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성현 한밭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서성현 한밭대 기계공학과 교수. ⓒ2011 HelloDD.com
우리나라 우주 개발의 꿈이 현실로 온전히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우주로 수송하는 발사체가 있어야 한다.이는 곧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는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로켓의 확보를 의미한다.

미국과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우주개발 기술과 로켓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두 나라가 현재 가지고 있는 로켓 기술의 뿌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가 개발한 V-2 미사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폰 브라운 박사가 이끄는 나치 치하의 연구팀이 V-2의 성공을 위해 그 무엇보다도 개발에 치중했던 기술은 로켓의 추진력을 생성하는 로켓엔진이었다.

이처럼 로켓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로켓엔진은 무려 3000도가 넘는 온도와 대기압의 100배에 달하는 압력에서 작동한다. 극한 환경에 노출되는 로켓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완성하기까지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같은 난제 극복을 위해 우주 개발을 염원하는 국가는 기술보유 국가로부터 기술이전을 원하지만 전략기술로 분류된 로켓핵심기술을 곧이 곧대로 전수해줄 국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우주개발 목표를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단계별로 필요한 세부 기술들을 꾸준하게 축적시켜 나가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여러 기술 중에서 모든 개발이 그렇듯이 시제품에 대한 검증은 필수적이다. 로켓엔진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실제 우주로 나가기 전에 많은 시험을 거쳐야 한다. 높은 압력과 온도에서 작동하는 로켓엔진을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시험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설비가 필요하게 된다.

때문에 로켓엔진 설비의 규모가 곧 해당 국가가 보유한 로켓개발 기술의 현 수준을 말해주는 척도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2002년 11월에 발사된 국내 최초의 액체로켓인 KSR-III에 장착되었던 엔진을 시험했던 설비의 용량을 증대해서 25톤에 해당하는 추진력을 갖는 엔진을 부분적으로 시험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한국형발사체에 적용예정인 엔진의 추진력은 이 것의 세 배에 달하므로 로켓엔진의 정상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구축에만 여러 해가 소요되는 엔진설비 확보에 가지고 있는 역량을 하루 속히 쏟아야 한다.

대형 로켓엔진 시험설비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연이은 나로호 실패로 침체된 국내 발사체 개발 상황으로 인해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지난 27일 계속된 가뭄으로 막 갈라지기 직전의 논바닥에 뿌려진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 있었다.

정부가 내년도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예산안을 올 해 대비 두 배로 증액해서 책정했다는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 이순간 우주개발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자국의 기술력으로 로켓엔진을 완성하는 것이며 그 출발점은 시험설비를 구축하는 것이다.

궤도 위에 멈춰선 '한국형발사체개발' 열차에 이제라도 조금이나마 연료가 채워진 것이 얼마나 다행이며 기쁜지 모른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사를 통해서 우리만 아는 우주로 향하는 쉬운 길은 없다는 것을 학습했다. 다시 품은 우주개발의 꿈을 피우기 위해서 어느 때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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