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랑스·벨기에·한국 등 4개국, 저농축 우라늄으로의 전환 착수
원자력연 개발한 '원심분무기술', 핵비확산 시대 핵심기술로 부각

한국 '원심분무기술'이 세계 핵비확산 시대를 위한 핵심기술로 적용될 전망이다. 미국, 프랑스 등 원자력 열강들이 애써 외면했던 한국의 핵연료 원천 제조기술을 핵의 평화적 이용때문에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사용하지 않고 저농축우라늄으로 저농축 핵연료 U-Mo(몰리브덴 합금)을 만들 수 있는 핵연료 제조 원천기술 보유국은 현재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세계 원자력 강국들이 핵비확산 시대를 위해 우리나라가 15년 전 개발해 낸 원심분무 기술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핵연료 제조 원천기술 원자력연의 원심분무기술 관련기사 참조(클릭해 보세요)

한국이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프랑스, 벨기에와 연구용 민간에서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연료(HEU)를 저농축연료(LEU)로 전환하는 국제사업에 착수하게 됐다. 이번 사업에는 국내에서 개발된 핵연료 원천 제조 기술이 사용될 전망이어서 향후 연구용 원자로 연료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제고될 전망이다. 고성능 연구로에 쓰이는 우라늄 원료를 고농축에서 저농축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것은 바로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이 1989년에 개발한 '원심분무기술'이다.

1997년에 세계 최초로 제조에 성공한 원심분무 '우라늄-몰리브덴 합금(U-Mo) 분말'을 사용하면, 농축도 20% 이하의 우라늄으로도 농축도 90% 이상의 우라늄과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 저농축우라늄(LED)을 연구로용 연료로 상용화할 수 있는 것이다. 원심분무 핵연료 분말 제조 기술은 우라늄과 금속의 합금을 섭씨 1600∼1800도 고온의 진공 상태에서 녹인 뒤, 이를 고속으로 회전하는 원판 위에 분사시킴으로써, 원심력에 의해 미세하고 균일한 구형 분말 형태로 급속 응고시키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핵분열 성능이 원자폭탄급으로 뛰어난 고농축우라늄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 기술대책으로 거론돼 왔다. 원심분무 기술이 고농축 우라늄 최소화에 필요한 이유는 U-Mo(몰리브덴 합금)을 만들 수 있는 사실상 세계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세계 유일의 고성능 핵연료 생산 현장. ⓒ2012 HelloDD.com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연구용 원자로 230여기 중 20여 기의 대형 고성능 연구로는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해 농축도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고성능 연구로 20여 기의 고농축 우라늄 사용량은 연간 600kg 이상으로 비군사용으로는 가장 많은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고성능 연구로의 성능을 유지하면서 연료를 저농축 우라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단위 부피당 우라늄 밀도를 1cc 당 8g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실리콘 합금 분말로는 1cc 당 우라늄 밀도를 4.8g까지 밖에 올릴 수 없으며, 그 이상을 구현하려면 몰리브덴 합금(U-Mo) 분말이 필요한데, 그 분말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 원자력연의 원심분무 기술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우수한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세계에 20여 기의 고농축 우라늄 사용 고성능 연구로가 전환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고성능 연구로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고출력 조건에서 여러 단계의 핵연료 성능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한국 등 4개국은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고밀도 우라늄-몰리브덴 핵연료 제조 실증 사업'을 공동 성과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핵연료 검증시험 과정에서 발견된 일부 기술적인 장애 요인을 대부분 해결해 4개국과 함께 최종 검증 시험을 추진하게 됐다.

박종만 원자력연 연구로핵연료개발본부장에 따르면 미국이 올해 말까지 핵연료 분말 제조에 필요한 저농축우라늄 원료 100㎏을 한국에 제공하면, 원자력연이 이를 이용해 2013년 중에 우라늄-몰리브덴 분말 100㎏을 제조해 프랑스에 제공한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프랑스에서 최종 제조된 핵연료 집합체를 자국의 고성능 연구로에서 각각 시범 장전해 검증 시험을 시행한다. 4개국은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세계 각국이 저농축 고밀도 우라늄-몰리브덴 핵연료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박종만 박사는 "한국의 선진 원자력 기술이 글로벌 핵비확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의미가 있다"며 "향후 한국이 원심분무 기술로 우라늄-몰리브덴 핵연료 분말 공급자로 부상하게 되면 연간 500만달러 이상의 수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고밀도 U-Mo 핵연료 제조 실증 사업' 관련 Q&A

Q1. 원심분무 핵연료 분말 제조 기술이란? 우라늄과 금속의 합금을 섭씨 1,600~1,800도 고온의 진공 상태에서 녹인 뒤, 이를 고속으로 회전하는 원판 위에 분사시킴으로써, 원심력에 의해 미세하고 균일한 구형 분말 형태로 급속 응고시키는 연구용 원자로 핵연료 분말 제조 기술임.

