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영준·정재희 KIST 新선임연구원
스타포닥에서 정직원까지…"국민에게 도움되는 연구 하겠다"

"실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료로봇기술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는 팀의 일원으로, 향후 글로벌 수준의 연구팀 이끄는 리더가 되겠습니다." "KIST 안에 숨어 있는 각계 고수들을 찾아다니면서 융합연구를 할 예정입니다.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그런 기술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실력은 물론이요 성격과 인물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신임연구원 두 명이 KIST(원장 문길주)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도전장 그대로만 실현된다면 KIST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 김영준 바이오닉스 연구단 선임연구원과 정재희 환경센서시스템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이처럼 KIST의 문을 두드리면서 당찬 포부를 밝힐 수 있는 데는 물론 든든한 배경이 있어서다.

두 연구원은 KIST 스타 포스트 닥터(이하 스타포닥) 출신이다. 스타포닥은 기존 포닥보다 높은 연봉을 책정하고 좀 더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우수한 박사학위 소지자를 모집해 KIST에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포스트 닥터는 박사 학위 취득자들이 일정기간 연구를 하면서 경험을 쌓기 위해 거쳐가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과정이 끝나면 해외나 대학으로 빠지는 케이스가 많다. 그러나 김영준 박사와 정재희 박사는 스타포닥을 마치고 KIST 가족이 되기를 자청했다. 직업선택의 여러 갈래길에서 당당히 출연연구원을 택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환자와 시술자들 모두에게 도움되는 연구하고 싶다"
 

▲김영준 박사. ⓒ2011 HelloDD.com
김영준 박사는 스타포닥을 하기 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휴먼캐드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동시에 벤처 회사에서 개발을 병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구에 좀더 몰입하고 싶었던 그는 대학원을 마치고 2009년 10월 KIST 스타포닥을 신청하게 된다.

"회사의 역할이 기존에 있는 기술을 가지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라면, 연구소(연구)는 새로운 기술연구를 주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계에서 제일 앞선 기술을 연구하고 싶어 (KIST를) 선택하게 됐다." 그가 스타포닥을 신청할 당시 KIST는 공교롭게도 의공학 의료 시뮬레이션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분야야말로 그가 지금껏 대학과 벤처 회사에서 연구했던 부분과 맞물려 있었다.

그는 "이 과제는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의 가상 훈련 시뮬레이터를 개발하는 것으로 내가 공부한 분야가 필요시 돼서 운좋게 KIST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회사원이 되기를 포기하고 들어온 연구원생활? 그야 물론 매우 만족스럽다. 석사과정 때부터 비슷한 연구를 했던지라 연구에 큰 어려움이 없었고 연구소에서 하는 연구가 지금껏 치료가 불가능했거나 일상생활이 불편한 환자들의 병을 공학적 기술로 해소하며 치료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에 매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스타포닥 과정에서 그가 참여해 개발한 ' 복강경 수술 가상 시뮬레이터'기술은 벌써부터 민간에 기술이전을 하며 언론매체에까지 소개되는 등 기쁨은 두 배로 크다. 하지만 문제는 고용 계약. 스타포닥은 1년 단위 계약으로 연장은 몇 차례 가능하다.

그는 총 2년간 스타포닥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스타포닥이 끝난 후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심적 부담은 없었냐는 질문에 "어디서든지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일단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면서 "박세형 박사님을 포함하여 좋은 박사님들, 연구원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스타포닥 중 그는 해외 포닥을 위해 미국을 갈까 고민도 했지만 KIST의 가족이 되기로 결정했다. 그는 "KIST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됐으면서도 국가가 필요로 하는 선도 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잘 구축돼 있는 것 같다"면서 "연구 역량과 환경 등을 볼 때 세계를 선도해나갈 수 있는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입사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김영준 선임연구원은 뇌심부 수술로봇 과제와 안구수술 로봇 기획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실제 병원에 쓰여 환자 또는 시술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면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는 팀의 일원으로, 향후 글로벌 수준의 연구팀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구제역·신종 인플루엔자 등 병원성 미생물 확산 방지 부유미생물 모니터링기술 개발하겠다"

