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범의 실리콘밸리 이야기]

필자는 결혼을 늦게 한 편이다. 나이가 한국나이로 43살인데 큰 아이는 한국 나이로 8살 밖에 안됐다. 결혼도 늦었던 편이고, 아내의 출산도 늦은 편이라 하겠다. 지금은 그래도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바쁜 스케줄로 가끔은 자는 얼굴만 봐야만 하는 상황이 안탑깝기만 하다.

잘 알고 지내는 가정이 있는 데 두 부부가 필자와 필자의 안사람 보다 한 연배는 아래지만 그 집의 큰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한국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남편은 1년여 미국에서 미국법을 연수받기 위해서 미국 법대에서 공부를 하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 가정의 아이들과 필자의 아이들이 한 사립학교를 같이 등교하는데, 학교 학부형 행사로 같이 학교에서 같이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다. 물론 아이들도 함께 행사를 했는데 정식행사라기 보다는 학교 소개와 학부형의 친목을 돕는 모임이라고나 할수 있겠다.

그 행사 중에 인상이 깊었던 것은, 그 가정의 큰 아이가 여러 백인 아이들을 모아 놓고 공을 이용한 야구놀이 비슷한 놀이에서 리더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소수계로 살아왔던 필자에게는 얼마나 신선한 풍경이었던지 모른다 (물론 본인이 사교적이지 않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필자의 아들도 아버지를 닮아서 다른 친구들하고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같이 잘 지내고 싶은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좀처럼 낯을 잘 가리는 통에 단짝 친구가 없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인종차별이란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겠다.

중국계, 인도계 등 물론 한국계등 소수민족의 CEO가 많은 실리콘밸리에서 인종차별이란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매우 보기드문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렇다 해도 한가지 느낀것은 이렇게 진보 성향, 평등 성향이 확실한 실리콘밸리에도 사업 소개와 투자등 기회는 아는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유수한 대학을 나온 동문끼리 기회도 서로 공유를 하고, 투자 기회가 있거나 벤처회사가 있을 경우 서로 추천을 하고는 한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에서도 항시 중요시하는 것은 '추천'쯤으로 해석을 할 만한 'Reference'라는 것인데 아는 사람을 묻고 물어서 비즈니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믿을 만한 사람이고 같이 비즈니스를 할 만한 신뢰가 가는 사람인지를 오랜시간을 두고 알아본다.

그래서 필자가 돕고있는 창투회사의 젊은 사장도 워싱턴주의 주립대를 졸업하고 젊은 나이에 회사를 시작을 했는데, 실리콘밸리내에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절감을 했던지, 곧바로 버클리대를 졸업한 실리콘밸리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인재를 경영진으로 영입하는 모습을 보았다 (버클리대는 실리콘밸리에 근접해 있고 많은 졸업생들이 스탠포드대 졸업생들과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자리를 잡고있다).

당연히 실리콘밸리에 아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인데, 이처럼 네트워크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하겠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한국 회사들에 관해서는 '현지화'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

현지인을 고용하고 회사의 구조와 주된 영업장소도 미국으로 이전을 하면서 미국회사와 같은 구조와 풍토를 추구한다는 뜻인데, 필요한 예산규모가 만만하지 않은 통에 돈으로 쉽게 해결 할 생각으로는 안될 일이다.

그리고 현지화를 한다고 해서 회사가 성공 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렇게 중요한 현지화 과정을 돈 많이 안들이고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네트워킹'과 '레퍼런스'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조언을 하나 나누자면, 끈기를 갖고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한다는 것.

소위 이 '바닥'도 상당히 좁아서 한 두 다리 건너면 다 서로 알고 아는지라, 한 관계도 소홀히 하지말고 계속적으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한번 저돌적으로 들이밀다가 쉽게 호응을 못 얻는다해서 실망하고 포기하는 형식은 잘 통하지가 않는다.

항상 듣는 것은 'Underpromise'와 'Over-delivery'인데, 약속은 가능한한 현실적으로 하고, 성취는 약속한것보다 더 보여 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인간관계나 네트워킹 이벤트 중에 처음에 어떻게든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해 무리해서 자랑이나 약속을 했다가 실제 성취로 보여 줄수 있는 것이 더 적은 경우, 실리콘밸리 풍토상 쉽게 자신의 평판을 망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망쳐진 평판은 좀처럼 쉽게 회복 되지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이나 자신의 회사, 상품 등을 소개할 경우 정확히 말할 것과 예상을 토대로 소개를 할 경우 어느 부분이 예상을 토대로 하는 말인지, 왜 그런 예상을 하는지도 정확히 밝혀야 한다.

실리콘밸리처럼 많은 꿈이 있고, 그 꿈을 쫓는 이 사회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신뢰하지 못할 사람의 말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너무 바빠서 낭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한가지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은 실리콘밸리에서 네트워킹를 할 경우, 너무 지나치게 적극적이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동시에 너무 감정적으로 해석을 할 것도 아니다. 상대의 개인의견을 존중해주고,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거절을 받았을 경우 개인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나중에 더 나은 기회를 위해서 좋은 관계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창투사 임원에게 왜 한 회사에는 투자를 했고 다른 회사는 투자를 안했는지에 대해서 물어본적이 있다. 그의 답변은 이랬다. "물론 여러 요소가 있어지만 투자를 한 회사는 창업주의 차분하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신뢰가 갔다.

투자를 하지 않은 회사의 창업주는 한국계였는데 그의 조금은 너무 적극적인 네트워킹 자세와 지나치게 희망적인 말투가 결국에는 악영향을 준것이 아닌가 한다."  

문의 : briansong@lawyersong.com 

▲송희범 변호사  ⓒ2011 HelloDD.com
송희범(Brian H. Song) 변호사는 미국실리콘밸리 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86년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고3 시기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으며, 이후 미국 고등학교를 거쳐서 버클리 경제학과를 수료하고 미국 메릴랜드주립 법대를 마쳤습니다.

또 뉴욕주의 NYU에서 세법석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이후에 컨설팅회사 'Pricewaterhousecoopers'의 국제회사 자문을 3년간 맡았으며,

팔로알토의 'Gray Cary' 로펌에서 2년간 근무 후 독립사무실을 개설했습니다. 현재 8년째 독립적으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로 상거래, 회사 및 투자, 컨설팅과 관련 소송을 담당합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