Q2. 원심분무 기술의 우수성은? 원심분무 기술은 △우라늄 합금 고온 용해 기술 △도가니 설계 기술 △고속 회전 디스크 기술 등이 융합된 고난도 핵연료 분말 제조 기술로, 원심분무 기술로 제조한 핵연료 분말은 우라늄 금속 합금을 기계적으로 파쇄하는 기존 공정(파쇄법)으로 제조한 분말에 비해 △제조수율이 월등히 높고(95% 이상 대 50% 미만) △순도가 높으며 △공정이 단순해서 제조원가가 낮고 △핵연료로 만들었을 때 성능이 뛰어남. U-Mo 핵연료는 기존의 파쇄법으로는 분말 제조 자체가 어려운 반면, 원심분무 기술을 이용하면 연구로에서 요구되는 크기의 분말 제조가 가능해 세계 유일의 상용급 U-Mo 핵연료 분말 제조 기술로 인정받고 있음.

Q3. 원심분무 기술을 개발하게 된 동기는? 1980년대 하나로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하면서 핵연료 국산화를 위해 연구개발을 시작하였음. 기존의 연구로 핵연료는 유리와 같은 성질의 핵연료 물질을 용해 주조하여 파쇄방법으로 분말로 만들어서 제조하였으나 제조과정에 여러 단계의 공정이 필요하고 많은 시간과 고비용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음. 원심분무 기술은 재료분야에서 이미 알려져 있는 기술이나 우라늄을 사용하는 핵연료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음.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정부의 연구개발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여 개발하게 되었음.

Q4. 원심분무 기술이 고농축 우라늄(HEU) 최소화에 왜 필요한가? 전세계에서 가동 중인 연구용 원자로 230여기 중 20여기의 대형 고성능 연구로는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해 농축도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HEU)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음. 현재 고성능 연구로 20여기의 HEU 사용량은 연간 600kg 이상으로, 비군사용으로는 HEU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음. 이들 고성능 연구로의 성능을 유지하면서 연료를 LEU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단위 부피당 우라늄 밀도를 1cc당 8g 이상으로 높여야 함. 실리콘 합금(U3Si) 분말로는 1cc당 우라늄 밀도를 4.8g 까지 밖에 올릴 수 없으며, 그 이상을 구현하려면 몰리브덴 합금(U-Mo) 분말이 필요함. 원심분무 기술이 현재 U-Mo 핵연료 분말을 만들 수 있는 사실상 세계 유일한 방법이므로, 연구용 원자로의 HEU 사용 최소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핵심 원천 기술임.

Q5. 연구용 원자로는 왜 고농축 우라늄(HEU)을 사용해왔나? 전력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발전용 원자로(원전)가 우라늄의 핵분열 연쇄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반면, 연구용 원자로는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성자와 방사선을 이용하는 원자로임. 발전용 원자로는 우라늄 산화물(UO2) 형태의 세라믹 핵연료를 사용하고, 우라늄 농축도 0.7%인 천연 우라늄(중수로의 경우)이나 농축도 5%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경수로의 경우)을 사용하는 반면, 연구용 원자로는 열전도도와 단위 부피당 우라늄 밀도가 높은 금속 핵연료를 핵연료로 사용하며, 원자로의 크기와 성능에 따라 농축도가 20% 미만(보통 19.75%)의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원자로와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원자로로 나뉨. 1988년 이전에는 대부분 연구로가 고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했으나, 핵비확산을 위해 미국 주도로 창설된 RERTR과 그 연장선상의 GTRI 등의 프로그램에 의해 76기의 연구로가 저농축 우라늄으로 전환하거나 폐쇄됐음.

