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人]표준연 우대연구원으로 선정된 하동한 박사

"석·박사 시기에는 장비가 부족해 시간을 쪼개 연구를 해야 했죠. 그래서 늦은 밤이나 주말에 연구를 많이 했는데 그 습관으로 지금도 잠을 일찍 잘 수가 없습니다. 밤 12시가 되면 자연스럽게 신문이나 책을 펴들게 됩니다.

"올해 3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우대연구원으로 선정된 하동한 나노양자연구단장의 이야기다. 우대연구원 제도는 성과가 탁월한 연구원에게 연구 의욕을 고취하고 국제 수준의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 박사는 나노 크기의 부품을 조립하고 이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나노분야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우대연구원에 선정됐다. 그가 우대 연구원에 선정된 데는 해답을 찾을 때까지 파고드는 집중력도 한 몫을 했다.

"공부할 때부터 실험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것만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불현듯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럼 바로 일어나서 메모를 통해 풀어보는데 정말 신기하게 정확이 맞아 떨어졌습니다.

"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지 그의 표정에 미소가 번졌다. 이런 경험이 그에게 몇 번 더 있었다. 그렇지만 당시의 연구 환경은 지금처럼 여유롭지 못했다. 장비도 부족했고 공동으로 이용하는 부분도 많아 마음 놓고 연구를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늦은 밤을 주로 이용했다. 그리고 주말을 활용했다.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는 늦은 밤, 주말을 반납해도 된다지만 결혼 후에도 한동안 그는 같은(?) 생활을 반복했다. "가족들에게 당연히 미안하죠. 그래서 생각해 낸 게 가족들을 연구원으로 데리고 오는 거였습니다(하하). 아내와 아이들은 도시락을 챙겨 연구원 잔디에서 놀게 하고 혼자 실험실에서 연구를 했죠.

" 다행히 아내와 자녀들은 그를 이해했고 그의 연구 활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런 시간은 자녀들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이어졌다. 그가 지금도 가족들에게 가장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도 교수의 조언으로 방문한 대덕, 평생 삶터로

하동한 박사가 대덕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졸업을 앞둔 1988년 늦가을 당시 지도교수의 한 마디 때문이다. "교수님이 대덕연구단지도 구경할 겸 실험실 동료와 함께 표준연구소를 다녀오라고 하셨어요.

나들이 한다는 생각으로 동료와 유성에 와서 하루를 자고 다음날 오전에 연구소를 방문했죠. 그런데 연구 테마도 맞고 소장님(당시는 연구소였기에 소장 호칭)과 팀장님이 정말 친절하게 해주셨습니다. 두 사람 모두 바로 입소를 결정했어요." 그의 대덕에서의 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연구소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연구에 집중했다.

하 박사가 처음 연구했던 분야는 고온초전도 쪽이었다. 그 시기에는 고온초전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고 정부의 지원도 좋았다. "그 당시 고온초전도 기술은 20세기 최후의 기술이라고 지칭될 정도로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성과는 그러지 못했어요.

당연히 정부의 지원도 줄기 시작했죠." 10여 년간 고온초전도 분야를 연구했던 그에게 선택의 순간이 왔다. 연구를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연구 분야를 선택할 것인가. 때마침 나노분야 연구팀이 꾸려졌고 그의 실험적 테크닉이 필요하다며 함께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어요. 기존 연구를 통해 익힌 이론과 기술을 새로운 분야에 적용한다고 생각하였기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10년 넘게 나노분야에 매달렸습니다." 그의 집중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휘했다. 그는 무섭게 파고들었고 2007년에는 함께 연구하던 동료, 학생들과 500 nm이하 크기 부품도 마음대로 만들고 조립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전체 크기가 마이크로미터 혹은 그보다 더 작고, 복잡한 구조의 기계나 로봇 제작의 가능성이 열렸다. 그 동안의 기술이 해결하지 못했던 부품의 손상 없이 뒤집기, 위치이동 및 조립 등이 가능해져 전체 구조를 한번에 제작해야 하는 제약에서 벗어났다.

더욱이 다른 방법으로 제작한 미세 기계구조나 로봇의 수리 및 변형에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 효용성이 매우 높다. 즉 아이들이 블록으로 다양한 모양의 물체를 만들어 내듯이 보이지 않는 나노미터(nm, 1 nm = 10억분의 1 미터) 크기의 부품을 블록처럼 조립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당시 성과는 물리학·화학분야의 권위 있는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즈(Applied Physics Letters)'와 '케미스트리 오브 머티리얼즈(Chemistry of Materials)'에 각각 발표됐다. 이밖에 미국에서 발행하는 과학잡지인 '포토닉스 스펙트라(Photonics Spectra)'에 새로운 중요기술로 소개됐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도 국내 나노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플랙시블한 연구 활동 할 것. 후배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아
 

▲하동한 박사는 그 동안의 연구 실적을 인정받아 올해 우대연구원에 선정됐다.  ⓒ2012 HelloDD.com

하 박사는 이번 우대연구원 선정을 새로운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그동안 해오던 과제를 좀 더 유연한 사고로 바라보며 새롭게 접근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젠 후배 연구원들의 멘토가 되어 연구원 생활에 활력소를 갖도록 조언하고 있다.

"연구원 생활이라는 게 20년, 30년 한분야만 연구하다보면 지겹기도 하고 슬럼프가 찾아 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이 늘 같다보니 단조롭기도 하고요. 그런 때를 대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후배 연구원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각별하다.

그는 "요즘 젊은 연구원들의 실력과 연구 열정은 굉장하다. 일부에서는 걱정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그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믿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하며 같이 어울리기 위해 몇 년 전부터 탁구를 시작했다.

건강도 다지고 사람들과의 교류도 많아 연구 활동도 의욕적으로 할 수 있는 시너지효과도 있단다. 탁구 실력에 대해 그에게 물었다. 그는 한사코 “별로”라고만 말했지만 지인들에 따르며 그의 탁구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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