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연구단지 '녹지 훼손' 가속화…어디로 가나

[누더기 대덕특구, 대책은?①]건폐율 30% 늘렸으나 이미 포화상태
에너지연·기계연·핵융합연 등 더 이상 지을 곳 없어…KAIST 건물 전시장
대덕연구단지는 과학입국의 명제아래 1973년 대통령의 지시로 그림이 그려졌고, 1978년부터 연구기관들이 입주를 시작했다. 구상된 시기로 보면 내년이면 만40주년이 되는 셈이다. 각 정부출연기관은 한국의 산업과 과학 위상을 선진국대열에 올려놓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당초 구상된 명품연구단지 마스터플랜이 여러가지 국내 정황에 따라 변경되고,  장기 플랜없이 건물이 들어서면서 현재 많은 정부출연기관들이 부지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용도 변경을 통해 자연녹지지역에 건물이 들어서면서 연구단지 녹지마저 누더기가 되고 있다. 이에 대덕넷은 ①명품연구단지 녹지 훼손 가속화 ②출연연 마스터플랜 못세우는 이유 ③민간연 사례를 통해 본 명품대덕연구단지 만들기 등으로 대덕연구단지의 문제와 대안에 대해 짚어봤다.<편집자 주>

"법정 건폐율은 아직 여유가 있지만 실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가 없습니다. 숫자상으로는 여유가 있으나 이미 지어진 건물들로 연구소는 포화상태입니다."(에너지연 관계자)

"(규정상) 2009년에 건폐율 기준이 20%에서 30%로 늘어나긴 했으나 이미 그 전부터 포화상태였기에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신축을 위해서는 원형지의 용도를 변경해야하는 상황입니다."(기계연 관계자)

"연구소 입지시기에도 원형지를 용도변경해 건물을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사업이 확장 될 경우 용지 부족으로 세종시나 새만금으로 나갈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핵융합연 관계자)

대덕연구단지(이하 연구단지) 대지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건폐율이 20%에서 30%로 늘어 났으나 새로운 건물을 지을 공간이 부족한건 마찬가지라는게 현장의 의견이다.

문제는 자연녹지의 용지 변경을 통해 건물이 들어서면서 연구단지 녹지도 누더기가 되고 있다는 것.

또 필요에 따라 건물이 지어지면서 각 출연연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제각각의 건축물들이 자리잡으면서 명품연구단지의 모습마저 퇴색시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건축설계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폐율 늘어났으나 수치와 현실은 별개

정부는 건폐율 20% 규정 한계치에 다다른 각 출연연 및 벤처기업 등 특구 입주기관들이 부지 부족을 하소연하자 2009년 건폐율을 30%로 늘렸다. 현재 대덕연구단지내 정부출연기관들의 건폐율은 15%에서 21% 이내로 수치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미 지어진 건물 만으로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던 출연연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정이 나아진 게 별로 없다.

전체면적 12만1668㎡(3만6804평) 규모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건폐율은 21.74%다. 용적율은 59.23%로 승인 기준인 건폐율 30%와 용적율 150%에는 못미치는 수치다. 숫자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당장 내년이면 새로운 연구동 건립이 필요하지만 부지가 없는 게 현실이다.

김석찬 시설과장은 "법정 건폐율에서 보면 여유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대지가 있는가의 문제다. 현재 에너지연은 건물 포화상태"라면서 "다른 부지를 만들기도 어렵다. 자체적인 마스터플랜을 통해 고민 중인데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기계연의 전체 대지는 35만1436.55㎡(10만6309평)이나 이중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조성지는 20만1874.73㎡이며 녹지 등 원형지가 14만9561.82㎡다.

기계연의 건폐율은 19.45%로 수치상으로는 비교적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연 역시 2009년 건폐율을 늘리기전까지 이미 건물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에 수치와는 상관없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양일권 시설 팀장은 "2006년정도부터 중장기발전계획을 세웠으나 예산 등 여건에 따라 계획이 바뀌고 있다"면서 "건폐율은 늘었지만 실제 대지가 없다. 새로 건물을 지으려면 기존의 작은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거나 원형지를 변경해 지어야 한다"고 기계연의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공사중인 대덕연구단지 모습. ⓒ2012 HelloDD.com

◆포화상태 대덕연구단지, 다른 지역 물색도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연구소 입지로 다른 지역을 알아보고 있다. 핵융합연은 2005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설로 창설돼 2007년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1997년 연구소 승인 당시에도 마땅한 부지가 없어 당시 녹지였던 원형지를 용도변경해 연구소를 세웠다.

