 농과대학(원예학 학사), 서울대 농과대학원(원예학 석사), 미국 일리노이대(원예학 박사)를 마치고 1986년 KIST 유전공학센터(생명硏 전신)에 입사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는 교육 과학기술부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을 역임한 바 있다.
 

◆고(故) 정혁 원장은?
지난 6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된 정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은 인공 씨감자 대량생산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때문에 그는 '감자 박사'로 불렸다. 

정 원장은 1992년 당시 생명연에서 세포조직 배양기술을 이용해 어른 주먹만한 종전의 씨감자를 콩알만한 크기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인공 씨감자 기술을 개발, 세계 32개국에서 특허를 받기도 했다. 세계 4대 작물 중 하나인 감자 농업분야 녹색혁명의 신호탄으로 평가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캐나다와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해 대량 생산의 길을 열기도 했다.

이 기술은 지름 0.5~1㎝의 구슬 크기 인공 씨감자를 시험관에서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것으로, 씨감자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운송 보관이 쉬워 기존 한 트럭분의 씨감자를 인공 씨감자로 대체하면 박스 하나에 넣을 수도 있다.

생존력도 강하고 바이러스 감염 등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북한에 인공 씨감자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정 원장은 이 공로로 생명공학연구대상(1996), 대산농촌문화상(1996), 과학기술 우수논문상(1997), 과학기술훈장(2002) 등을 수상했다. 정 원장은 생명원 원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새벽 5시부터 연구원에 나와 연구에 전념하고 9시부터 원장 집무에 임하는 등 한시도 연구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자신의 건강관리에도 엄격했던 그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불렸다. 특히 테니스에서는 본인 스스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선수급' 실력을 자랑했다.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한 정 원장은 같은 대학에서 원예학 석사를 마친 뒤 1985년 미국 일리노이대 원예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6년 생명연의 전신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유전공학연구소에 입사해 식물세포연구실장, 생물자원그룹장, 해외 생물소재허브센터장 등을 지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는 교육 과학기술부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 자생식물 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을 지냈으며, 2011년 5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10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한편 정 원장은 자신이 개발한 인공 씨감자를 상업화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연구원 내 기업으로 '㈜보광리소스'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경영을 맡았던 이 회사의 전 대표가 무분별하게 투자를 유치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 투자자들이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등 말썽을 빚었으며, 정 원장은 이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