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두의 자연속 과학]

터키 이스탄불은 지리적으로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둔 동서양이 공존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도 다양함이 돋보이는 인구 1400만명과 수많은 관광객이 북적이는 국제도시이다.

198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되었으며, 2010년에는 유럽의 문화 수도로 지정된 명실상부한 동서양 문화의 꽃으로 불리워지는 도시다. 지난달 이스탄불에서 자연모사·생체모방 연구계의 뜻있는 국제회의가 개최됐다.

'자연으로부터의 시너지와 배움 (Synergy with and Learning from Nature)'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전 세계의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여 2박3일간 심도있는 회의가 진행됐다. 행사는 미국과학재단과 유럽과학재단이 공동주관하고 터키의 빌켄트 대학과 투비탁 연구소가 후원했다.

세계 주요 국가의 연구비지원기관 관계자와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이슈에 대처하기 위해 자연모사·생체모방 분야에서 향후 추진해야 할 연구 방향의 로드맵을 도출했다. 행사 첫날 4가지 주제 - 에너지·혁신설계·건강·소재 등에 대한 세계적 석학들의 기조 강연이 있었으며, 이날 오후부터 4개 분과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지속됐다.

독일 보쿰대학의 뢰그너 교수는 에너지 분야에서의 자연을 모사한 에너지변환, 효율, 저장, 수확 등에 대한 기술을 소개하였으며, 인류과학기술의 오랜 관심 분야인 인공광합성에 대한 각국의 기술개발 동향도 언급했다.

미국 UCLA 대학의 나린스 교수는 생체모사 설계, 혁신 및 아키텍쳐, 곤충, 물고기, 조류 모사 로봇 등에 관한 최근 이슈를 다뤘다. 쮜리히 ETH의 포겔 박사는 건강 분야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단위세포로부터 조직 및 장기로 성장해 나가는 세포의 분화 성장 및 자기 조립화 과정 등과 세포역학, 생체조직의 열역학 및 뇌 시뮬레이션에 대한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영국레딩대학 예로니미디스교수는 생물체가 지닌 다양한 감각기관과 자기적응 (자기세정/자기복구/자기조립 등) 소재 응용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필자는 센싱과 소재 분과 워킹 그룹에 속하여 건강, 에너지, 물, 지속가능성 등의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는 최신 기술현황을 논의했다.

나뭇잎의 자극과 반응 현상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자기치유기술, 연잎 표면의 초발수 특성, 상어 피부 표면의 유체 마찰 저항 감소 및 오염방지(anti-fouling) 기술, 거미줄과 물고기 비늘의 탁월한 기계적 특성, 파리지옥 식충식물 등의 자기변형 현상, 동물의 뼈·이빨·뿔 등의 고강도 계층적 경사기능 소재의 자기조립 과정 등을 짚었다.

국내에서도 최근 탄소섬유로 만든 파리지옥로봇이 선보인 바 있으며, 게코도마뱀의 접착 특성을 모사한 첨단 접착테이프가 개발된 바 있다. 또한 연잎의 초발수 특성과 나방눈의 저반사 효과를 동시에 발현할 수 있는 나노유리도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는 등 자연모사 연구 분야에서 선도적인 성과들을 도출되고 있다.

워크샵 마지막 날에는 각 분과에서 도출된 다양한 의견들을 통합 정리했으며, 국제협력 방안과 범세계적인 규모의 차기 워크샵 또는 학술대회의 제목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의견들이 제안되었으나 '더 나은 생활을 위한 자연모사 과학 및 공학 (Nature-inspired Science and Engineering for Better life)'이라는 제목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그간 '생체모방공학' 이라는 용어보다는 좀 더 폭넓은 개념의 '자연모사공학' 이라는 용어 사용을 주장해 온 필자로서는 뿌듯함과 함께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지구 상의 모든 자연은 자체가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자연의 섭리와 가치를 깨닫고 배우며, 또한 자연과의 공존과 조화를 통하여 보다 나은 인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김완두 박사 ⓒ2011 HelloDD.com
김완두 박사는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생산시스템연구본부 영년직 책임연구원으로,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아사업인 '생체모사인공감각계' 사업단장과 '생태모사 청정표면 가공기술개발사업' 총괄책임자를 맡아 자연모사기술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1982년부터 기계연 한 곳에서만 연구를 진행해 오셨던 김 박사는 2003년 연구원 최우수 연구상을, 2008년에는 대한기계학회 기술상과 과학기술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박사는 '자연 속 과학'을 통해 자연 생태계는 친환경적이고 고효율화·최적화된 시스템임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신비로운 자연생명체의 여러 현상을 바탕으로 인간생활에 활용하는 기술을 소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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