기초연과 핵융합연의 전체 부지는 10만5752㎡(3만1989평)로 6개의 연구동과 부대시설 건물 8개, 행정 및 기타 건물이 각 1개 씩 16개의 건물로 이뤄졌다. 연구동에 비해 부대시설 건물이 많은 건 창고와 가스 전입실 등 공동 시설이다.

창고는 필요에 따라 짓다보니 숫자가 늘어났다는게 담당자의 이야기다. 핵융합연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가핵융합에너지개발진흥법에 따라 계획이 본격 추진돼야하는 상황이지만 현재 연구소내 부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우진 건설관리팀 관계자는 "건폐율은 21.39%로 수치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는 절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현재 플라즈마기술센터의 경우 이미 군산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건폐율에서는 21%로 여유가 있는 상태다. 그러나 항우연은 지난 2004년부터 건물 포화 상태로 새로운 시험시설을 대덕이외 타 지역에 건립하는 것을 고려해 왔었고 논란 끝에 고흥항공센터와 나로우주센터로 연구시설을 분리하면서 건폐율 압박에서 어느정도 벗어났다.

항우연의 대지는 31만7942㎡(9만8000평)으로 25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지석원 선임기술원은 "항우연도 처음부터 마스터플랜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간활용 규정에 따라 건물을 짓기 때문에 왼쪽은 위성과 발사체, 오른쪽은 항공과 위성활용 연구동이 집적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항우연과 비슷한 처지다. 건폐율에서는 여유가 있지만 이미 포화상태로 2005년 충북오창캠퍼스, 2006년 정읍분원을 설치해 부지 부족 문제를 그나마 해결한 경우다.

◆무분별한 건축으로 연구단지 녹지 누더기 현상까지

정부출연기관들이 부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KAIST는 무분별한 건축으로 연구단지의 미관을 헤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AIST의 대지는 114만690㎡(34만5058평)로 건폐율은 12. 92%, 용적율은 38.92%다. 건폐율 30%를 채우기까지는 충분히 여유가 있다.

이러한 여유 때문인지  KAIST는 2000년 이후 동문창업관, 학생회관, 유레카관, 정문술 빌딩 본관, 창의학습관, 나노종합센터, 자동차기술원, 희망관, KI빌딩, 메디컬센터, 스포츠컴플렉스, 인터내셔널센터 등 최근까지 들어선 건물만해도 즐비하다.

현재까지 건립된 건물만 88개동에 이른다. 그러나 건물들간 연계성이나 통일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덕에 오랫동안 거주했던 한 과학자는 "(KAIST가) 필요에 따라 건물을 짓는 것이겠지만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건물들로 예전에 비해 숨이 막혀 보이는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과학자는 "예산이 있으면 더 좋은 시설을 갖춘 연구동 등 건물을 짓는 건 당연하다. 학교가 발전하는 과정인데 그걸 탓해서는 안된다"면서 "다만 건물들이 기존의 건물과 어느정도 통일성이 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성구청이 제시한 자료(2000년 이후 대덕연구단지 건축현황)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대덕연구단지내 정부출연기관과 KAIST에서 신·증축 한 건물 건수만해도 250여건에 이른다. 무엇보다 자연녹지지역에 들어선 건물이 약 80%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KAIST에서 많게는 40여건, 적게는 20여건의 건물 신·증축이 이뤄졌다. 이들 출연연 역시 기존에 확보된 자연녹지지역을 용도변경해 건물을 올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덕연구단지는 1973년 1월 대통령의 지시로 '제2 연구단지 건설기본계획'에 따라 27.8제곱킬로미터(k㎡, 840만평 규모)규모에 인구 5만을 예상해 구상됐다. 일본의 쓰쿠바 연구학원도시를 모델로 삼았다.

5년간의 조정공사 끝에 1978년부터 연구기관들이 입주를 시작했다. 당시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조성됐지만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대덕연구단지관리법이 제정됐다.

연구단지관리계획에는 연구단지관리의 기본방향, 연구단지의 위치 및 면적 등을 비롯해 녹지 및 연구환경의 보전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됐다. 명품연구단지를 만들기 위해 연구환경 보전에 비중을 뒀다.

그러나 지금 연구단지의 환경은 애초의 취지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녹지는 누더기가 되고 있고 통일성 없는 건물들이 명품연구단지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①편에 이어 ②편에서는 '출연연 마스터플랜 못 세우는 이유'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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