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준 ETRI 본부장 "능력있는 학생들 조기 발견해 체계적 교육을"
소프트웨어 개발은 사람이 핵심 "젊은 SW 도사 키워야"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는 10세에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리눅스 운영체계를 만든 리누스 토발즈 역시 초등학교 6학년 때 외할아버지가 쓰던 낡은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빌게이츠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푹 빠져들었던 때도 학생 때의 일이었다. 김명준 ETRI 창의연구본부장은 이에 반해 대한민국을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를 죽이는 나라라고 혹평했다. 그는 전 세계를 혁신으로 이끌었던 소프트웨어 강자들이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자질'을 갖고 그 능력을 키워갔던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남다른 자질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조기에 발견해 키워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30년 간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만 연구 활동을 진행해 온 우리나라 대표 개발 전문가. 그가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우리나라 초·중·고 프로그래밍 교육 현황을 접하고 나서부터였다.

김 본부장은 "현재 초·중·고등학교 교육에는 프로그래밍 교육이 전무한 실정이다. 초등학교 5, 6학년들은 컴퓨터 사용자 교육을 받고, 중학교·고등학교 학생들은 선택과목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 강국인 인도나 멕시코는 프로그래밍 교과목이 마련돼 있다.

우리나라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서 교육 제도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ETRI 연구원 한 명이 일년에 창출하는 소프트웨어 의 규모는 약 3만 줄 정도다. 그런데 100명, 200명 가운데 한 사람은 30만 줄의 프로그램을 돌린다. 10명의 연구원들이 1년간 할 수 있는 일을 한 명이 수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김 본부장은 "이런 이들을 영어로 'guru(구루)'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도사"라며 "젊은 소프트웨어 도사들을 키워야 한다. 자질이라는 요소는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교육계가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음식계로 치면 절대미각을, 음악계로 치면 절대음감을 찾아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은 'Art of program'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IT 업계의 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종의 선입견으로 선호 직종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 본부장은 "왜 대한민국에서 빌 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가 안 나오는가.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둘러싸고 있다. 얼마 전 열린 정보올림피아드에서 우리나라가 잘못했다. 부모님들의 교육에 대한 간섭이 커지니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컴퓨터 한다고 하면 '미쳤다'는 반응이 돌아오는 게 요즘 부모들의 속성이다.

내신에도 도움 안되고 대학 가는 데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게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환경과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본부장은 "연구는 결국 사람이 한다.

창의적인 것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내는 것도 사람이다.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소프트웨어는 위대한 발상을 구현하는 모체다.

다른 사람과는 차별화된 발상은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그것을 못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모든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교육이다"고 강조했다.



▲구글의 검색엔진과 서버를 빙산의 일각으로 표현했다. ⓒ2011 HelloDD.com

미국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잘 나가는 회사로 꼽히는 구글 역시 차별화된 발상으로 탄생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창업주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사용자가 세상의 모든 정보를 공짜로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한다'는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구글을 만들어냈다.

수학천재와 천재공학도가 만들어낸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이면에 있는 200만 대의 서버때문이었다. 검색 엔진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정작 200만대의 서버가 주인공인 셈이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200만 대의 서버는 보지 못하고 구글의 검색엔진만 보고 있다. 이러고 있으니 진정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은 세계 시장에서 10년 정도 뒤쳐진 상태다.

스리랑카보다도 뒤져있다"며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 중 하나인 우리 한민족의 젊은 소프트웨어 도사 후보를 조기에 찾아내 키우면 반드시 10년 안에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강국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이 초단기적 추진가능 과제로서 교육과정 개편과 정보 영재들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김 본부장은 이와 관련, "고등학교 '정보' 과목을 심화과목에서 '일반과목' 혹은 '기본과목'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편이 필요하다.

이번에 통합사회와 실용경제 관련 과목의 개편에서 정보 과목의 일반과목으로의 변경을 포함해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그는 "정보 영재들이 해외로 진학해 인적 유출이 심화되고 있고, 정보 영재를 위한 표준화된 교육 과정이 없어 경험적 자료나 인력에 의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보 영재를 위한 교육과정 개발이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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