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미래 위한 인재 활용, 연구 환경 정책 필요
대과연 "서명 활동 지속하고 세력 키울 것"

19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여·야가 내놓은 핵심 공약에 과학기술이 실종됐다. 전쟁이후 폐허에서 60년을 숨가쁘게 달려오며 국가의 산업을 일으키고 국부를 창출한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공약은 어디에도 없다.

앞으로 국가의 먹을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과학기술에 대한 약속은 아예 외면해 버렸다. 과학기술이 없는 대신 비정규직 대책, 대기업 관행 바로잡기, 골목상권 보호, 보육대책,청년일자리 창출, 베이비부머 퇴직지원, 장애인 대책, 중소기업 기살리기, 대북정책, 검찰개혁, 여성정책 등 표를 얻기 위한 표플리즘적 복지 공약만 난무하고 있다. 한국전쟁이후 국민소득 80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2만 달러에 반도체 산업 세계 1위, 조선산업 세계 1위, 자동차 생산 5위, 휴대폰 산업 세계 2위, 세계무역규모 9위의 기적을 이루기까지는 과학기술인들의 역할이 컸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가난의 고리를 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와 국내외 과학기술인재들의 염원이 모아져 세워진 KIST와 한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이공계 인재들이 머리를 맡대고 구상한 대덕연구단지. 더 나은 연구환경을 마다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이미 취득한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걸음에 달려온 해외 한인과학자들. 오늘날 한국의 기적은 그들 과학기술인들의 땀과 눈물로 일궈낸 결실이다.

과학기술인들이 그 동안 정치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부의 정책에서 언제나 과학기술이 중심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런 정책 덕분에 개발도상국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독자모델의 자동차를 만들어내고 이웃나라 일본을 제치고 반도체, 리튬전지 등 미래 기술을 주도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과학기술에 대한 홀대가 시작되더니 MB 정권에 들어서서는 아예 관련 부처마저 통폐합 해버렸다. 정부출연기관 흔들기와 연구원들에 대한 홀대는 정치권의 단골 메뉴가 돼 버렸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과학자들의 정치참여 의사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다. 연구나 잘하면 될 것을 과학자들까지 정치에 참여하려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인들은 "국가의 미래 발전을 위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밀어주려는 정책적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여야에서는 그런 의도가 없어 보인다"면서 "이는 결국 후손들에게 그 피해가 갈 것"이라고 걱정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공계 인재 총선 추천도 유명무실

여야는 이번 총선에 앞서 이공계 인재를 적극 추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공계에 가산점까지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과학기술인들도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당에 이공계 인사를 후보에 배치할 것을 요구했다. 국가의 정책 수립과 법 제도 정비, 예산 등에서 과학기술인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이 1/3에 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학기술인들은 이러한 부분에서 배제돼 왔던게 사실이다.

현재 8개 상임위 185명의 국회의원 중 13명만이 이공계 출신이다. 해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은 공천심사위원회에 이공계 출신 인사 2인 참여, 비례대표 후보 20% 이공계 출신 인사로 공천, 전국 246개 지역구 중 후보 20% 이공계 소양과 경험을 갖춘 인사로 공천 할 것을 여야 각당에 요구했다. 그러나 여야의 공천자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공계 인재의 추천은 참담하다. 지난 5일 새누리당이 2차 공천에서 대과연과 지역 과학계의 추천을 받아 지역구 공천 신청을 한 27명 중 생존한 사람은 5명(강창희(대전 중구) 서상기(대구 북구을) 정갑윤(울산 중구) 이철우(경북 김천) 부상일(제주 을))이다. 이들은 기존의 정당인이나 국회의원으로 과학계 정치 신인은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공계 정치 신인으로는 4차공천에서 추천된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의 박상일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만이 포함됐을 뿐이다. 민주통합당은 공천심사위원회에서조차 이공계 인사를 배제했다. 그리고 과학계에서 추천한 26명의 추천 인사 중 조경태(경남 고성) 변재일(충북 청원) 등 2명만 지역구 후보에 들어갔다. 비례대표 후보에서도 과학기술인에 대한 홀대는 예외가 아니다.

이는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생긴 제도이나 여야는 과학기술인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한 경우가 거의 없다. 17대 총선에서 서상기 의원과, 홍창선 의원이 과학기술계 몫 비례대표로 등원한게 전부다. 18대 총선에서는 아예 이공계에 대한 배려마저 사라졌다.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에서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무료 온라인 동영상 강의사이트 '공신닷컴'을 운영해 유명해진 강성태 씨를 청년비례대표 후보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희망제작소와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의 전략실장 등을 지낸 벤처 관련 인물인 안상현 씨를 청년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했다. 결국 현직 과학기술인에 대한 추천은 전혀 없는 셈이다. 

◆과학기술인들, "지속적으로 세력을 키우는데 주력하겠다"

총선을 앞두고 과학기술계의 정치 참여를 적극 추진했던 과학기술인들은 과학기술계를 외면한 공약과 공천 결과에 답답한 심정이다. 과학기술인들은 "당초 이공계를 배려하기로 했던 정치권이 실제 공천에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공약에서도 과학기술이 빠진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미래 연구인력 확보를 위한 이공계 인재 활용에 대한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민경찬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는 "새누리당은 모르겠지만 민주통합당이 과기 관련 공약 일부를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과학기술계에서 요구하는 공약에 대해 설명했다. 과학기술계에서 요구하는 공약은 젊은이 중심의 지원정책, 연구몰입 가능한 지원체제, 성과 중심 평가, 연구저변 확대 등이다. 민 공동대표는 "미래 노벨상 수상과 한국의 미래를 위해 젊은층의 연구 역량이 중요하다. 그들을 위한 정책이 꼭 필요하다"면서 "연구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실패 용인 등의 연구환경 마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정훈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장 역시 이공계 젊은 인재 활용 정책의 중요성을 들었다. 그는 "국가적으로 R&D 예산은 대폭 늘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수행할 과학기술계 인력이 없다"면서 "부처간의 정책에서 서로 엇박자를 이루는 부분이 많다. 이공계 청년과 백세 수명시대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은퇴 과학자들을 활용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상목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지난번 정강정책에 과학기술에 대한 부분이 들어가 있지 않아 계속 이야기해 정강정책에는 들어간 상태"라며 "민주통합당에도 과기관련 내용을 전달한 상태로 과기내용이 하나도 안 들어갔다면 보완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영명 대덕클럽 회장은 "공천 결과와 발표된 공약을 보고 답답했다. 과학기술인들 철저히 무시했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면서 "비례대표에서도 과학기술인들은 배제돼 왔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과학기술인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과연은 지속적으로 서명을 받고 과학기술인들의 의지와 뜻을 모으는 일을 펼칠 예정이다. 과학기술인들의 세력을 모아 어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승덕 과우회 회장은 "과기인을 전문가로서 (국회에) 영입할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없다"며 "미래 발전에 필요한 과기를 밀어주기 위해 여야가 경쟁적으로 해야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지난 국회보다 더 나빠지는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과기인에게도 일부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기인이 단결해야한다고 알고는 있지만 아직 호응이 부족한게 사실로 정치에 관심을 안 갖는 과기인이 있는 것도 문제다. 여야는 표를 당장 몰아주는 사람들에게 귀를 귀울이다보니 표 나올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하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과학기술이라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것인데 이렇게 무관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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