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사 이야기' 펴낸 신동원 KAIST 교수
"전통과학 성취·한계 객관적인 동시 통찰 필요"

▲신동원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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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자하면 누가 떠오르니? 장영실 정도가 아닐까 싶구나. 내가 한국 과학사를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 옛 과학자들과 그들이 연구한 결과가 매우 훌륭한데도 어른들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거야.'

신동원 KAIST 인문사화과학부 교수의 '한국 과학사 이야기'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신 교수는 우리 옛 과학자들과 그들의 연구 결과가 훌륭한데도 이를 접할 기회가 흔치 않다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한국 과학사 이야기'를 쓴 계기를 밝혔다. 

"이 책을 쓰기 전에 '우리과학의 수수께끼'란 책을 썼었는데, 그 때 이를 바탕으로 어린이용 과학책을 쓰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며 "보다 광범위하게,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부분뿐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책을 쓰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이전의 과학책에서 다룬 적 없는 의학사, 생물학사도 다루게 됐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동안 우리 전통과학에 대해 알려진 부분만 특히 더 많이 알려지고 연구된 면이 있다며 "뭐가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한 편으로는 신격화된 부분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요것밖에 안 되느냐는 의견도 있다"고 우리 전통 과학을 보는 상반된 시각을 짚어냈다. 

이어 그는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인 과학사 전체를 다룸으로써 전통과학의 성취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세계와도 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 독자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다면서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은 왜 만들었을까? 어떻게 가능했을까? 돈은 얼마나 들었을까? 독자들이 이런 걸 궁금해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래서 조사하고 연구했더니 성덕대왕신종은 그 규모 등을 과학적으로 판단했을 때 현재 환율로 계산해 구리 값만 2백 억원은 들었을 거라 추정하게 됐다. 인건비까지 더하면 성덕대왕신종 만들기는 천 억 원대 국책사업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요즘 서양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온돌의 경우, 우리가 최초라고만은 할 수 없다면서 온돌이 선조들의 지혜가 결집된 과학적 유산이기는 하지만 땔감으로 나무를 쓰면서 산이 황폐해 졌고, 그 때문에 홍수도 많이 나 전염병이 창궐한 점은 온돌의 폐해기도 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렇게 우리 전통과학의 과학적 성취만이 아니라 폐해와 한계까지 생각하고자 했다는 신 교수는 우리 전통과학의 수준에 대한 질문에는 "언제나 수준급이었다"고 답했다. 

당시의 중국은 세계와 다름없었다며 말문을 연 그는 "삼국시대 이래로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은 중국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해왔고 여러 분야를 고루 균형 있게 발전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과학의 균형발전에 대한 예로 그는 "이웃 일본은 천문학 역사가 거의 전무한 반면 우리는 첨성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천문학 역사가 오래됐다. 수 세기동안 일정 수준의 과학기술을 계속 균형발전시켰다는 것은 우리 조상의 지혜와 슬기가 대단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겪으면서 서양에 비해 경제적, 과학적으로도 뒤떨어지게 됐지만 그 후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 것 역시 우리 선조들이 오랜 세월동안 높은 수준의 과학적 성취를 이뤄왔기 때문이었다고 말한 신 교수는 우리 민족의 지적 원동력에 주목했다. 

그는 옛날에도 우리나라 각 가정에는 늘 책이 있었으며 책 읽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교육열 또한 높았던 건 지식인이 대접받는 나라였기 때문이며 오늘날 '과학한국의 입지' 역시 이런 지적 원동력이 바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과학사 이야기' 시리즈가 어린이용으로 만들어졌어도 어른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했다며 되도록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 전통 과학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를 희망했다. 

이어서 "이제 우리는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역사적인 시기 앞에 서있다. 이런 때에 전통과학의 지나치게 신비화된 부분을 객관적으로 조명하게 된 게 뜻깊었고, 감히 우리나라의 과학사 전체를 아우를 수 있었다는 게 기쁘다"며 책 발간의 의미를 되새겼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한·중·일, 나아가서는 서양의 과학과도 견주어 보고 싶다. 강의는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앞으로 세계과학문명사를 다룬 책을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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