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연·김수민 KAIST 학생, 세계적 학술지 Cell 자매지 논문 게재
신입생때부터 드러난 열정…진정한 융합연구의 본 보여준 대표 사례

아무리 감춰도 감출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호기심이다. 꾹꾹 참으려해도 어느 순간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호기심은 과학자에게 있어 그 자체로 연구 정신이 되기도 하고, 열정을 불타오르게 하는 동기가 된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서남표) 화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조상연 군에게 호기심은 그의 에너지였다. 말라리아 연구와 관련해 제1저자로 발표한 논문이 셀(Cell)지가 발행하는 생명공학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생명공학의 동향' 2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된 성과도 그 밑바탕에는 호기심이 주효했다.

대학원생도 아닌 학부생이, 그것도 세계적인 학술지에 표지 논문을 게재했다는 소식에 학교가 들썩였다. 근래 들어 학부생의 연구 참여가 활발해진 까닭에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에 논문이 실리는 경우가 가끔씩은 있었지만, 셀 자매지와 같은 세계적인 학술지에, 그것도 표지논문으로 실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같은 조 군의 활약에 주위에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광주과학고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2009년에 KAIST 입학한 조 군은 평소 연구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1학년 때 부터 다양한 학과를 넘나들며 스스로 연구거리를 찾아다녔다.

물리화학 분야 융합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인 이효철 화학과 교수를 찾아갔던 일은 아직까지 그에게 가슴 벅찬 일로 남아있다. "교수님, 하이젠 베르크(Werner Heisenberg) 같은 역사 속 과학자들은 20대 초반에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냈는데 저는 이대로 가다간 늦어버릴 것 같습니다. 교수님 연구실에서 융합연구를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 이 교수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자신을 직접 찾아온 학생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조 군은 "논문을 주시며 읽어보라고 하셨다. 어려운 내용도 있었지만 읽고 다시 찾아갔다. 교수님이 이것 저것 물어보신 후 함께 연구를 해보자고 말씀을 하셨다"며 "세계적인 과학자들은 어린 나이에 논문을 많이 썼었다.

나 역시 빨리 연구를 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2학년 때는 이 교수의 지도아래 학부생 연구지원 프로그램인 URP(Undergraduate Research Program)에 참여해 '시간분해회절에 의한 용액 상 구조 동력학 분석'에 관한 탁월한 연구 성과를 거뒀다.

이 연구로 조 군은 2학년 학생으로는 이례적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한편 후속연구비 1000만원과 해외학회 참가라는 특전을 받으며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김동섭 바이오 및 뇌 공학과 교수와 '알카인 수화반응을 촉매하는 단백질의 컴퓨터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정유성 EEWS대학원 교수와는 '전산모사를 통한 이산화탄소 흡착 촉매 디자인'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논문 표지. ⓒ2012 HelloDD.com

여기저기 기웃대고 돌아다닌 탓에 그에겐 스승도 많았다. 지난해 2월부터는 바이오광학분야 융합 연구에 대한 세계적 학자인 박용근 물리학과 및 광기술연구소 교수의 지도를 받아 왔다. 이번 셀 자매지에 게재한 논문은 박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수행한 연구과제 중 하나다.

같은 공동저자 중 한명인 김수민 학생(제2저자) 역시 물리학과 학부생으로 '개별연구제도'를 통해 연구에 참여했다. 조 군은 '말라리아 연구를 위한 광학 영상기술'이라는 제목의 이번 논문을 통해 "학질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말라리아에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3억 명이 감염되고 또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있지만, 아직도 말라리아 질병의 많은 부분이 알려져 있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함께 말라리아 연구를 크게 3가지로 나눠 체계적으로 광학기술을 이용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바이오 이미징 기술을 말라리아 감염질환 연구에 통합 적용하고, 말라리아 연구에 적용 가능한 광학영상 방법들을 소개함으로써, 다 학제 간 융합 연구시대에 경쟁력을 갖는 광학-의학연구 전략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조 군은 "고등학교 시절 SEE-KAIST 과제에 출품해 수상하면서 연구에 대한 재미를 느꼈고, 2학년 1학기까지 특정한 학과가 없는 무학과 제도를 운영해 다양한 분야의 융합연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국내 최고의 연구중심대학 KAIST로 진학을 결심했다"며 "특히 학부생에게 관련분야 최고 교수와 연구기회를 주는 URP 및 개별연구제도로 인해 뛰어난 교수들의 지도와 학교의 충분한 재정적 지원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마음껏 연구를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롤모델은 마이클 패러데이다. 재미있는 과학을 했던 대표적인 과학자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 역시 재미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 목표다. 조 군은 "앞으로 목표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융합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라며 "제가 하는 연구를 통해 전 세계 어려운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들을 도우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후배들을 위해 한 마디 조언도 이어졌다.

그는 "1학년 때 KAIST에 들어왔을 때 중간고사를 봤는데 충격이었다. 평균 아래였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며 "공부의 개념을 나중에 연구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 염두해두고 공부를 했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았던 셈이다.

후배들에게도 공부 하나만을 파는 게 아니라 목표를 뚜렷이 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제2저자인 김수민 학생 역시 "재미가 중요한 것 같다. 과학 원리를 배울 때 앞으로 어떻게 쓰일지 알면 흥미롭다. 과학공부를 지루하게 하는 것이 아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게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편 조 군은 현재 해외 대학원 입학을 계획하고 있으며 올 3월 입대해 의무소방요원으로 군복무를 할 예정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소방관인 고 조용완 씨로 소방관에 대한 남다른 인연으로 군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김수민 학생, 김영찬 박사, 조상연 학생. ⓒ2012 HelloDD.com
◆ 용어설명
▲SEE-KAIST 1992년 첫 행사를 시작으로 'Open-KAIST'와 번갈아 격년제로 실시해오는 행사로 KAIST 연구 성과, 과학고 탐구 성과, 산업체 연구개발 제품 등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KAIST의 대표적인 과학문화 대중화 행사다.

▲무학과제도 학사과정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학과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학과 구분 없이 입학해 개인의 적성 등을 고려해 2학년 1학기를 마친 후 학과를 선택하는 제도.

▲URP 학사과정 학생들이 지도교수와 지도조교의 지도하에 실질적인 실험 및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비 지원 및 학점 연계를 통해 학부생의 연구를 현실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 - Long-Term URP 프로그램 (연 1회 실시)

가. 연구기간 : 12개월 (2011년 12월 26일~2012년 12월 21일)
나. 지원내역 * 단독 : 장학금 1,500천원+연구비 3,000천원 * 팀 : 1인당 장학금 1,200천원+연구비 4,000천원 - 겨울/봄학기, 여름/가을학기 URP 프로그램 가. 연구기간 : 5개월~6개월 나. 지원내역 * 단독 : 장학금 1,000천원+연구비 1,500천원 * 팀 : 1인당 장학금 800천원+연구비 2,000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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