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기관장 인터뷰]박윤원 KINS 원장…'글로벌 탑3' 달성 기대
불 꺼지지 않는 연구소 KINS, 독특한 조직문화로 최고 성과 창출

"다시는 있어서도,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지만 어쩌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우리나라에게는 원자력 안전 부분에서 전환점을 맞이하게 해 준 기회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여러 대내외 환경 변화가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는 큰 위기일 수도 있지만, 원자력규제 전문기관으로서 '글로벌 원자력 안전의 중심'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아시아 넘버 1, 글로벌 TOP 3'라는 비전 달성을 향해 직원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나아갈 계획입니다." 박윤원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은 우리나라가 원자력 안전 규제에서 만큼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TOP 3' 비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 원장은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후, 지난해 7월 IAEA로부터 종합규제검증서비스를 받았는데, 20여 명의 평가단이 구석구석 살펴본 뒤 '정말 잘했다'는 평가를 내렸다"며 "기술적인 역량에 있어서는 아시아가 아닌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 돼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4대 추진 전략을 세웠다. 세계적 수준의 원전 안전성을 달성하기 위해 규제체제를 정비하고, 개인별 전문역량을 극대화하는 한편, 구제 결과물 품질의 고도화, 규제 업무 수행체제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또, 글로벌 원자력 안전을 선도하기 위해 글로벌 역량 강화와 안전규제 고객 서비스 혁신을 위한 업무대응체제 수립, 경영시스템 선진화를 위한 조직 및 인력관리 효율화와 사회 공헌 활동의 강화 등을 통해 높은 성과 향상을 도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약 30년을 KINS와 함께 해 온 박 원장은 말단 직원에서부터 주요 보직까지 두루 거친 이른바 'KINS 通'이다. 그는 "역사상 가장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KINS의 현 상황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직원이었다가 원장이 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KINS 입장에서는 대내외 환경 변화를 어느 때보다 예의주시해야 한다. 지난해 6월 말 정부 내 대통령직속 장관급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강창순)가 지난해 10월 말 신설됐고, 또한 지난해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로 원자력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여전히 높아져 있다.

박 원장은 "대내 외 환경변화가 우리 KINS에는 큰 위기이기도 하지만, 원자력 규제전문기관으로서 '글로벌 원자력안전의 중심'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비전 달성을 향해 직원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나아갈 계획"이라며 "KINS는 개개인이 자기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전문가 조직이다.

그만큼 조직원의 의견이 기관의 의사결정과 운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직원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셈'이라는 그의 표현이 KINS의 전문성을 짐작케 했다. 그는 "KINS 직원들은 능력과 경력에 따라 또한 중간관리자와 국내외 주요 회의의 좌장 등을 맡으며 의사조정 및 결정자로써의 역할을 키우게 되고, 각종 경영관련 TFT 참여 등을 통해 기관운영에 직간접적으로 많이 관여하고 있다"며 "늘 능동적으로 일을 하려고 하고 있고, 이왕이면 즐기려고 하고 있다. 구성원들 스스로 일하며 즐거움을 찾는 가운데 높은 성과향상을 도모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후쿠시마 원전 사고, 한국엔 기회가 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으로서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법한 최악의 사고로 꼽힌다. 원전 강국이라 불려왔던 매뉴얼의 나라 일본이 겪은 원전 사고의 여파가 글로벌 차원의 원전 안전 문제로 번졌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계 입장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은 전 세계인들의 원전 안전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증대되게끔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 원장은 "안전이 중요하다고는 했지만, 그렇게 중요하다고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었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으면서 자원이 없는 한국에서 원자력 안전이 무너지면 끝이구나 하는 점을 국민들이 절실히 느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시 인명 피해는 방사선 때문이 아닌 지진과 쓰나미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후 이야기가 지속된 것은 방사선에 대한 부분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만든 현상이었다. 그는 "방사선을 눈으로 볼 수 있으면 피할텐데,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두려움을 많이 갖는 것 같다"며 "학습효과가 굉장히 컸다. 국민들이 방사선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관심을 가지고 보면 생각보다 무서운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관리할 수 있다는 인식도 생겨나게 된다"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국민적인 관심이 많아지는 게 어떤 측면에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스스로 이겨나갈 수 있는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물론 안전에 대한 부분은 KINS가 책임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원전 안전 규제 시스템, 철저한 분업…공무원과 연구원의 차이 인정

"우리나라 원전 안전 규제 시스템이 참 독특합니다. 기술적인 역량을 축적할 수 있도록 전문가 조직을 만들어 놓은 것이 대표적인 부분인데요. 정부가 물론 모든 권한은 갖고 있었지만 안전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들에게 일임을 했거든요.

