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종원의 IT컨버전스]

우리는 매일 김치를 먹는다. 김치를 동절기에 먹기 위해 11월 하순부터 김장을 하고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 김치냉장고는 지구상에서 우리 국민이 사용하는 유일한 김치보관 장치로 사계절 김치의 신선도를 유지시켜 준다.

우리의 지구는 요즈음 여름철에는 더욱 더워지고 겨울철에는 더욱 추워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상 기후 현상은 배추의 작황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작년에는 고르지 못한 날씨 때문에 금배추였지만, 올해엔 반대로 배추 값이 하락하여 똥배추가 되고 있다.

30여 년 전 필자가 미국 유학시절 들었던 이야기다. 세계 최대 컴퓨터 회사인 IBM 연구소는 세계의 밀 작황을 예측 할 목적으로 컴퓨터로 세계 각 지역의 밀을 실시간으로 키워 미국이 세계 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자랑할 수 있는 기술은 IT 아닌가? 요즈음처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로 여야가 서로 자기당의 입장만을 피력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농업이 문제시되는 FTA는 농업과 IT 융합 연구개발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배추의 작황을 예측할 수 있는 배추 작황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여 국익에 도움이 되고, 획기적으로 농업을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IT가 농업과 융합되면서 우리의 농업이 새롭게 변모되는 모습을 식물 공장에서 찾을 수 있다.

식물 공장은 마치 양계장에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양질의 닭을 길러내는 것처럼 배추 등의 채소를 일정한 시설 안에서 빛과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인공적으로 제어해 계절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식물을 재배하는 시스템이다.

식물 공장은 태양 빛 대신 LED(발광다이오드) 사용으로 온도조절, 이산화탄소 농도, 배양액 등을 자동적으로 조절함으로 식물 수확이 가능해져 계절 및 장소와 관계없이 사계절 무공해 신선한 유기농 채소를 제공한다.

식물 공장은 1950년대 유럽에서 시작되었는데, 최초의 식물 공장은 1957년 덴마크의 크리스텐센(Christiansen) 농장에서 크레시(cress; 새싹채소 일종)를 컨베이어시스템으로 재배한 것이 효시로 알려졌다.

미 항공우주국 (NASA)은 우주탐사선에 식량 공급을 목적으로 식물 공장 개념을 미국에 최초로 도입하였다고 한다. 1960년대에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은 완전 제어형 식물 공장 연구를 시작했으며, 이어 General Mills, General Food, Phytopharm 등이 식물공장의 사업화에 도전했으나, 경제 채산성이 맞지 않아 1990년대 포기하였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식물 공장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였다. 완전 제어형 식물 공장은 1974년에 히타치 중앙연구소에서 시도하였다. 현재 일본에는 전국적으로 50 여개 이상의 식물 공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시장에 유통되는 양상추의 약 1% 정도가 식물 공장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식물 공장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도입된 것은 1990년대 초이다. 당시 농림수산부가 첨단기술 농업의 일환으로 유리 온실 지원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양액 재배 기술과 환경제어 기술 그리고 자동화 기술 등이 식물 공장의 응용기술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식물 공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업적인 시설 농업은 찾기 어려운 상태이다. 하이테크를 주도하는 IT기반 농업 융합기술은 새로운 공급을 통하여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 된다.

현재까지 기 개발된 식물 농장 기술을 활용하여 가정용 '스마트 채소 재배고'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게 되면 가정에서 사계절 무공해 신선한 유기농 채소(시금치, 상추, 딸기, 콩나물 등)를 재배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용 '스마트 채소 재배고'의 개발은 다음과 같은 편익성과 효과성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스마트 채소 재배고는 계절이나 날씨 또는 그밖에 다른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무공해 신선한 채소를 일반 아파트 거주자, 심지어 병원 및 양노원 등에서 거주하는 노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새로운 틈새시장 개척이 가능하다.

또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어 전후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농업+IT 융합형 시스템으로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 성장 전략과도 부합한다. 이외에도 '스마트 채소 재배고'는 농업의 획기적인 발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960년대 밀 등 주요 곡물의 생산성이 대폭 향상되었던 이른바 녹색 혁명에 버금가는 농업 발전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활용성과 효과성이 있는 가정용 '스마트 채소 재배고'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실행 방안이 요구된다.

첫째, 우리나라가 농업+IT 융합기술에 대한 세계 일류의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농업 입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R&D 투자를 확대하여야 한다.

둘째, 일본의 기업들을 보라. 원전 사태와 태풍, 지진 등의 환경재난에 대응하여 일본의 굴지의 기업들은 식물농장 등에 많은 재원을 투자해 기능성 채소류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식물 공장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식품 기업들은 가정에서 양질의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장치 개발을 목표로 국내 IT 업체와 합력하여 농업+IT 융합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향후 급속히 성장할 가정용 '스마트 채소 재배고' 시장을 선점하고 국내 고용 창출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여야 한다.

셋째, 선진국 모방의 농업+IT 융합에서 벗어나 창의 농업+IT융합 R&D 프로그램을 대학에서 수행하는 것만이 우리의 농업을 혁신하는 길이라 생각 된다. 그러한 연유로 대학은 혁신형 농업+IT 융합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연구중심의 교과과정과 농학, 공학, 경영 등 다학제적 교수법을 채택하는 등 창의적 환경을 갖춘 '농업+IT 융합랩'을 대학에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아무튼 가정용 '스마트 채소 재배고'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등장하는 '똑똑한 채소 재배 장치'로 우리 가정에서 날씨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원하는 양질의 채소를 재배하여 식탁에 올릴 수 있는 그날이 하루 빨리 도래하길 기대해 본다.

▲은종원 교수 2011 HelloDD.com
은종원 교수는 유타주립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취득 후 NASA 마샬 스페이스 플라이트 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20여 년간 책임연구원으로, 한국과학재단 국책사업단 우주단장으로 재직했습니다. 2009년 9월부터 남서울대학교 정보통신과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은 교수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월드 DMB포럼' 부회장으로 지상파 DMB 확산에 기여했으며, 최근에는 통신위성 우주산업연구회에서 과학문화 대중화를 위해 활동 중입니다.

은 교수는  '은종원의 IT 컨버전스'를 통해 IT에 기반한 다양한 융합기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정보화 사회에서 융합사회로의 전환됨에 따라 전반적인 변화의 필요성과 문화와 과학의 융합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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