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위, MB 보고서 '미래지향적 연구환경 조성' 추진
연구현장 "우수인력 유입효과로 환영…점진발전시켜야"
'출연연과 산업과 융합' 적극 추진에도 필요성 공감

"일단 정년환원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 이야기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점진적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출연연의 정년환원 진작 실현됐어야 했다.

그러나 우수연구원의 기준과 대우에 대해서는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년연장이 문제가 아닐 수 도 있다. 과학기술 진흥을 국가가 진정 바란다면 우수 연구자에 대한 국가적 대우를 원점에서 재검토해봐야 한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김도연)가 올해 핵심업무로 정부출연연구기관 과학기술인들의 '정년 환원'을 꼽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구현장은 일단 대다수 환영의 뜻을 밝히며,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우수인력 유입을 위해 반드시 정년연장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과위는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우수연구원에 대해 정년을 환원하고 우수 비정규직 연구원을 정규직으로 점진 전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사실 출연연 정년을 65세로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정년 61세 축소 이후 14년 동안 과학기술계의 염원이었다.

그동안 출연연 과학자들은 정년이 4년 더 긴 대학 교수로 직장을 옮기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으며, 안정된 연구환경을 선호하는 젊은 이공계 인재들에게는 출연연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 국과위는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출연연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이날 ▲65세 정년 환원 ▲기초연구비 3년간 안정적 지원 ▲연구비목 간소화·부처별 복잡기준 통일 등을 적극 추진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출연연의 정년환원은 모든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실행되는 것은 아니며, 우수 연구자들의 연구 지속성을 위해 일부 비율만 정년연장을 보장하는 것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국과위가 지난해 최초 발표한 정년연장 방안에 따르면 정년환원 대상자는 책임급 7년 이상인 정규직 연구원으로 전체 연구원 정원 10% 정도다. 현재 27개 출연연에 근무하는 연구원 중 선발 대상에 해당하는 연구원 수는 약 800여 명으로, 정년이 연장될 경우 임금 피크제 도입과 61세 급여의 90% 수준 연봉이 제공될 전망이다.

◆ 연구현장 반응?…"우수 연구자 대우할 거면 더 파격적으로"

국과위의 정년환원 이슈가 과학기술계에서 불거진 가운데, 연구현장은 국가의 우수 연구자에 대한 대우를 근본적인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연연의 40대 초반 K 박사는 "우수 연구자에 대한 처우를 이왕에 해줄거면 65세가 아니라 70세 정년, 무정년 등 파격적으로 대우해 줘야 한다"며 "누가봐도 인정할 만한 과학자들을 무정년 내지는 파격적 보상을 해준다면 더 큰 인력 유입과 연구환경 개선효과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0대 후반의 P 선임연구원은 "정년 몇 년 더 보장한다고 해서 우수인력이 오는 사례는 극히 드물 것"이라며 "국가가 과학자를 어떻게 믿고 대우하느냐에 따라 과학계 위상이 달라지는 법이다. 그런 차원에서 규정에 의한 인력운영 보다는 국가적 R&D목표를 실현키 위한 정년보장 내지는 인력운영 체제를 갖추는게 더 급선무"라고 피력했다.

현장의 많은 과학자들은 이번 국과위의 정년환원 역점사업 추진에 대해 상당수가 일단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세부적인 기준과 실현 여부에 대해서는 일부 냉소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S 연구원의 K 박사는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모두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해준다는 이야기인데 그 기준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며 "전체 30%는 해줘야 사기 진작 차원에서도 효과가 있다. 교수들은 70세 정년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시점이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원자력연의 경우 정년 대상자가 많기 때문에 10%로 정해버리면, 그 다음 정년 받을 사람들은 결국 못받고 퇴임해야 하는 상황에 생긴다. 1년에 1%씩 채워나가라는 말을 하지만, 이것 역시 실효성이 없는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그는 "현재 대학이 시행하고 있는 정년과 똑같이 해주면서 바늘구멍 하나 만들어놓고 뚫고 나가라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라며 "출연연 대우 안 좋다고 소문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L 연구원의 W 박사 역시 기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정년 환원은 당연한 이야기이며,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 정부에서 말하는 기준은 10% 수준인데 이렇게 되버리면 뒤의 사람들은 기회도 안 주어질 수가 있다"고 걱정했다. K 출연연의 B 박사는 "일단 정년 환원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 이야기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점진적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회장인 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는 "정년 환원을 통해 젊은 이공계인들의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관점 보다는 출연연에 우수인력을 유입할 수 있는, 또 왕성한 연구를 하는 60세 이상 우수 인력이 출연연에 남아 일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는 것"라며 "그런 입장에서 10%는 작을 수도 있지만 (정년환원)시작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년환원은 작년부터 시행한다고 했었는데 안됐다. 올해 확실히 시행할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역시 "과학기술인들이 전부터 원해왔던 일로 정년환원을 환영하며 지속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길주 KIST 원장은 "업무보고에서 경험 많은 과학자들이 기업을 도와주기 위해 정년환원이 돼야 할 것이며 이와 더불어 연구인원수를 늘려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 "연구실패 책임 묻기보다 '성실성' 인정문화 조성해야"

