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에 남은 박태준의 발자국

지난 13일 타계한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전국에서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뿐 아니라 과학기술계에도 많은 족적을 남긴 박 회장의 타계에 과학계 내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모아봤다.

◆ 사자(死者)에의 보고…'신뢰'를 이야기하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융합소재연구단 김시경 선임기술연구원) 92년 10월 3일 포항제철 준공을 마치고 박정희 대통령의 묘를 찾아 보고한 첫 마디 "각하, 드디어 마쳤습니다"라는 말이 던지는 '사람간의 신뢰'에 아직도 몸이 떨립니다.

과연 사람간의 신뢰가 어느 정도가 되면 죽은 자에게 보고를 하러 갈 수 있을까요? 이런 불멸의 신뢰는 박태준 개인의 철저한 준비성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탁월한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저는 박 회장이 가르쳐준 '신뢰'에서 새로운 과학기술계를 꿈꿔봅니다. 국민과의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정치적인 흐름에 흔들리는 일 없이 언제나 든든하게 서서 '국민에게 보고하는 과학인'을 상상해 봅니다.

◆ 나라를 바꾼 최고의 기초과학기술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부산울산경남지원 김병정 책임기술원) 故 박태준 명예회장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습니다. 그야말로 헐벗고 살기 어려웠던 나라, 60년대의 대한민국에서 '산업의 쌀'이라는 철로 말 그대로 먹을거리를 만든거죠.

지금의 조선 산업, 자동차 산업 등 세계적 수준의 중공업의 기반을 닦은 훌륭한 '기초과학기술자'가 아닐까요. 요즘은 과학기술분야에서 응용과학의 비중이 커지며 상대적으로 기초과학이 소외되고 있습니다.

이런 때, 언제나 가장 기본에 매진해 국가의 기반을 닦는 것에 인생을 바친 그의 삶이 주는 의미는 우리가 한번쯤 진지하게 돌아볼 문제입니다.

◆ 무사(無私)…모든 것을 내 것같이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 이달희 교수) 故 박태준 명예회장과 다른 경영자의 결정적인 차이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을 오너의 개념에 대한 차이라고 꼽겠습니다.

사실상 국영기업을 자신의 기업처럼 아끼고 가꾼 그의 '기업가정신'. 이 정신은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연구원, 학교, 사회 어디든 필요합니다.

박 회장이 만든 산업의 피와 쌀, '철'이 만든 효과를 주위를 둘러보면 실감할 수 있습니다. 모든 과학기술인이 이 방향을 지향해줬으면 합니다.

'회사에서 월급 받고 연구한다'는 작은 생각을 깨뜨리고 '내 연구가 국가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자긍심으로 일한다'는 박태준의 기업가정신을 그의 삶에서 배우고 발휘해주셨으면 합니다.

◆ '큰 별' 떨어져도 '정신' 살아 있어

(대전테크노파크 나노기술소재센터 이정민 센터장) 故 박 회장은 한국 경제를 일으킨 큰 별입니다. 이번 타계소식을 접하며 그 큰 별이 떨어진, 또 한 세대가 저물어간다는 느낌입니다.

예전 산업탐방에서 그 분의 업적을 보며 대단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많이 안타깝습니다.

산업화의 중심에서 지금의 한국을 만든 주도자인 선배이자 본받을 점이 가득한 훌륭하신 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를 포함한 많은 후배들이 그의 정신을 되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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