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범의 실리콘밸리 이야기]

지난해부터 아이들의 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고자 그 근처 동네에 매물로 나온 집들을 알아보고 있다. 참고로 우리 집 아이들은 크리스천 스쿨이라는 사립초등학교를 다닌다. 웬만한 공립학교에는 중국계와 인도계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미국식 전인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생각에 크리스천 스쿨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학생들 중 반 이상이 크리스천계 백인이고, 한국 학생들과 조금의 중국학생들이 전부다.

아무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도시들 중에서도 팔로알토, 멘로팍, 로스알토스, 마운틴뷰 정도가 노른자위에 속한다. 그런 도시에 가야 괜찮은 사립학교가 있는데, 그 중 한 도시로 이사를 가려고 계획을 했었던 것이다.

물론 로스알토스 힐스, 아떨톤, 힐스버로우라는 시들도 있는데 워낙 부호들만 사는 곳이고 주민들 수도 적어 일반인들은 별로 생각을 안 하는 도시들이다. 아무튼 올해에는 이사를 갈 생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는데,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다름이 아니라 멘로팍 소재의 페이스북 회사가 4월말 경에는 상장을 할 것이라고 주식관리청에 등록을 한 것이다.

그 회사가 상장될 경우, 예상 총 시장가격이 미국 돈으로 1천억 달러로 산정되는데 한국 돈으로 100조원쯤 될 듯 하다. 말이 그렇지 처음 상장을 하는 회사의 총 시장가가 10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실리콘밸리에서는 벌써 그 여파에 대해 다들 술렁이고 있다.

그 회사 근처 도시에서 집을 팔 생각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페이스북 사가 상장을 하고 나면 그 회사 직원들이 주식을 팔고 내 집 장만을 할 생각에 회사 근처 도시들의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 집 파는 것을 그 때까지 미루거나 아예 더 높은 가격에 내 놓겠다고 한다. 그러니 올해쯤에 같은 동네로 이사를 갈 생각을 하고 있던 우리 가족에게는 사고 싶어 하는 주택가격들이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보이니 참 난감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 사 주식을 통해서 막대한 재산을 벌게 될 사람들은 상당수가 될 듯 하다. 페이스북의 파운더이자 최대 주주인 저커버그(20대 후반)의 예상 보유주식 시가는 270억 달러쯤으로 기억을 한다. 또 그의 하버드 대학 룸메이트가 보유한 주식의 시가는 약 20억 달러로 예상되고, 저커버그의 프렙스쿨의 룸메이트 역시도 수억 달러의 주식을 보유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니 정말 사상 초유의 최대 복권을 수십 명이 맞는 상황쯤으로 봐도 되겠다. 그 중에 본인이 MSNBC에서 읽은 흥미 있는 얘기는, 페이스북 사가 이전에 팔로알토 사옥이 있을 때(지금은 멘로팍에 이전을 했다) 그 회사의 입구에 벽화를 그려준 한국계 미국인 화가가 그 대가로 수천불의 현찰이나 그에 상당하는 주식 중 한 가지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화가는 페이스북이란 것에 매우 회의적이고 우습게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게 겨우 수년 전인데, 지금 그 주식가를 약 2억 달러 정도 예상한다고 하니 정말 놀랍기만 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현재 재정수입원의 고갈로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 정부도 소위 이 '페이스북 효과'를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페이스북 사가 상장이 되면, 그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것이고 주식은 곧 막대한 금액에 매각하게 될 터이니, 그로부터 파생되는 주민 소득세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주 의원들은 그 예상되는 소득세원을 교육 쪽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다른 주 의원들은 다른쪽으로 쓸 곳을 생각하고 있다니 그 예상 효과가 대단한가 보다. 실제로 구글 사가 상장을 할 때도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상당한 소득세를 거둬들인 것으로 안다.

아무튼 지금 실리콘밸리는 온통 페이스북 효과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고 봐도 되겠다. 이런 기회가 한국계 회사들에게도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행하던 싸이월드나, 미국에서 수년전까지만 해도 페이스북과 막강하게 경쟁을 하고 있던 마이스페이스도 같은 계열의 경쟁 회사들인데, 어떻게 페이스북은 이렇게 성장을 하게 된 것일까?

안 그래도 작년 여름쯤에 마이스페이스 사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한참 페이스북과 경쟁을 하면서 성장을 해나가던 시기에 마이스페이스 사는 미국의 유수 기존의 언론 회사에 좋은 가격에 팔렸었다. 반면에 페이스북은 계속해서 벤처 투자를 받으면서 독립적으로 성장을 해왔는데, 그 이후부터 페이스북은 고속 성장을 지속했으나 마이스페이스는 거의 망한 상태가 돼 결국 헐값에 작년쯤 몇몇 개인투자가들에게 되 팔렸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하이텍 회사는 기존의 복잡한 회사 질서나 답답한 경영체제에서는 그만큼 창의성이나 열정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을 한다. 그러나 페이스북 회사만을 벤치마크 하려고 해서도 위험하겠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회사는 많아야 10년, 20년에 하나도 나오기 어려운 회사들일 터이니, 그런 회사를 벤치마크 했다간 남아나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 싶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필자가 잘 알고 있던 20대 초반의 두 청년이 설립한 인터넷 마케팅 회사가 결국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반면에 약 6년여 고생을 한 40대 중반의 엔지니어가 설립한 통신장비 테스터 회사는 지난해부터 내부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두 회사의 차이는 청년들이 설립한 회사의 경우 투자를 받는 데 중점을 둔 반면, 40대 중반의 베테랑 엔지니어가 설립한 회사는 처음부터 물건을 팔아 수익을 남기고 고객층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 것에 있다.

그 청년 사장이 실리콘밸리를 떠나면서 남긴 말은, 실리콘밸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너무 허황된 꿈을 꾸게 한다는 것이었다. 회사에는 잔여 자금이 몇 천 달러가 안 돼도 회사 값어치를 백만 달러로 산정해 투자를 받으려고 시간을 너무 허비한다는 것이다.

한국계에서도 페이스북, 그리고 구글 같은 회사가 나오길 정말 바란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 이면에 현실성이 없이 도전을 했다가 맥없이 포기하는 수많은 회사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페이스북 사 같은 도전성과 더불어 첫 달부터 고객을 염두에 두고 수익을 남기려는 자세로 창업을 하면 좀 더 나은 회사가 되지 않을지 기대해 본다. 문의 : briansong@lawyersong.com
 

▲송희범 변호사  ⓒ2011 HelloDD.com
송희범(Brian H. Song) 변호사는 미국실리콘밸리 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86년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고3 시기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으며, 이후 미국 고등학교를 거쳐서 버클리 경제학과를 수료하고 미국 메릴랜드주립 법대를 마쳤습니다. 또 뉴욕주의 NYU에서 세법석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이후에 컨설팅회사 'Pricewaterhousecoopers'의 국제회사 자문을 3년간 맡았으며, 팔로알토의 'Gray Cary' 로펌에서 2년간 근무 후 독립사무실을 개설했습니다. 현재 8년째 독립적으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로 상거래, 회사 및 투자, 컨설팅과 관련 소송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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