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용 KAIST 한글공학연구소장, "한글의 세계화, 그것이 나의 꿈"
과학적 한글과 IT기술의 만남, '

"한글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성취 가운데 하나다."(영국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 "한글은 알파벳보다 우월하다. 한글의 문자체계는 세계 유일하다. 개량이 아니라 언어학적 원리에 의한 의도적인 발명의 산물이다. 한글은 다른 모든 문자로부터 독립적이고 완전하다."('문자의 역사' 저자 스티븐 로저 피셔) 한글은 과학적으로 우수하고 사용하는 데 있어 편리한 문자다.

그 점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못한다. 그러나 부끄러운 건 한글 창제 원리를 담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기 전까지 우리는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 원리로 만들어졌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인들에게 과거 역사 유산 가운데 가장 자랑스러운 것을 꼽으라고 하면 열이면 열 모두 한글을 말하곤 한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정작 우리들은 한글이 어떻게 '과학적'인지 잘 모른다는 뜻이다.

발성 기관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자음은 위대한 과학성을 반증해 주고 있는 결과물 중 하나다. 우리나라 자음은 'ㄱ, ㄴ, ㅁ, ㅅ, ㅇ' 그리고 이들 기본 자음을 기본으로 획을 하나 더하거나 글자를 포개는 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ㄱ·ㅋ·ㄲ'으로 설명될 수 있다. 'ㄱ'은 '기역' 혹은 '그'라고 발음할 때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로 다른 글자들 역시 이런 방법으로 창제됐다. 모듬은 천지인 3개의 기호만으로 표현됐다.

점 하나와 작대기 두 개로 끝낸 모음 체계에는 각각 하늘과 땅, 사람을 뜻하는 철학까지 담겨있다. 이러한 천재적인 창조성 덕택으로 우리 한글은 휴대폰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며 널리 퍼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신부용 소장. ⓒ2011 HelloDD.com
스마트 시대에 한글은 공학적으로 뛰어남을 인정받아 융합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신부용 KAIST 문화과학대학 한글공학연구소장은 한글의 이러한 공학적 특수성을 발견하고 IT 기술에 접목한 과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2월 한글을 기반으로 한 만국어 입력 시스템 'HUPS(흆·흅스·Hangul-based Universal Phonetic System)'를 소개한 바 있다. 

신 소장이 개발한 시스템은 시각장애인이라도 전화기에 쉽게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프로그램이다. 사람의 말이라면 어떤 나라 말이라도 적을 수 있는 한글의 장점을 이용해, 소리나는 대로 우리글을 입력하면 외국어 단어가 저절로 뜨게 시스템화했다. 현재 흅스는 스마트 폰에 다운받아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형태로 개발된 상태다. 

신 소장은 "세계 대표적 표음문자는 영어, 알파벳, 산스크리트어 그리고 한글이다. 알파벳은 자모음의 구별이 모호하고 문자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으며 산스크리트어는 종성자음이 빈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글만이 완벽한 표음문자"라며 "세상 모든 언어의 발음은 인간이 내는 '소리'이기 때문에 한글로 쉽게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한글 사랑은 1980년도부터 시작됐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문길주)에 재직하던 시절, 신문에 칼럼을 냈었는데 훈민정음에서 발음하던 'f,r'발음을 되찾아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어연구원에서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난다며 난색을 표했고, 그 이후 그는 외국어와 외래어 표기에 대한 짧지 않은 논쟁을 치러왔다.

신 소장은 "한글 사용에 있어서 용도와 과학적 우수성을 개발해 사람들이 쓰게하면 목표를 달성하게 되고 유용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한글공학 연구의 구체적 목표를 밝혔다. 

◆ 신 소장이 이뤄야 하는 꿈, "한글의 세계화, 그것이 나의 꿈"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컴퓨터 자판을 들여다 보자. 영문과 한글이 한칸에 각각 하나씩 들어 있는 형태다. 그러나 버튼식 휴대폰을 보면 사정은 다르다. 영어 알파벳은 글자 수가 26자여서 휴대폰 문자 단추 10개에 대개 3~4 글자씩 깔아야 한다. 일본어 철자는 50글자이기 때문에 단추마다 글자가 5겹으로 배치된다. 이에 비해 한글은 24자인데다 그 과학적 특성을 활용할 수 있어 휴대폰 문자배열에 매우 유리하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휴대폰 12개의 문자 단추만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문자 메시지를 쉽게 주고 받아왔다. 그러나 영어 알파벳으로 문자를 입력하고자 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Qwerty 자판(영어식 키보드)은 글자가 작아 문자를 입력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바로 여기에 흅스의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신 소장의 설명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시 세상 모든 문자에는 고유의 유니코드(Unicode)가 주어지며 이는 총 30만자에 달한다. 이에 비해 흅스의 기본 자음과 모음은 아래 표에서처럼 각 10자로 되어 있으며 각각 부여되는 수치부호로 구성된다. 

여기서 10이라는 숫자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10개의 자음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모든 모음 역시 10개의 한글 모음으로 표현할 수 있다. 결국 세상 모든 소리를 10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으로 표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 자음과 모음에 각각 수치 부호를 붙인다면 세상 모든 소리를 수치화 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흅스는 10개의 자음단추와 5개의 모음단추를 가진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탄생했다. 글자 입력이 편리하고, 한글로 영어 단어를 입력하여 알파벳으로 전환시켜주는 기능이 있다. 예를 들어 '스튜던트'라고 입력한 후 '한/A' 단추를 누르면 'student' 로 바뀌는 것이다.

신 소장은 "현재 흅스는 소프트웨어 형태로 개발된 상태지만, 기기로서의 개발 역시 시급한 상황"이라며 "현재 흅스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의 특성상 터치 방식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자판 형태를 새로이 만들고, 이를 활용한 수퍼폰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 소장이 만든 자판을 이용하면 세계 어떤 언어라도 입출력할 수 있으며, 이미 개발된 컴퓨터 기술을 장착해 세계에 보급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수퍼폰이 세계적으로 보급될 경우 어느 나라에서나 흅스를 매개로 해 문서를 작성할 수 있으며, 세계 각지에서 흅스를 기본 문자로 한 서적과 컨텐츠가 보급되고, 유비쿼터스(Ubiquitous) 기기에 공통적으로 장착 돼 유비쿼터스 기술을 촉진시킬 것"이라며 "또한 문자가 없는 나라의 문자로서 사용할 수 있고 시각장애인의 문서작성이 용이해지고, 언어장애인 또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외국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자기 나라 언어로 문자메세지를 주고 받는 장애인들은 거의 없다. 그들 대부분이 알파벳은 물론 단어 철자법을 외우는 것은 고사하고, 이를 모바일 쿼터 자판에 입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나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별반 다름없이 한글로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한글의 편리성과 우월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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