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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측정표준 열정과 집념이 성공 이끌었다"

박상열 표준연 박사, 우수연구성과 인정받아 영년직 연구원 선정

'Efficiency.'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바이오임상표준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상열 센터장의 연구실 한쪽 벽면에 적혀 있는 경구다. 그에게는 하루 동안에도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일들이 주어진다. 그렇게 성격이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하다보면 집중도 안되고 효율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물론 모두가 다 중요한 일이지만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집중하고 또 어떻게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는 늘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거리다. 그래도 스스로 부과해온 이같은 경구가 오늘 날의 입지를 구축해준 주인공이었음을 그는 부정하지 않는다.

박 박사는 최근 표준연 영년직 연구원으로 선정됐다. 지난 10일 표준연은 우수논문 발표, 연구성과 등을 기준으로 내외부 심사를 거쳐 3명의 영년직 연구원을 선정했다. 2007년부터 선정된 연구원은 모두 10명, 이들에게는 정년까지 안정적인 연구 활동이 보장된다.

그렇다고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간 그의 노력과 땀으로 쌓아올린 세계 최고라는 이름과 함께 그의 연구경력에 또 하나의 명예로운 이름 하나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기분이 좋고 매우 명예로운 일이다.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결과적으로 선정되어 보람을 느낀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지난 10년간 그가 표준연에서 힘을 쏟아온 것은 바이오임상측정표준 마련이다. 이는 매우 새로운 연구 분야다.

기존의 물리 분야에서 길이 시간 등은 상당히 오랜 시간 연구가 되어 측정방법이 확립돼 있다. 화학의 측정표준도 이미 관련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고 나름대로 방법론이 정립되는 단계다.

하지만 최근 떠오르고 있는 나노와 바이오나 이의 측정표준을 제시하는 일은 매우 생소한 분야다.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바이오라는 복잡한 학문분야의 측정표준을 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풀기 어려운 문제였다.

박센터장은 그럼에도 가능성에 더 비중을 두고 연구에 몰두해 왔다. 경험이 없고 새로운 학문분야이므로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게다가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선두주자가 없다는 말과도 같다.

다른 나라의 연구를 뒤쫓기보다는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엇보다 큰 장점이요 매력이었다. "역사적 흐름에서 물리와 화학은 쫓아가야 하는 추격형 연구였던 것에 비해, 바이오쪽은 미국이나 영국 등의 선진국들도 나란히 출발선상에 서 있다.

세계 선진표준기관이 되기 위해서라도 바이오 측정의 길을 개척하자는 것이 우리 연구팀의 중요한 연구 착안점이자, 지향점이었다. 다행히 그렇게 노력하던 중에 좋은 성과가 나왔다."

◆ 바이오임상표준센터, 유전자 측정표준 세계 선도~
ⓒ2011 HelloDD.com

바이오에서는 유전자, 단백질, 세포 세 가지가 중요한 측정표준 확립의 기준이 된다. 표준연 바이오임상표준센터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ICP(Induvtively Coupled Plasma)-OES(Optical Emission Spectroscopy) 기술에 기반한 고농도 DNA 유전자 정량 1차 분석법을 개발했다.

섭씨 1만도에 달하는 플라스마 분위기에서 원자들이 발광하는 빛의 세기를 측정하는 기술인데, DNA에 있는 인(P) 원소를 정량하여 DNA 양을 1% 이하의 정확도로 정량하는 방법이다. 이는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유전자 기준분석법으로 전 세계 통용되고 있으며, 미국특허로도 등록된 바 있다.

저농도 DNA의 정량표준 확립을 위해 DNA를 하나씩 세어 정량하는 계수정량기술도 전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술이다. 양인철 박사가 기술개발을 주도했던 DNA 메틸화정량 기술 역시 센터의 우수 성과로 꼽힌다.

DNA가 메틸화되면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는데 이를 통해 암 진단 등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성과로 올해는 국제회의에서 DNA 절대정량 관련 국제비교도 표준연이 주관하게 됐다.

바이오 유전자 정량에 있어서는 표준연이 명실공히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회의에서 바이오 측정표준을 위해 세 가지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상대적으로 크기가 생물질을 하나씩 계수정량하는 방법이다.

적용가능한 방법론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이를 입증해야했다. 꼭 실현해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의 추궁이 뒤따랐던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그에 대한 의무감이 생겼다." 'DNA의 개수를 세서 증명해보자'는 게 박사팀이 선택한 입증 수단이었다.

그런데 막상 실현하려니 이게 눈물나게 어려운 일이었다. 광학장비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고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런 분야에 대한 경험도 부족했다. 어쩔 수 있나. 몸으로 때워가며,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그렇게 답을 찾아갔다.

그런 과정에서 ‘과연 될까?’ 라는 의구심은 끝없이 박사팀을 괴롭혔다. "말로는 쉽지만, DNA의 개수를 직접 세는 계수정량의 경우 어려움이 매우 많았다. 지금은 셋업되어 잘 측정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이 검출되는 것이 DNA인지 먼지인지조차 구별하기도 어려웠다."
▲DNA-형광의 실시간 검출현황   ⓒ2011 HelloDD.com

DNA 계수정량을 위해서는 고감도의 광학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신호가 굉장히 작고 고감도로 검출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용액이 매우 깨끗해야하며, 먼지가 때로는 DNA로 인식되거나 신호로 오인되기도 한다.

