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두의 자연 속 과학]

지난해 많은 국민의 큰 관심 속에 방영된 한글 창제 과정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를 통해 한글 창제 당시의 시대 상황과 더불어 한글 반포에 따른 많은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한글이 우리 고유의 문자이지만 수천년간 수많은 사람이 사용해 온 한자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창제된 문자에 보편성을 높여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오랫동안 깊은 고뇌를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글은 세종대왕 시기인 1443년 창제되어 1446년에야 반포됐다.

국보 70호이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1997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1940년에 발견된 후에야 비로소 그 창제 원리가 밝혀졌다. 세종대왕은 문자의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생체모방과 자연모사기술을 적용하였던 것이다.

즉, 한글의 닿소리(자음)는 발음 시 사람의 발음기관과 혀, 입술, 이 모양을 모방한 'ㄱㄴㅅㅇㅁ'을 기본으로 하고 그 나머지 자음을 만들어 냈으며, 홀소리(모음)는 좀 더 심오한 자연의 이치와 철학적 사고에 바탕을 둔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 즉 천지인을 표현하는 'ᆞ', 'ㅡ', 'ㅣ' 의 기호를 이용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우리의 한글은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소리도 문자로 나타낼 수 있는 표음문자이다. 창제 당시의 한글로서 표현하지 못하는 소리가 없었으며, 초성을 두개 이상 사용하는 병서와 연서의 원칙으로서 발음 구분이 어려운 L과 R, B와 V, P와 F 등도 잘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즉, L은 ㄹ, R은 ㄹㄹ 또는 ㅇㄹ , B는 ㅂ, V는

, P는 ㅍ, F는

등으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다.

이 원칙에 의하면 발음이 어려운 세계 어느 나라의 언어도 대부분 쓰고 표현할 수 있다. 일제시대 때 강제로 시행된 언문철자법으로 인해 이러한 원칙이 사라지게 되어 아쉽지만, 언젠가는 이러한 원칙이 다시 복원돼 우리 한글의 발음이 더욱 다양해지리라 믿는다. 한글의 과학적인 우수성과 보편성은 휴대폰과 스마폰이 일상화된 현대의 정보화 시대에 그 빛을 더욱 발하고 있다.

중국의 한자나 일본의 가나는 발음대로 알파벳을 친 후 음 변환 과정을 거쳐야만 문자로 입력할 수 있으며, 영어의 알파벳도 28자나 되어 적은 수의 자판에서 글자를 입력하기가 번거롭고 불편하다. 우리와 같이 손쉽게 문자를 입력하고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나라는 아마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정보 통신 기술을 선도하는 바탕에는 자연을 모사한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어진 한글 사용의 편리성과 보편성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우리나라의 르네상스 시대는 한글 창제와 더불어 측우기, 앙부일구, 자격루, 혼천의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세종대왕 시대로 알려져 있다. 서양에서는 다방면으로 천재적인 소양을 보인 레오나르도다빈치의 활동 시기를 르네상스 시대라고 부른다. 다빈치는 이태리 피렌체 지방에서 1452년에 태어나서 1519년까지 과학, 예술, 의학 등 모든 분야에 혁혁한 업적을 남김으로서 서양 문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이보다 50여년 앞서 세종대왕은 1398년에 태어나서 1450년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찬란한 업적을 남겨 우리나라의 르네상스 시대를 서양에 반백년 앞서 이루어 냈던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는 대표적인 문화 유산으로서 한글을 손꼽음에 주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을 주제로 하는 테마 공원이나 박물관 하나 없는 현실과 한글의 탄생과정과 과학적인 원리 등을 소개하는 서적이 지난해 일본 학자에 의해 국내에서 발간된 사실이 안타깝지만, 정보화 시대에 한글에 대한 사랑이 더욱 높아져 우리의 소중한 문화 유산이 더욱 계승 발전될 것으로 확신해 본다. 예로부터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과 어울려 살아온 우리 선조들은 이미 16세기 말에 거북선과 하늘을 나는 비거(飛車) 등을 개발해 자연모사기술을 실현시켰으며, 자연의 이치로부터 보편성을 확보한 한글의 우수성은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한글의 자음 형상과 훈민정음 해례본. ⓒ2012 HelloDD.com
한글의 자음 형상과 훈민정음 해례본. ⓒ2012 HelloDD.com
 

▲김완두 박사  ⓒ2012 HelloDD.com
김완두 박사는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생산시스템연구본부 영년직 책임연구원으로,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아사업인 '생체모사인공감각계' 사업단장과 '생태모사 청정표면 가공기술개발사업' 총괄책임자를 맡아 자연모사기술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1982년부터 기계연 한 곳에서만 연구를 진행해 오셨던 김 박사는 2003년 연구원 최우수 연구상을, 2008년에는 대한기계학회 기술상과 과학기술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박사는 '자연 속 과학'을 통해 자연 생태계는 친환경적이고 고효율화·최적화된 시스템임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신비로운 자연생명체의 여러 현상을 바탕으로 인간생활에 활용하는 기술을 소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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