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 2011년을 빛낸 최우수연구상 수상자 선정
[인터뷰]금상 이제훈 박사와 은상 윤의수 박사

한국기계연구원(원장 최태인)은 연구원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2011년 최우수연구상 수상자에 금상 이제훈 책임연구원, 은상 윤의수 책임연구원을 선정했다. 최우수연구상 금상을 받는 이제훈 박사는 첨단 레이저 응용 미세가공 기술개발 및 실용화 기반을 확립한 공을 인정받았으며, 은상을 수상하는 윤의수 박사는 원자로 냉각재 펌프(RCP)의 수력 설계기법 및 독자 모델을 개발한 성과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기계연은 1993년부터 탁월한 연구성과를 거둬 과학기술계 및 산업계에 크게 기여하고 연구원의 명예를 드높인 연구자를 선정해 매년 최우수연구상을 수여해왔다. 올해 최우수 연구상 선정에는 연구원 내부 심사위원 1명과 외부 위원 5명 등 총 6명이 참여했다. 수상은 29일 '한국기계연구원 35주년 창립 기념식'에서 진행된다.

◆ 이제훈 박사 "첨단레이저 응용 미세가공기술로 첨단산업 무한 성장 기대"

▲국내 레이저가공기술을 한단계 도약시킨
'이제훈 박사'
ⓒ2011 HelloDD.com

첨단레이저 응용 미세 가공 공정 및 상품화 기반기술, 사파이어·실리콘 웨이퍼 레이저 드릴링, 경연성 다층 PCB 절단을 위한 레이저 라우터, 물이 묻지 않는 3차원의 초발수 표면을 양산하는 세계적 수준의 친환경 미세가공 공정 기술…. 이상은 이제훈 박사가 중심이 돼 개발한 첨단레이저 응용 미세가공기술 개발의 결과물들이다. 이 박사는 90년대부터 레이저가공기술 분야의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면서 국내 기술을 향상,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기술발전에 기여해왔다.

이 박사가 1996년 한국기계연구원에 첫발을 디딜 무렵만해도 국내에는 첨단레이저 기술이 활성화 되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나라는 자동차·조선·건설 등의 산업분야에서 고출력레이저를 이용한 용접과 커팅 기술을 도입하는 등 고출력 레이저의 필요성이 많았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었다. 또한 국내 레이저 시장은 레이저 마킹기를 중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저가경쟁이 심했으며, 환경문제가 대두하며 규제가 많아지고, 대면적화하는 디스플레이 시장이 형성하는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이 박사는 "세계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환경 규제를 강화, 기존의 기계적·화학적 공정을 대체할 수 있는 청정 미세가공 공정 개발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며 "초정밀 레이저 기술은 전자제품부터 의료기기, 군사·항공분야에 이르기까지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소개했다. 이 박사가 본격적으로 첨단레이저 기술개발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4년 지식경제부 과제를 시작하면서다. 당시 국내에는 생소하던 레이저 미세가공 기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산업원천기술 개발사업으로 '첨단레이저 응용 미세가공 기술개발' 사업을 기획했다.

이후 기계연과 하나기술, 고등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대형과제의 총괄책임자로 활약하며 공동연구와 사업화의 기반을 조성했다. 과제는 미세형상제작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1단계와, 실용화 및 상품화 모델을 개발하는 2단계로 나누어 진행됐다. 연구결과 국내 특허를 42개 건 출원했으며, SCI급 논문 37건을 비롯해 총 73개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성과인 핵심광학모듈과 레이저 미세가공공정들은 참여기업에 이전함으로써 '레이저 웨어퍼 드릴러'와 '레이저 FPCB 및 필름 커팅 장비'를 상품화 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공정가공기술개발을 함께 진행해 3개 공정에 대해 약 20개의 공정특허를 확보했다.

▲기술상용화에 성공한 레이저 커팅기(좌)와 롤투롤 레이저 본딩장비(우) ⓒ2011 HelloDD.com

이 박사팀이 개발한 '첨단레이저 응용 웨이퍼 미세 드릴링 및 FPCB 미세 절단 시스템'은 무역적조 해소는 물론이고 삼성전자나 LG전자 등과 같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국내 장비업계에도 새로운 사업의 계기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박사는 "연구 시작 당시 이 분야 기술개발이 세계적으로 시작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보고 배울 모델이 없었다. 연구 아이템을 잡고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처음 시도하는 것이 많아서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또 해당 과제가 레이저 미세가공분야에서는 처음 시행된 대형과제였기에 산학연 전반적으로 연구인력을 비롯해 기술적, 인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었다. 이 박사는 "개발된 연구 성과들이 기업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했을 때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술이 홍보 되면서 국내 수요기업체에서 이 기술에 대해 문의를 하고 기술협의를 통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도 보람이다.

