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생체모방공학의 석학, 예로니미디스 레딩대학 교수
"기초과학연구 부흥위해 지속적 투자가 뒷받침돼야" 피력

"지속가능한 사회가 중요해질수록 자연이 가지고 있는 현상을 통해 푸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자연친화적이며, 저비용이라는 장점과 더불어 구조적·기계적·화학적으로 봤을 때 적은 에너지 효율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큰 이점이 있죠." "생물은 적자생존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가장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에서 살아남습니다.

우리가 지금껏 만들어낸 기술들은 효율적이지 않고, 에너지를 많이 낭비하고 있죠. 그럴수록 자연에서 배우는 것이 필수로 다가오게 되죠. 자연모사 연구를 중심으로 과학자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려고 합니다.

" 생체모방공학 분야의 석학으로 알려져 있는 예로니미디스 영국레딩대학 교수가 9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ISNIT(국제자연모사심포지엄) 2012'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대덕넷과의 인터뷰를 통해 연구와 기술의 지속성을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 자연모사 연구를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모사를 하려는 생물의 이해다.

그는 "우선 생물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모사 연구를 진행할 기회 자체도 생기지 않는다"며 "인간의 경우 분야에 따라 문제에 접근하지만, 자연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런 면에서의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 가지는 '펀드'의 연속성이었다. 현재 그는 자연모사·생체모방기술에 대한 다양한 분야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는 바이오콘(BIOKON)' 인터내셔널 협회의 수장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연모사 학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바이오콘 협회는 그간 독일연방정부 차원의 관심과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자연모사 혁신 지속가능 제품 및 기술'이라는 프로그램의 펀딩으로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예로니미디스 교수는 "지원을 받고 있긴 하지만, 펀드의 연속성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현재 유럽연합(EU) 차원에서의 새로운 지원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중이다"며 "활발하게 협력이 진행되고는 있다. 지금까지 독일 정부에서 펀드를 지원받았는데, 그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더 큰 레벨에서의 연구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독일에서 받는 펀딩 규모는 한화로 480억원(3년) 정도다. 평가 역시 2년에 한 번 정도 이뤄지는데, 연구의 지속성에 대해 체크를 하는 수준에 그친다. 심층적인 평가는 5년에서 6년 사이 한 번씩 진행된다. 이에 비해 국내 자연모사 기술에 대한 지원은 열악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원이 개별 연구 과제로 지원을 받는 것 이외에는 지원이 전무하다. 예로니미디스 교수는 "투자는 필수적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연 모사 기술이 적용 가능하다. 특허 역시 지난 20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며 "대체 에너지를 찾기 위한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자연모사는 그런 면에서 탁월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모사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학술대회와 협회 창립 등도 봇물을 이루고 있는 상태다. 중국에서는 2006년도부터 격년으로 '국제바이오닉공학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고, 2010년 9월에는 국제바이오닉공학협회를 창립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9월 국제바이오닉공학학술대회가 개최됐으며, 베를린에서는 독일연방교육연구부의 지원을 받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국제산업컨벤션-바이오이메틱 2011'에 발표돼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2006년부터 KAIST와 한국기계연구원, 대한기계학회 바이오공학 부문의 중심이 되어 국제자연모사심포지엄을 개최해 오고 있다.

자연모사 연구개발에 대한 필요성에 기반해 참석자와 발표 논문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로니미디스 교수가 이끌고 있는 바이오콘 협회는 이미 10년 전에 설립된, 이른바 자연모사계의 맏형 격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맞고 있는 환경이나 에너지 위기는 과학기술로 풀어야 한다.

자연모사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전 세계 과학자들이 국제적으로 협력해 뭉치려고 하는 것 역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대안을 제시하고, 해법을 내놓을 수 있도록 과학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용화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덧붙였다.

그는 "기초연구를 시작하다가 죽음의 계곡을 벗어나야 상용화가 진행될 수 있는데, 죽음의 계곡을 벗어나기가 참 힘들다"며 "기초연구가 계속 지속되다가 거의 완료되는 시점에서 예산이 부족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죽음의 계곡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세금 혜택이라던가 벤처 캐피털의 투자,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로니미디스 교수가 이번 한국의 학회에서 느낀 것은 유럽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술에 접근하는 자체가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한국의 연구 수준이 뛰어난 것에 놀랐다. 특히 나노 마이크로 가공 기술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한 젊은 과학자들이 학회에 많이 참여한 것을 보니 기뻤다. 그는 "자연모사 공학은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전도유망한 연구 분야이기 때문에 두려워말고 문제를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덤볐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편 KAIST와 한국기계연구원, 대한기계학회는 9일부터 11일까지 강원랜드 하이원 리조트에서 'ISNIT 2012'를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자연모사 공학을 연구하는 국내·외 연구자들이 모여 자연모사 공학에 대한 국제적 기술 동향과 새로운 연구 성과들을 발표하고 자연모사 공학의 응용 사례 연구에 대한 의견을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기계연 파이오니아 융합연구단협의회(회장 김완두)가 주최한 한국과 독일의 조인트 워크숍 '자연모사 지속가능기술'에서는 생체모사인공청각기구 개발 성과를 포함한 국내 자연모사 연구 현황이 발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재흥 KAIST 교수(ISNIT General Chair)는 오프닝 세레모니를 통해 "2006년 처음 열린 ISNIT가 6회 째를 맞이했다.

자연모사의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자리로 마련돼 왔다"며 "즐거운 분위기에서 연구의 수준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 창출 뿐만 아니라 좋은 교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회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함께 모인 참가자들.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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