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민 대표 "AR 가능한 아이템 무궁무진"
"내년부터 세계 시장 점령 나서겠다"

대학 간호학과 실습실. 오늘은 정맥주사 실습이 있는 날이다. 그런데 정작 실습에 필요한 주사기나 피부 샘플은 찾아볼 수 없다. 어라, 말로만 수업을 하겠다는 이야기? 하지만 잠시 후 이상한 장치가 등장한다.

자동차나 비행기 운전을 배울 때 시뮬레이터를 사용하듯 정맥주사 시뮬레이터다. 학생이 장비에 설치된 햅틱 주사기로 3D 화면의 팔에 주사를 놓으니 바늘 각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어 아프다는 소리와 함께 혈흔이 선명해진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정맥주사에 대해 A~Z까지 평가가 나오더니 조언도 빠지지 않는다. "실습 시간이 재밌어요." "사람 나이마다 피부가 다른 데다, 바늘 들어가는 느낌까지 너무 선명해요." 학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수업시간이 즐거웠던 것만은 똑같다.

주사 시뮬레이터 장비는 대덕벤처 에이알비전(대표 이영민)의 작품.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에이알비전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하 AR) 소프트웨어와 장비 개발 전문기업이다.

이미 2002년 월드컵 축구 경기시 경기장 바닥에 국기와 선수들의 포지션을 입체적으로 이미지화해 시청자들의 눈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가상현실(Virtual Reality)랩에서 AR을 전공한 이 대표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중 AR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개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구 인력으로 창업했다.

이후 방산훈련용을 비롯해 의료 교육, 자동차 교육용 AR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폰과 K-POP열기에 힘 입어 이를 활용한 AR 콘텐츠 개발로 세계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증강현실 1호 박사, 사업으로 거듭나다

이영민 대표는 증강현실(AR) 분야 국내 1호 박사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앞선 개념이다. 가상현실이 단순히 3D로 허구 세계를 담는데 그쳤다면 증강현실은 실제 현실이라는 정보를 담고 있다.

따라서 현실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담기만 한다면 응용분야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ADD에 근무하면서 2000년 AR 분야 박사학위 취득과 함께 창업을 결심했다.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조금도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단순히 소프트웨어만 개발하기보다는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장비까지 개발했다. 예를 들어 시뮬레이터를 통해 실제로 주사를 놓고 있다는 착각까지 불러 일으키게 하자는 것이다. 실제 에이알비전은 증강현실 기술부터 실감형 3D영상기술, 모바일 증강현실 기술, 3D 에니메이션 기술 등 독보적인 기술이 즐비하다.

이 대표는 말로 하는 것보다 한번 보는게 낫다며 테스트실로 안내했다. 그가 군사훈련용 장비에 전원을 넣자 아프리카 오지의 해안 모습이 나타난다. 사전에 취득한 정보를 고스란히 담아 해안 인근의 나무 한그루, 바위 하나까지 선명하다.

무엇보다 나뭇잎 한장 한장 3D로 작업해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까지 세세히 표현된다. 화면을 보고 있으니 현실과 가상이 구분되지 않는다. 훈련 시작과 함께 움직이는 탱크에 포탄이 투하되고 안에 있던 표적들이 나오면서 공격이 시작됐다.

기존에 보던 게임과는 사뭇 다르다. 실제 훈련이라는 생각에 몸에 힘이 들어가며 긴장감마저 팽팽해졌다. 이 대표는 "AR기술을 응용한 분야는 다양하다. 실제 환경을 문자와 그래픽을 이용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의 현실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현재 군사 훈련용, 의료 교육용 콘텐츠는 이미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영민 대표는 "일이 재밌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증강현실 분야
사업 콘텐츠가 무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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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ARsim IV-200' 에이알비전의 야심작

에이알비전이 개발한 정맥주사 실습용 'ARsim IV-200'은 이미 국내 의과대학에서 사용하고 있다. 가상현실과 햅틱기술을 적용, 정맥주사 실습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담당 교수와 학생들로부터 반응이 좋다는게 이영민 대표의 소개다. 이번에도 실제 실습에 나섰다.

주사기를 손에 쥐고 화면에 나타난 피부에 주사기를 찔렀다. 바늘 들어가는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오는데 너무나 선명하다. 그런데 잘못 주사했는지 피가 배어난다. 순간 진땀이 났다. 이 대표는 "장착한 햅틱 주사기를 이용해 피부에 주사를 하면 사용자는 실제와 같은 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하면서 "환자 마다 정보를 입력할 수 있어 학생들이 여러 유형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습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또 동영상 강의와 이론 테스트까지 가능해 의료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용 시뮬레이터 시장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에이알비전에서는 심폐용과 응급처치 시뮬레이터 등 30여 가지 기술을 개발중이다.

인체해부실습용 시뮬레이터까지 개발 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현재 유럽에서 제작된 의료용 시뮬레이터가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면서 "정밀도와 기술면에서 우리 제품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 점령에 나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창립 10주년, 앞으로 10년 향해 달린다

에이알비전은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이 대표는 벌써 앞으로 10년을 향한 준비를 마치고 달려가고 있다. 다양한 실감형 콘텐츠로 세계 시장을 향한 공략에 나섰다. 그중 가장 기대되는건 K-POP열기와 함께 아이돌 가수의 정보를 담은 AR 기술이다.

이는 AR 기술로 제작된 사진에 스마트폰을 갖다대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정보는 물론 노래와 댄스까지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현재 K-POP의 인기로 본다면 이 시장은 그야말로 대박을 따 놓은 격이다. "이 기술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다만 저작권 등 필요한 절차가 남아 있어 진행 중이다. 머지않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표의 기술 개발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동차 정비 실습용, 소방 훈련용 시뮬레이터 등도 개발을 마치고 해당 지차체와 납품에 관한 논의하고 있다.

그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AR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는 그의 사업 아이템이다. 그의 끊임없는 도전의 원천은 어디에서 올까. 이 대표는 "일이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한마디로 답한다.

그러나 기술이 기술인만큼 적합한 인력 확보는 이 대표의 최대 고민거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식은 직접 교육 후 선발하는 것.

현재 서울에 사무실을 마련해 선발하고 있으며, 지역대학교와 MOU를 맺고 적합한 인재를 직접 양성하고 있다. 이런 이 대표의 노력으로 에이알비전은 인력 변동 없이 전 직원이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정맥주사용 시뮬레이터에 사람의 정맥이 실체처럼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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