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자존감 세우는 국정감사는 요원한가
연구 수월성에 초점 맞춰 질문, 답변 이뤄져야

대한민국 국회의 과학기술계 국정감사 분위기는 시대가 변해도 도대체 변하는 게 없다. 그 밥에 그 나물, 다시말해 매년 같은 지적과 같은 답변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한다. 과학계 국감이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의 과학현장 진단은 지나칠 정도로 천편일률적이다.

올해 국정감사를 둘러싸고 감사에 나선 의원들을 바라보는 평가는 한마디로 차갑다. 연구기관들의 연구비 관리와 카드사용 실태, 해외 연수, 낙하산 인사 등 과학기술계 흠집내기에만 열을 올릴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따금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은 극소수 국회의원들의 정책 국감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도 있었지만 흠집잡기로 일관하는 국감 행태에 파묻혀버리기 일쑤다. 지난 4일과 5일 우리 과학기술자들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또 한번 되풀이되는 서글픈 현장을 목도해야 했다.

여전히 70~80년대식이다. 과학계 수장들이 의원들의 고압적인 태도에 짓눌리고, 제한된 시간에 답변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장면들이 이번 국감장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과학기술자들이 무슨 범죄 집단인양 연구비 횡령에 카드비 사용 남발, 연구장비 입찰 투명성, 무분별한 해외연수 등 연구현장을 옥죄는 관리항목들을 조목조목 짚어나가며 과학계를 타작하려 들었다.

국내 신문 방송에서도 자연스레 국회의원들이 질타하는 연구현장의 비리를 대중에 전하는 기사들로 지면과 방송시간이 채워졌다. 이번 국감 기간은 공교롭게도 노벨과학상 수상 시즌과 겹쳐 있었다.

한국 언론에서는 과학계 국감으로 우리 과학자들이 공짜 해외연수나 돌아다닌다는 식의 비판 보도들이 인터넷으로 퍼져나가는 동안, 세계 유수 언론에서는 노벨상 수상 소식들이 긴급 타전되면서 관련 기획 기사들이 비중있게 다뤄졌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 외신들은 이번 노벨생리학·물리학·화학상에 이르는 수상자들과 친분관계나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전문가 멘트를 인용해 그들의 과학적 가치를 집중 조명했다.

그런 수준높은 내용의 보도가 이뤄지는 것은 달리 말해 독자나 시청자의 수준도 보도를 소화할 능력이 있음을 역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의 상황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국감 소식의 한편에 외롭게 자리잡고 있는 노벨상 소식 조차 외신에 의존한 정보들이 대부분이다.

한국 과학계는 워낙 노벨과학상 수상자 등 석학 연구그룹들과의 교류 자체가 부족해 수상자들의 진면목이나 세세한 연구과정을 알고 있는 과학자 그룹을 찾기조차 힘들다. 세계적 연구자들과 더욱 교류를 활발히 하기 위해 우리 과학자들의 해외연수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전략적 국제R&D협력 관계 필요성을 생각해 보지만, 현실은 그 반대 아닌가.

올해 국감장에서도 연구기관들은 여전히 해외연수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지적받고 있었다. 이전보다 더 해외교류 활동을 감시당해야 하고 그에따라 위축되는 모습이 불을 보듯 뻔하지 않는가. 과학계 국감문화는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과학기술계의 비리가 있다면 국감이 밝혀내 비판하고 시정을 촉구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책 국감장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 과학계가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해 어떻게 과학자들이 날개를 펴나갈 수 있을지에 국감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과학계 국정감사는 세계 일류를 향한 눈으로 과학계를 바라보고, 감사 방향도 그에 맞춰야 한다. 국회의원이든 과학기술자이든 좀 더 시야를 세계로 넓히고 진지하게 우리 연구능력의 수월성 개선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 매년 15조원이 넘는 R&D세금을 내는 국민이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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