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설계인가 획득…원자력연,100% 토종기술로
안정성·경제성 뛰어나 원자력계 '스마트폰' 기대
미국 등 경쟁국 제치고 350조 세계시장 선점 가능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중소형 일체형 원자로에 대한 인허가를 획득, 관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과 KEPCO 컨소시엄은 지난 2010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한 중소형 원자로 'SMART'의 표준설계인가 승인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표준설계인가(SDA;Standard Design Approval)는 동일한 설계의 발전용 원자로를 반복적으로 건설할 경우 인허가 기관이 원자로 및 관련 시설의 표준설계에 대해 종합적인 안전성을 심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이번 표준설계인가는 SMART 기술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계약이 이루어지면 곧바로 건설에 착수할 수 있다.

SMART는 원자로 계통을 구성하는 주요 기기를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배치해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일체형 원자로로서, 중소형 일체형 원자로의 인허가 획득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특히 중소형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등을 중심으로 중소형 일체형 원자로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원전 강대국'보다 한 발 앞서 인허가 취득에 성공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중소형 원전의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연구개발 15년만에 결실…SMART 어떻게 개발됐나 

중소형 일체형 원자로인 SMART는 ▲1995년 연구용 원자로(하나로·HANARO) ▲1996년 한국표준형원전(OPR1000) ▲2001년 한국형 신형경수로(APR1400) 등의 계보를 이어 4번째로 국내에서 독자 개발한 원자로로 해외 기술을 전수받거나 개량해 국산화한 것이 아니라 100% 순수 토종 기술로 완성한 원자로라는 데 의의가 있다.
 

▲SMART 원자로 모형.  ⓒ2012 HelloDD.com
SMART는 총 개발 기간 15년에 예산 3103억원(정부 1488억원·민간 1615억원)이 투입됐으며, 연인원 1500명의 연구 및 개발 인력이 참여해서 완성됐다

SMART는 지난 1997년 원자력연이 소규모 전력 생산 및 해수담수화 시장을 겨냥한 ‘수출전략형 원자로’로 개발에 착수해 ▲개념설계(1997년 7월~1999년 2월) ▲기본설계(1999년 4월~2002년 3월) ▲열출력 65MW 규모 파일럿 플랜트 개발(2002년 7월~2006년 2월) 등의 과정을 거쳐 개발됐다. 

이어 2009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과 KEPCO 등 산업체가 공동으로 ‘SMART 기술검증 및 표준설계인가 획득 사업’을 수행해 개발을 완료했다. 지난 3년간 1700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에는 정부가 700억원, KEPCO·POSCO 등 국내 대표 13개 기업이 1000억원을 투자했다. 

또 원자력연을 비롯해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 등 원자력 관련 최고 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들이 개발에 참여하는 등 SMART 기술 완성을 위해 국내 연구계 및 산업계의 핵심 역량이 총집결됐다. 

◆최고의 안전성·경제성 자랑…SMART의 특징은?

원전은 전기출력 용량을 기준으로 대형(700MW 이상), 중형(300~700MW), 소형(300MW)으로 구분하는데 '다목적 일체형 원자로'인 SMART는 전기출력이 대형 원전(1000MW 이상)의 10분의 1 이하 수준인 100MW의 소형 원전이다. 

증기발생기, 가압기, 원자로냉각재펌프 등 원자로 1차 계통 주요 기기를 모두 한 개의 원자로 압력용기 안에 설치한 일체형 원자로이자 전력 생산 뿐 아니라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또는 지역 난방, 공정열 공급 등에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다목적 원자로이다. 해수담수화용으로 건설할 경우 SMART 1기로 인구 10만명 규모의 도시에 전기(9만 kW)와 물(하루 4만t)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 

SMART는 최고의 안전성을 자랑한다. 

전원 없이도 자연대류에 의해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피동잔열제거계통'을 채택, 일본 후쿠시마 사고처럼 전원상실사고가 발생해도 전원 복구 없이 20일까지 노심의 잔열을 제거할 수 있다. 전원 없이 작동하는 화학적 수소 결합기를 적용하고 쓰나미 홍수위를 10m로 설계하는 등 후쿠시마 사고 후속 조치 개선사항 중 10개 항목을 설계에 반영했다. 
 

▲대형 원전과 SMART 비교. ⓒ2012 HelloDD.com
또 일체형 원자로로 개발된 만큼 1차계통 주요 기기를 잇는 배관이 없어 배관 파손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했으며 중대사고시 격납건물과 원자로 압력용기 사이 공간을 전기 없이도 중력으로 물로 채울 수 있도록 설계해 노심용융과 증기폭발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와 함께 대형 항공기 충돌에도 안전한 격납건물을 채택하는 등 안전성을 크게 강화시켰다. 

SMART는 최고의 안전성과 함께 우수한 경제성을 자랑한다.

발전 단가가 kWh당 6~10센트에 불과해 중소형 화력 발전소(LNG는 kWh당 최대 14센트·중유 최대 21센트)보다 저렴한 만큼 세계 발전소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형 화력 발전소의 대체 수요로 충분한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 

또한 SMART 1기당 건설 비용은 7000억원 규모인데 공장 제작 후 현장 설치가 가능해 건설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만큼 초기 대규모 투자에 따른 금융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고, 조속한 건설을 통해 사업비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이 원자력연의 설명이다. 

◆미국 등 경쟁국 제치고 전세계 중소형 원전시장 선점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함에 따라 세계 중소형 원전 시장으로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SMART의 잠재 수요국은 전력 소비량이 적어 대형 원전을 건설하기에 부적절한 소규모 전력망 국가, 인구가 분산돼 있어 대형 원전을 건설할 경우 송배전망 구축 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인구분산형 국가, 물부족 국가 등이다. 전세계적으로 필리핀, 몽골, 말레이시아, 칠레, 카자흐스탄, UAE,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인도네시아 등이 이에 해당되며 미국같은 선진국의 노후된 화력 발전소의 대체 발전원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미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이 이러한 중소형 원전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SMART가 가장 먼저 인가를 받음에 따라 오는 2050년까지 약 350조원 규모로 추정(2005년 STEPI 보고서)되는 세계 중소형 원전 시장을 우리나라가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도 현재 중소형 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앞으로 5년 이내 인허가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연호 원자력연 원장은 "SMART 수출이 성사되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연구용 원자로 수출과 대형 원전 수출에 이어 중소형 원전까지 원자로 수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며 "명실상부한 원자력 시스템 주요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하고 대형 상용 원전과의 동반 수출을 통해 국가 신성장 동력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MART 플랜트 조감도.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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