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우 박사팀, 입자 집속·윈도우 오염 방지 모듈 개발
전문가 힘 모으는게 성공 핵심…"협업 연구 중요성 실감"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아주 미세한 입자라도 떨어지면 반도체가 오염돼 쓸 수 없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비가 잘 증착되고 있는지 혹은 온도는 잘 조절되고 있는지 또 그 안에 오염물질은 없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해요. 그런데 만약 장비 내 오염물질이 윈도우에 붙어 모니터링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문제 발생을 인지하지 못해 수십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죠."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김명수) 진공기술센터의 강상우 박사팀은 지난 9월27일 진공 생산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오염입자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재 '음파를 이용한 오염입자 집속장치 및 집속방법'과 '진공 공정에서 발생하는 입자 및 부산물로부터의 표면오염방지장치' 모두 특허 등록됐다. ◆ '초음파' 통해 '가스입자' 거동 조정… "측정도는 높이고 오염도는 낮춘다" 강 박사가 개발한 기술은 '입자 집속 모듈'과 '윈도우 오염 방지 모듈' 두 가지다. 그가 이 기술들에 주목한 이유는 생산 공정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함이었다. 공정 중에 발생하는 입자는 반도체 생산 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생산 수율을 저하시키는 원인 중 70% 가량이 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비해 개발된 ISPM(In-Situ Particle Monitoring)은 레이저 산란방식을 이용한 실시간 입자측정 장비로 오염원 발생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와 조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에는 효율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ISPM은 레이저를 이용해 반응기 내부나 가스가 배출되는 반응기 배관을 모니터할 수 있다. 이때 레이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레이저를 한데 모아 힘을 극대화한 후 측정하는데, 그 측정 부위가 수 mm 정도로 좁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강 박사는 이같은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초음파를 이용해 고체화한 가스 입자를 집속하는 방법으로 측정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윈도우 오염 방지 모듈이 필요한 이유도 마찬가지로 생산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만약 윈도우 표면이 오염되면 빛이 통과할 수 없고 장비도 원활하게 활용될 수 없다. 그런데 진공상태의 장비 안에는 뭉치려는 반응성이 좋은 가스들이 가득 차 있고, 이 가스들이 뭉쳐 윈도우 표면에 잘 붙기 때문에 윈도우의 오염도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그 오염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거나 제거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강 박사는 기술 개발의 해법으로, 초음파를 사용했다. 무엇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사업체에서 이용하기 유리하다는 장점이 컸다. 음파가 가지고 있는 힘을 잘 조절하면 입자들의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다. 또 초음파의 힘을 조절해 집속하려는 입자의 위치를 조정할 수도 있다. 이렇게 초음파를 이용해 원하는 대로 입자의 상태를 조절함으로써 입자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초음파는 윈도우의 오염을 방지하는데도 이용된다. 초음파가 울리는 영향으로 윈도우까지 따라 울리는 원리로 윈도우에 붙으려는 입자가 자연히 떨어져 나가게 된다. 강 박사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작은 입자에도 품질이 영향을 받게되는 예민한 제품의 생산공정을 모니터링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기술이다. 오염입자를 조정하는 기술을 통해 장비의 청소 주기를 늘이는 것만으로도 생산 공정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뛰어난 기술 활용도를 강조했다.

▲(왼)입자집속장치와 윈도우오염방지모듈이 장착된 입자측정기. ⓒ2011 HelloDD.com
◆ "혼자서는 못해"… 전문 브레인 힘 모아 문제 타파 강 박사의 오염입자 제어 연구는 2008년 10월부터 시작됐다. 오랜 시간 오염입자의 측정방법에 대해 고민해 온 강 박사는 그 해법으로 처음 '초음파'를 떠올렸을 때 쾌재를 불렀다고 한다. 기존 방식의 단점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막상 연구를 시작하니 이내 이런저런 난제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초음파의 힘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힘을 잘 전달하기 위해 부가적인 장비나 새로운 부품들이 많이 필요했다. 본 기술을 실현하는 과정보다 중간 과정에 들이는 공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 사회에서 '융합'이 키워드 아닙니까. 이번 연구를 통해 협동 연구가 굉장히 중요하단 걸 실감했습니다. 초음파에 대한 전문 지식, 초음파 장비, 부가적인 장비 등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 많았죠. 이 부분에서 초음파 전문가인 조승현 박사(안전측정센터)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 기술을 개발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그는 초음파 분야 전문가의 도움으로 초음파의 특성에서 초음파 관련 장비를 빌리는 일까지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덕에 연구예산까지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이 과정에 개발한 입자 거동 조절용 삽입물과 특수 제작된 고무링 구조 등 다양한 부품들도 현재 특허 절차를 밟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산업체가 쓰는 장비의 특성에 있었다. 연구실에서 실험에 사용되는 장비와 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는 스펙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거대한 장비를 쓰기 때문에 오염도가 높지만 연구원에 있는 장비는 규모가 작아 실제로 발생하는 오염도가 높지 않았던 것이다. 강 박사팀은 이 문제 역시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아 해소할 수 있었다. "큰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KAIST의 나노종합Fab센터에서 장비를 빌려 실험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검사해야 하는데 연구원 내에서 충당할 수 없는 부분이었죠. 역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특히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은 산업계와 학계가 모두 연계해 진행돼야 합니다." 특히 그는 산업체와 진행하는 공동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현상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연구원에서 산업체에서 활용될 소재나 부품을 개발했을 때는 현장에서 바로 검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산업체가 워낙 바쁘고 효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증된 기술이 아니면 적극적으로 연구과정에 참여하지를 않아요. 연구자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죠." 그는 현재 측정기술이 실제 산업현장에서도 중요하게 적용되지만 관련 주체들의 관심도는 매우 낮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그는 "측정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충분한 예산이 갖춰지고, 산업계 안에서 필요성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며 "앞으로 입자 집속 기술이 많은 사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의뢰처에 맞게끔 최적화시켜 보급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기술을 개발하기까지는 협업이 주요했다. 연구기관 간의 협업은 물론 학생들의 역할도 컸는데, 이번 연구에는 대전지역 대학교의 학생들이 함께 참여했다. 학생들은 직접 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연구에 참여하면서 진행을 돕고 자신의 경험치도 쌓을 수 있었다.

▲강 박사와 함께 연구하고 있는 전기문 학생. ⓒ2011 HelloDD.com
2008년 이번 연구가 시작되던 초기부터 함께한 대전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석사 4학기 졸업반의 전기문 학생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로 ISPM이 가지고 있던 소모성을 줄여 입자 오염을 측정하는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제품화가 돼서 산업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 신분으로 연구원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가 흔치 않다. 오랜 시간 연구하면서 개인적으로도 경력을 쌓거나 배우는데 큰 도움을 받았지만, 센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또 연구원에서 3년 동안 현장에 투입돼 일하다보니 공부에 대한 욕심도 더 커졌고, 능력을 키워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특히 진공센터의 경우 산업현장과 밀접한 연구를 많이 하기 때문에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는 바로 취업의 기회로 연결되는 사례가 많다.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박사는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입자를 집속하거나 윈도우 오염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앞으로 산업체에 많은 영향을 미칠 이번 연구를 단시간 내에 협업을 통해 결실을 이뤄냈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이번 기술이 새로운 비즈니스의 모델로 나아가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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