국과위의 이번 업무보고에서 또 하나 주목받은 핵심정책 추진사항은 '기초연구비 안정적 지원'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초연구에 대해 '그랜트 방식'을 적용해 1회 협약으로 3년간 연구비를 안정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매년 협약을 거쳐 연구비를 지급했었다. 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는 연구 성실성이 인정되면 목표한 결과가 안나오더라도 정상적 연구로 간주해 도전적 연구문화를 조성할 방침이다. 연구비목은 4개(인건비, 직접비, 위탁연구비, 간접비)에서 2개(직접비, 간접비)로 간소화하며, 부처별로 복잡한 기준도 통일할 계획이다.

다만, 연구비 부정사용자에 대해서는 R&D 사업 참여 제한을 최대 5~10년으로 확대한다. PBS 제도로 인한 과도한 과제수탁 부담도 완화시키기 위해 출연금 비중을 현재 50%수준에서 '14년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출연금 연구사업에 대해서는 출연연에서 자율적으로 기획해 추진할 수 있도록 묶음예산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국과위 관계자는 "연구에 대한 실패를 묻는 연구 환경보다는 그들이 연구를 위해 얼마나 성실히 마음을 다했는지에 대한 '성실성'을 인정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비판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봐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 대통령 업무보고서 화두로 떠오른 것은? '출연연과 산업과 융합'

국과위는 기술창업 R&D 투자를 확대해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출연연과 대학의 창업지원 기능과 중소기업의 R&D 인력지원을 확대해 산학연 전체 차원에서 창업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정부 R&D 예산 중 창업 및 기술이전 비중을 '11년 1.7% 수준에서 '15년 3.0%까지 확대하고, 출연연 묶음예산의 5%이상을 기술창업 지원에 쓰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창업 역량도 강화시키기 위해 출연연과 대학의 창업지원 기능가 중소기업의 R&D 인력지원을 확대해 산학연 전체 차원에서 창업역량을 강화해 나간다. 또 창업 지원하는 R&D가 활성화 되도록, 관련 연구과제에 대해서는 연구자가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과제 수에 제한을 두지 않도록 하고, 중소기업이 정부 R&D 에서 발생한 기술료를 정부에 납부하는 비율도 현재 10~25%에서 1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 외에도 일부 출연연을 국과위 산하 '국가연구개발원'중심으로 개편해 출연연간 칸막이를 없애고 인력 유동성을 높이는 방안과, R&D사업간 유사중복성을 집중 점검해 중복사업은 대표사업으로 통합하고, 유사사업으 상호연계시키는 방향으로 정비하는 등 계획이 발표됐다.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 원장은 "기업 창업에 대해서는 모바일 시대가 열린 지금 기회가 좋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문제는 창업할 수 있는 분위기와 도전 정신"이라며 "창업에 실패해도 다시 제기할 수 있도록 특별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길주 원장은 "업무보고가 끝나고 열린토론에서 출연연이 벤처를 많이 도와주고 싶지만 출연연 자체도 일이 많아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오갔다"며 "출연연 기술을 이전하더라도 산업간의 갭이 큰점도 간과할 수 없으며 출연연이 씨를 뿌려 열매가 나면 그것을 가공해 파는 것이 중소기업의 일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출연연이 자유롭게 도와줄 수 있도록 평가시스템이 변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업무보고가 끝난 후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업무보고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열린 '2012 과학기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과학기술계, 학계, 산업계 각계 대표 및 젊은 과학자, 학생 등 500여명이 모여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고 상호교류 및 화합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과학기술인에 대한 신뢰와 지지와 함께 원자력 안전분야 등에서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소통을 강조하고, 2012년 과학기술계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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