정재희 선임연구원은 KIST에서 '병원성 부유미생물의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 및 이를 이용한 센서 네트워크 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기술은 실내 뿐만 아니라 대기 및 수중 환경에 부유하고 있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곰팡이와 같은 생물학적 입자를 연속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함으로써 환경성 질환이나 공기감염 등 보건·의료 분야와 바이오테러 감지 등의 국방 분야에 적용 가능한 시스템이다. 물론 부유미생물을 체크하는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샘플을 채취해 연구소에 가지고와서 분석을 하는 경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정 박사는 마치 온도계가 실시간으로 현재의 온도를 알려주듯, 부유미생물이 현재 얼마나 존재하고 있고, 특히 인플루엔자와 같은 병원성 균의 존재 유무까지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기술에는 '생물학적 지식', '입자제어/탐지 시스템', 'IT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요구된다. 그 이유에서일까, 종합 연구기관인 KIST야말로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이 갖춰진 연구소였다.
 

▲정재희 박사(맨 오른쪽)와 그와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 ⓒ2011 HelloDD.com
그가 KIST를 알게 된 것은 KAIST(총장 서남표)에 재학하던 2004년. 상온에서 사용 가능한 소형 은나노입자 발생장치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KIST 지구환경센터 배귀남 박사가 은나노 입자 향균 평가를 담당하면서 KIST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배 박사와 함께한 연구가 마무리된 후 2006년 11월, 그는 미국 신시내티 의대에서 6개월간의 KAIST 장기연수프로그램을 떠난다. 그때 바이오에어로졸(Bioaerosol, 생물학적 기원을 갖는 부유 입자상 물질 또는 바이오 미세먼지) 제어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이를 학위 논문으로 연계해 '열에너지를 이용한 바이오에어로졸의 특성 제어' 연구를 시작했다.

논문 주제가 주제인지라 기계공학 전공자로서, 실험과정에서 미생물에 대한 깊은 지식과 실험 인프라가 필요했다고 한다. "융합이 필요한 실험이었기에 미생물 실험실에 가서 함께 연구할 것을 요청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나 수소문 끝에, 마침 관련 분야의 지인의 도움으로 열에너지를 이용해 바이오에어로졸을 현실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쓸 수 있었다." 이 논문으로 KAIST 기계공학부 최우수 박사논문상까지 수상한 그는 미국에서 배운 지식을 토대로 병원성부유미생물을 실시간 탐지할 수 있는 기술 연구를 소망하게 됐다.

그런 와중에 배 박사에게서 KIST의 스타포닥 제도를 소개 받았고, 2009년 지원을 통해 배 박사 연구팀에 합류해 관련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2년간의 스타포닥을 마친 정 박사는 "2년의 포닥이 끝나고 대학으로 갈지, 해외로 갈지 또 한번 고민을 하게 됐지만 2년 동안 자신을 성장시켜준 KIST에서 아직 배울 점들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해 선임연구원을 지원하게 됐다"며 "내가 하고자 하는 융합연구의 최적의 장소는 KIST다.

국내 최고 수준의 종합연구소인 KIST의 각분야의 연구원분들과 함께 상호 협력해, 국민에게 와 닿을 수 있는 연구결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연구에 대해 "바이오테러에 쓰이는 생화학무기 뿐 아니라 인플루엔자나 구제역과 같은 전염균의 전파 경로를 실시간으로 체크 가능하다면, 이러한 병원성 미생물에 의해 전염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사람이나 동물에게 미리 백신을 투여하는 등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다양한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 보건 분야와 밀접하면서도 국방기술까지 아우르는 분야인 만큼, 일반 국민의 눈으로 와 닿을 수 있는 연구를 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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