Q6. 연구로 핵연료에서 고농축과 고밀도의 차이는? 고농축은 핵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 중에 핵분열을 일으키는 U-235의 비율을 90% 이상으로 높인 것을 뜻하는 말로, 농축도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HEU)은 테러리스트나 불순 세력에 탈취될 경우 무기급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물질임. 반면 고밀도는 핵연료의 단위 면적당 우라늄의 밀도가 높은 것을 뜻하는 말로, U-235의 농축도와는 무관한 개념임. 과거 대부분의 연구용 원자로는 높은 중성자속(neutron flux)을 구현하기 위해 고농축 우라늄(HEU)을 사용했으나, 민수용 HEU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RERTR 프로그램 등에 따라 LEU로 전환하거나 신규 건설 연구로는 LEU로 연료를 바꾼 상태임. 그러나 20여기의 대형 고성능 연구로는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해 여전히 HEU를 연료로 사용 중으로, 기존의 우라늄-실리콘 합금보다 밀도가 높은 우라늄-몰리브덴(U-Mo) 합금 분말을 이용해서 우라늄 농축도는 낮추면서 단위 부피당 우라늄 밀도는 높인 저농축-고밀도 핵연료를 만들어 이들 연구로에 공급하는 것이 민수용 HEU 최소화를 위한 핵심 과제임.

Q7. HEU 최소화에서 한국-미국-프랑스-벨기에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 한국-미국-프랑스-벨기에 4개국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핵심 의제중 하나인 고성능 연구로의 LEU 연료 전환을 통한 민수용 HEU 최소화를 위해 ‘고밀도 U-Mo 핵연료 제조 실증 사업’을 공동 성과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이에 따라, 미국은 2012년 말까지 핵연료 분말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원료(LEU) 약 110 kg을 한국에 제공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를 이용, 2013년 중 원심분무 U-Mo 분말 100kg을 제조해서 프랑스 핵연료 제조회사 CERCA에 제공하고, 프랑스는 한국이 제조한 원심분무 분말을 이용, 고밀도 U-Mo 핵연료 집합체를 제조하고, 프랑스와 벨기에는 제조된 핵연료 집합체를 자국의 고성능 연구로(프랑스 RHF-ILL, 벨기에 BR-2)에 각각 시범 장전해서 검증 시험을 수행하게 됨.

Q8. 원심분무 기술을 이용한 U-Mo 핵연료의 개발 및 보급 일정은? 한-미-프-벨 4개국의 공동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개발된 U-Mo 핵연료 기술과 연구결과를 세계에 공개해서 고농축 핵연료를 사용하는 연구로의 저농축 고밀도 U-Mo 핵연료로의 전환을 유도하게 됨. 이번 공동사업에 참여하는 프랑스의 RHF-ILL, 벨기에의 BR-2 원자로가 2016년 무렵 첫 번째 U-Mo 전환 대상이 될 예정이며, 2016년 이후 U-Mo 전환 연구로가 점차 증가, 2026년까지 약 10기의 연구로가 U-Mo 핵연료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됨. 궁극적으로는 연구로에서 HEU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것이 세계 원자력계의 구상임.

Q9. HEU 최소화에 한국이 참여하는 의의는? 고성능 연구로의 LEU 전환을 통한 HEU 최소화에는 한국이 창안한 원천 기술이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 따라서 한국의 선진 원자력 기술이 글로벌 핵비확산 노력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의의가 있음. 이번 공동사업 참여는 한국의 원자력 R&D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이자, 세계 연구로 핵연료 시장 및 연구로 시장 진출 확대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됨. 향후 U-Mo 핵연료 상용화시 한국이 원심분무 U-Mo 핵연료 분말 공급자로 부상할 경우 연간 5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효과도 기대됨.

Q10. 한국이 우수한 U-Mo 기술을 보유함에도 아직도 전세계 20개의 HEU 사용 고성능 연구로가 전환이 않되고 있는 이유? U-Mo 핵연료 기술이 고성능 연구로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고출력 조건에서 여러 단계의 핵연료 성능 검증이 필요함. 현재 핵연료 검증시험 과정에서 발견된 일부 기술적인 장애 요인을 대부분 해결하여 4개국 협력사업 같은 최종 검증시험을 추진하게 되었음.

Q11. 원심분무 U-Mo 기술은 특허기술인데 상용화시 기존 HEU 핵연료에 비해 비용면에서 비싸질 가능성은 ? 원심분무 분말은 제조수율이 95% 이상으로 기존의 파쇄법보다 cost effective하여 보다 저렴하게 핵연료를 제조할 수 있음. 한국은 세계 최초로 원심분무 기술을 적용하여 하나로 핵연료를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하고 있음. 한국은 RERTR 및 고농축 우라늄 최소화 정책의 성공을 위하여 참여국에 대한 원심분무 핵연료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할 계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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