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속기물리 세계적 석학 니콜라이 비노쿠로프 박사
"소형 가속기를 대형 방사광가속기처럼 활용토록 연구 도전"

17년을 이어온 끈끈한 연구 인연이다. 이런 만남이 '세계 수준의 연구센터(WCI)'를 통해 다시금 손을 맞잡았다. 가속기물리와 방사선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는 러시아의 니콜라이 비노쿠로프(Nikolay A. Vinokurov) 박사와 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의 이야기다.

비노쿠로프 박사는 17년 지기 연구 파트너의 요청으로 원자력연의 양자빔 기반 방사선 연구센터장의 역할을 맡기 위해 선뜻 한국으로 건너 왔다. 정영욱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WCI 사업이 진행되자마자 주저없이 비노쿠로프 박사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인연은 가속기 물리나 자유전자레이저 분야에 있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는 부드커핵물리연구소와 원자력연이 협력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현재 원자력연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속기 역시 부드커핵물리연구소에서 들여왔다.

비노쿠로프 박사는 러시아 부드커핵물리연구소의 고출력 테라헤르츠 자유전자레이저 센터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가속기물리와 방사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이론과 실증 연구 능력을 겸비한 석학으로, 세계 최초로 방사광 가속기 핵심장치의 표준 모형을 개발했다.

이 모형은 현재 전세계 모든 3·4세대 방사광 가속기에서 사용되고 있다. 연구센터에서 진행하게 될 연구는 T-레이와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도가 필요한 구조분석 및 원자핵 제어에 쓰일 극초단 X-레이의 동시 구현 발생장치다.

T-레이는 초당 1조 번 정도 진동하는 전자기파 대역으로, X-레이에 비해 에너지가 100만분의 1로 낮아 생명체에 무해하면서도 물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차세대의 보안검색, 의료진단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빛의 방향을 달리해 투명망토 등을 만드는 연구도 이 테라헤르츠 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양자빔 기반 방사선은 첨단 가속기 및 극초단 레이저 기술을 기반으로 극초단, 고휘도, 단색, 편극의 특성을 가진 T-레이와 X-레이를 동시에 구현하는 방사선이다.

신소재 개발이나 고감도 계측, 비파괴 검사 등 원자력 분야와 바이오 메디컬 분야, 고집적 반도체 제조, 보안 검색 등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비노쿠로프 박사의 말에 따르면 현재 양자빔 기반 방사선의 응용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하게 취급되는 연구분야다.

이에 관해서는 러시아 역시 선두그룹에 서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부드커핵물리연구소에서는 암치료용 가속기기반 중성자원 시험장치를 개발해 냈으며, 이미 에너지회수형 고출력 자유전자레이저시설을 건설한 상태다.

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테라헤르츠 발생장치다. 현재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이 시설을 이용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양자빔 기반 방사선 연구센터에서는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검증에 주안점을 두고자 상대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장치 개발을 수행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소형 첨단 방사선 발생장치를 새로운 응용연구에 활용함으로써 유용한 성과를 많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의 주요 내용은 광전자총을 사용하는 소형 가속기 개발과 새로운 개념의 방사선 발생기 개발, 세계 최초로 레이저 가속과 기존 가속기 기술을 접목하는 연구, 에너지 회수형 가속기를 이용한 고출력 감마선원 설계, 그리고 응용으로는 메타물질 및 바이오 관련 연구 등이다.

박사에 따르면 모든 연구센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기술적, 금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는 "특히 과학적, 기술적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서 연구를 위한 의지가 충만한 연구진도 요구된다"며 "WCI센터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은 이러한 자질을 모두 갖춘 분들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대표적인 두 연구기관의 협력과 지원이 있다. 그렇기에 이 센터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 세계적 과학강국 도약했다...그러나 선진국들도 지금 수준으로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니콜라이 비노쿠로프 박사. ⓒ2011 HelloDD.com
기초과학에 관해 한국과 선진국의 주된 차이점은 어디에 있을까. 비노쿠로프 박사는 "현재 한국의 기술 수준은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과 비등할 정도로 성숙했다"며 "그러나 선진국들은 세계적 수준에 머무르려고 하지 않는다.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연구를 수행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양자빔 기반 방사선 연구센터의 주된 연구 분야 역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원자력연에서 보유하고 있는 소형 테라헤르츠 자유전자레이저나 레이저 가속장치, 그리고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개발 예정인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장치나 시설 기준으로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장치나 시설을 활용해 새로운 연구개발을 수행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기초과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과학자들이 많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잘 만들어진 교육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교육체계는 관성이 있어서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수 십 년이 걸린다. 하이테크 분야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한국에서 기초과학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기대컨대 이번 WCI센터가 한국과 러시아의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