DNA를 물위에 띄워 보낼 때 관의 중심축으로 잘 이동하는지 유체역학적 측면도 고려되어야 한다. 유체역학, 레이저광학 등 여러 기술요소가 성공적으로 적용되어야 나오는 결과물인 것이다. 연구과정에서 새롭게 헤쳐가야 할 생소한 기술들이 너무 많았다.

이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합쳐 최종결과를 만들려니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 중 하나라도 완성되지 않으면 당연히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박사팀을 기다린 것은 반복되는 실패였다.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포기란 생각할 수 없었다. 오로지 끊임없는 노력을 거듭해야 했다. 이들 노력의 결과로 미국 NIST등의 외부 전문가들도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 운도 따라주었다. 하늘의 별따는 기분으로 진행하는 연구과정임에도 연구비 지원은 꾸준히 이어졌다.

기초기술연구회에서 5년간, 나중에 연구재단서도 2년 지원을 받는 등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됐다. 최종 결과는 성공이었다.

DNA 분석에 있어서는 고농도와 저농도에 걸쳐 정확히 정량해내는 측정기술들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적어도 유전자 정량분야 측정표준은 표준연이 선도적으로 기술개발을 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이를 인정받고 있다.

◆ 바이오 측정표준, 조화와 융합의 기술이 핵심~

그는 2000년부터 표준연에 몸 담았다. 올해로 11년째다. 학사와 박사과정에서 화학과 생화학분석을 전공했는데,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간에 이런 전공 선택이 바이오측정표준에 매우 잘 어울렸다. 바이오측정표준 분야의 경우 바이오만 알아서는 곤란하다.

바이오물질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화학적으로 들여다 봐야한다. 화학을 기초전공으로 한 게 그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는 고백이다. "융합이란 생각보다 어려운 개념이다. 전문가들 간 협조가 잘되면 참 좋은 결과가 많을텐데, 적합한 분야를 찾기도 어렵고 각자의 연구를 진행해야하는 만큼 서로 어려움이 있다.

연구 과정 중에 충돌도 있을 수 있다. 융합연구의 중요성이 늘 거론되고는 있지만, 과연 허심탄회하게 기술을 제공하고 조언하고 할 수 있는가. 이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는 "좋은 게 좋다는 막연한 기분으로 협력연구를 진행하다가 제공한 기술에 대해 보상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그 순간부터 협력에 차질이 생긴다.

또는 기여한 것에 대해 충분히 보상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에 아예 협력을 거절할 수도 있다. 협력연구에 있어서 기여도의 적절한 인정의 문제는 감정적으로 보다는 제도적인 장치에 의해 정해져야 이런 문제가 방지되고 협력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바이오임상표준센터의 경우도 전공 분야 간 조화를 중요시 한다. 바이오전공자, 분석화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서로가 잘 협력을 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국제무대에서 이뤄낸 결과도 표준연 분석화학표준센터의 전폭적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앞으로도 기술협력이 꾸준히 필요하다.

그래야 산적한 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박 센터장의 말이다. "지난 10년을 바이오 측정표준의 1기라고 보면 이제 본격적으로 2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유전자측정에 집중한 1기의 성공을 계승해 2기에는 단백질과 세포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DNA는 산업에 크게 파급을 미치는 것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단백질이나 세포, 그중에서도 줄기세포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단백질과 세포 측정표준은 연구원 내에서도 사업적인 면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세포 쪽은 어려워 미뤄두고 있었는데 정부서 줄기세포 지원 발표도 나왔으며 바이오벤처 등에서도 이 분야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센터도 이런 추세에 발을 맞추고 있다. 최근 고가장비를 도입했으며, 관련분야 전문가도 섭외할 예정이다. "줄기세포 측정표준 개발 및 제공은 큰 도전이 될 것이며 기술융합, 사람 간 협력, 지속적 펀드 유지 등 지난 10여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도 표준연은 세계를 선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 잘 안되는 게 연구의 속성? 하나씩 돌파하면 답 나온다

연구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원래 뭐가 잘 안 되는 게 연구의 속성'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러한 문제들에 부딪혀서 논리정연하게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연구라는 것. 이처럼 안된다고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장애물을 하나씩 돌파해나가려는 다짐과 열정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거의 힘들었던 경험은 늘 약이 된다. 또 스스로 극복해 낸 경험은 정신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기술적 어려움은 한번 돌파하고 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되기도 한다. 안되는 원인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다 보면 그런 경험이 자산으로 쌓이고 모아지며, 어느 순간 높이 점프하듯 성과가 얻어진다.

귀를 활짝 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문제의 답이 쏙 들어오는 순간도 있다." 그는 연구에는 두 가지 속성이 있다고 정의했다. 첫째는 꾸준히 데이터를 축적해야하는 연구다. 접근 방법은 누구에나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차곡차곡 체계를 가지고 연구를 해서 성과를 내는 것. 그에 비해 어떤 것은 돌발적으로 돌파하는 창의적 개념의 도전이 필요한 연구도 있다.

바이오측정분야는 후자에 속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야 기술이 실현된다. 사람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겠지만 다행히 그와는 성격이 맞았다. 그는 이 분야가 '어렵지만 재미있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바이오임상표준센터의 임무는 분야의 속성상 이미 돼 있는 것을 쫓아하는 게 아니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것이다. 말은 쉽다. 하지만 막상 그 의무를 부여받은 사람에게는 도무지 답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게 이 길이다.

박 센터장은 후배 연구원들에게 꼭 된다는 확신을 주고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늘 노력한다. 관리보다는 직접 실현가능성을 개척해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해서 그는 센터장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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