그는 "함께 과제를 수행했던 대학의 연구원들이 졸업 후 기업체로 진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산학연 네트워크도 형성됐다"며 "기계연에서 함께 노력한 연구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윤의수 박사, 원자로의 심장 'RCP' 국산화 성공

▲펌프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윤의수 박사' ⓒ2011 HelloDD.com

윤의수 박사는 '원자로 냉각재 펌프(RCP; Reactor Coolant Pump) 수력설계 기법 및 독자모델 개발'로 국내 원자로의 냉각재 펌프 국산화의 길을 개척했다. 원자로냉각제펌프(RCP)는 원자로 노심(爐心) 안으로 진입하는 냉각재의 흐름을 도와주기 위해서 원자로 노심의 입구관 전단부에 설치해 냉각재를 강제 순환시켜 핵연료에서 발생된 열을 증기발생기로 전달한다.

원전핵심설계코드, 원전제어계측장치(MMIS)와 더불어 원자력발전소의 3대 미자립 기술의 하나로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RCP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기도 했다. RCP는 원자로 1기당 4대가 설치되는데, 대당 가격이 200억~300억 원에 달한다. RCP는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에 한번 들어가 60년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한치의 오차도 하락되지 않는 만큼 고도의 신뢰성과 안정성, 효율성이 요구되는 기술이다.

기계연은 지난 2007년 윤 책임연구원을 중심으로 지식경제부 원자력발전기술개발사업으로 진행된 'APR(Advanced Power Reactor) 1400급 수력설계기법 및 독자모델개발' 과제를 수행해 독자 설계기법과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국산화 기반을 마련했다.

연구결과 ▲세계적 성능수준의 RCP 수력부품 독자설계기법 개발 및 모델시험시설 구축 ▲RCP 설계기술 자립을 통해 향후 국내개발 원자로의 냉각재 펌프는 국내 독자설계 가능 ▲RCP에서 요구되는 성능시험 기법을 개발하고 세계적 수준의 시험시설을 구축하는 등의 성과를 이뤘다. 이밖에도 APR+용 RCP 독자모델의 성능은 KEPCO E&C(한국전력기술)가 발행하는 요건서를 만족했다. 윤 박사는 과제 1단계에서 RCP 수력설계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독자모델을 설계하고 모델시험을 수행했다. 1단계 연구의 성공을 지켜본 두산중공업은 외국에 의뢰하려던 'APR+ 원전용 RCP'와 해외 수출을 위한 'APR1400 원자로용 50Hz RCP'의 수력모델 개발을 기계연에 추가로 의뢰해왔다. 외국에서는 연구개발 시간과 비용이 적다는 이유로 마다한 과제였지만, 윤 박사는 설계뿐만 아니라 모델성능시험 절차도 만들고 성능시험까지 마쳤다.

▲RCP 축소모델 임펠러(좌)와  RCP 축소모델 디퓨저(우) ⓒ2011 HelloDD.com

윤 박사는 "과제 시간이 짧고 연구예산이 제한돼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동안 기계연에 축적된 특수용도 펌프설계기법과 첨단의 전산유동해석기법이 이번 과제수행을 성공으로 이끈 자산이 됐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번 과제를 통해 개발된 RCP는 신고리 3,4호기에 설치될 용량 1400MW 원전플랜트용 펌프로 340도, 175기압의 극한 환경에서 견디도록 설계됐다.

높이 11m, 무게가 160톤에 이르는 거대한 펌프로서 원자로에서 심장 역할을 하게 된다. 윤 박사는 80년대 열유체 분야의 연구를 시작해 90년대부터는 유체기계를 연구, 2000년대에는 함정추진용 워터젯펌프를 비롯해 유도무기용 고속·고성능 펌프, 로켓추진용 터보펌프용 연료펌프, 석유정유화학용 특고온 펌프 등 국내에서 수행된 대부분의 특수용도 펌프 개발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펌프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윤 박사는 "특수용도 펌프들은 기본 원리는 같지만 용도별로 사용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고온, 극저온 등 환경에 맞춰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고객이 요구하는 연구목표를 달성했을 때 가장 재미있고 보람을 느끼죠." 윤 박사는 "목표률을 100%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성능 또한 외국보다 더 우수하다는 것에 상당히 보람을 느낀다"며 "설계뿐만 아니라 성능시험 기법과 성능시험 장치도 우리 손으로 해낸 것에 대해 연구자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윤 박사는 기계연 마라톤 동호회인 '건각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작년 10월 23일 조선일보가 개최한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등 마라톤 풀코스를 16회 완주하며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도 정책적으로 원자력을 육성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새로운 노형원자로용 RCP 개발과 관련된 연구를 지속적으로 참여할 뿐만 아니라 새로이 해양플랜트용 심해저 Oil&Gas 펌프개발 과제를 도출하고 싶다"며 연구자로서의 의욕을 나타냈다. 새해에는 극한기계부품연구본부장으로서 고객이 감동하는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RCP 실험 중인 윤의수 박사와 연구원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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