'기술은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 우리는 집행을 하겠다'는 생각이었죠. 다른 나라에는 없는 구조입니다." 원자력안전센터가 1982년에 만들어지고, 더 나아가서 1990년에 KINS가 법적으로 독립했다. 기술적인 업무를 법적으로 위임한 것이다.

그 결과 원자력안전위라는 공무원 조직과 실제 기술적인 문서를 보면서 평가를 하고 안전성 판단을 하는 기술 전문 조직으로 나눠지게 됐다. 지금의 원자력안전위와 KINS다. 박 원장은 "후쿠시마 원전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일본은 원자력 관련 부서들이 다 흩어져 있어서 사고가 났을 경우 결정을 할 수 있는 리더가 수상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밑에서 위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꼴이다. 원전에 대한 전문가도 아닌 수상이 나서서 지시를 하고 있으니 답답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또한 지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움직임도 빠를 수 없어 사고가 더 커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 시스템은 2개 구조로 분업화 돼 있어 사고가 발생해도 빠르게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스템 구축도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어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톰 케어'로 불리는 시스템은 전국의 21개 원전에서 전달하는 방사선 측정치와 원전 내 온도, 한반도 및 주변 지역의 풍향 풍속 등의 신호들을 받아 15초마다 업데이트하는 시스템이다.

세계 최고의 원전 안전 감시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의 발달된 정보기술과 원전의 안전요소들을 감시기관인 KINS에 제공토록 돼 있다. 이 모든 것이 법적인 뒷받침이 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외국의 경우 원전의 안전 요소들은 영업 비밀이어서 공개되지 않는다.

아톰 케어로 관리되는 우리나라 원전은 일본 원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어렵다. 원전에서 사소한 이상이라도 발생하면 아톰케어는 즉각 방재요원에게 이 상황을 자동 통지해 신속한 대처를 가능케 한다. 이를 위해 아톰케어의 원전 안전정보망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에서 가동 중인 20기의 원전과 연구용원자로 하나로의 주요 안전 관련 변수 200~400개를 10~20초 간격으로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아톰 케어의 시스템은 크게 방사능 비상 기상정보망과 방사선 영향 평가체계라는 두 개의 축으로 구동된다. 먼저 기상정보망은 기상청과 연결된 전용망을 통해 풍속․풍향․대기온도 등 전국의 기상예보 자료를 제공받아 원전 중심 반경 40㎞의 3차원 바람장을 생성,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방사선 영향 평가체계의 경우 평상시 방사선 누출사고에 의한 대기확산 평가 및 방사선 피폭선량 계산 결과를 지리정보시스템과 연계, 피해 예상 피해지역을 사전 예측해 놓음으로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신속하고 안전한 대피를 가능케 해준다.

박 원장은 "원자력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시스템을 잘 구축해 놓고 있다"며 "만에 하나라도 있어서는 안 될 원전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오로지 기술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것 밖에 없다. 기술 역량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 KINS, 독특한 조직문화로 최고 성과 창출하겠다"

"KINS 직원들에게는 자발적인 헌신이 있습니다. 강요보다는 자발적으로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소리죠.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가 이런 건 꼭 해야 한다라고 한다면 물불 안가리고 일합니다. 밤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데, 그만큼 일에 몰두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잘 살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발성과 헌신으로 무장된 KINS인만큼 직원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전문가조직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대우를 받는 조직, 관리자는 말 그대로 관리하는 사람, 즉 전문가들을 잘 인터페이스하고 코디네이션 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며 "직원 상호간, 직원과 중간관리자, 부서 상호간, 중간관리자와 상위관리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 그 어느 하나라도 막히게 되면 유기적인 조직의 생명력을 잃게 된다. 경청과 소통은 KINS를 움직이는 핏줄이자 근육이다"며 "'릴레이 소통 한마당'을 통해 소소한 이야기부터 기관 운영에 이르는 모든 분야의 의견을 나누겠다.

직원들의 의견을 십분 반영해 각종 제도와 시설 등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박 원장은 "스물두 살 성년의 KINS에게 필요한 것은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에 의존하는 안일하거나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다. 무모할 정도로 창조적이며, 도전적인 청년의 기상으로 늘 미래를 준비하는 KINS가 돼야 한다"며 "관행에 의존하는 경직된 자세, 개성과 자율이 억제되는 풍토, 핵심 업무 보다 업무 외적인 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은 과감하게 버리고, 일의 경중과 선후 그리고 완급을 가려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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