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지능형 보안상황 인지·대응 시스템' NAP로 선정
최만용 박사,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범죄예방 기술이 필수적"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 범죄 현장. 곧이어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주위를 둘러보는 경찰들의 눈에 전봇대에 매달려있는 CCTV가 눈에 들어온다. '범인의 얼굴 모습'에 대한 기대심리를 갖고 판독을 시작하는 그들.

이내 나타난 화면에는 으슬으슬 어둠만 자욱히 깔려있는 가운데, 한 구석에서 뭔가 작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하지만 누가 범인이고 피해자인지는 분별하기 힘들다. 방범용 CCTV의 효용 가치가 단숨에 추락하는순간이다.

이 정도론 CCTV 화면을 증거로 내세우기도 힘들다. 현장 조사를 통해 다른 물증을 찾는 수밖에 없다. 흉악 범죄자들의 흐릿한 모습이 CCTV를 통해 자주 뉴스에 등장하곤 한다. 자세히 보려고 해도 회색 빛의 답답한 화면은 시청자들에게 아무런 의미를 전달해주지 못한다.

'저런 나쁜 놈, 반드시 잡아야지'하고 TV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도 '뭐야, 아무것도 안보이잖아'라며 눈을 돌려버리게 된다. CCTV의 한계다. CCTV 불량으로 범죄현장 영상정보를 알아볼 수 없거나, 늦은 밤 또는 빛이 없는 곳에서는 얼굴을 식별하기 어려운 점 등의 기술적인 문제 등은 수사인력 누구나 경험하는 것.

게다가 모니터링 인력이 적어 사건 즉시 대처하기도 어렵고, CCTV 관련 법률이 없어 운영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 데 있어서의 한계 등 제도적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문제점들을 한 큐에 해결할 수 있다고 나선 과학자가 있다.

최만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안전측정센터 박사는 '지능형 다중센싱 및 첨단분석 기술을 활용한 보안상황 인지·대응 시스템'이라는 연구 아이디어로 과학수사에 필요한 분석 원천기술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다. 이미 NAP(National Agenda Project:국가·사회적 문제 해결 연구사업)으로 선정돼 현판식까지 마친 상태다.
 

▲실험실 앞에 걸려있는 NAP 현판. ⓒ2011 HelloDD.com

최 박사의 연구 핵심은 CCTV의 지능화다. 이 시스템은 사후 증거 수집 용도로 쓰이는 감시 카메라 대신 시각과 청각, 촉각 정보를 잡아낼 수 있는 고감도 센서를 측정 장비로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다양한 정보는 철저한 분석을 거쳐 범죄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 돕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계획 범죄의 경우 범죄자의 행동에 일정한 패턴이 있게 마련인데, 그 행태를 분석해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저장해 놓는다. 이후 동일한 범죄가 발생했을 시, 패턴을 적용해 일치하면 미리 범죄를 방지할 수 있는 방식이다.

얼굴 표정이나 눈빛 등 생체 인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수집 대상이다. 그는 "현 사회의 급속한 산업 발전 등의 결과로 어린이 성범죄, 유괴, 우발적 폭행 등의 범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범죄예방 기술이 필수적"이라며 "이 문제들은 국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요 국가 아젠다"라고 말한다.

최 박사는 "지능형 다중센싱 및 첨단 분석 기술을 활용한 보안상황 인지·대응시스템 개발 연구의 최종 목표는 범죄 예방 및 안전한 사회 구현을 위한 과학수사 분석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NAP는 표준연 안전측정센터가 주관하고 KIST,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참여하는 형태다. 시스템의 핵심기술 개발과제는 이미 시작된 단계.

최 박사는 총괄연구책임자로서 고성능 다중센서를 이용해 이동·정지물체를 검출하고 추적하는 기술 개발에 돌입한 상태이며, KIST는 표정과 걸음걸이 등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고 범죄 상황을 인지하는 기술을, 수리연은 이상 행동을 추출하고 비교하는 생체인식과 네거티브 심리인식기술 부분을 맡았다.

◆ 센서융합기술 개발 필요, "상황 인지하는 인공지능 기법 도입 필수"
 

▲현재 개발 중인 CCTV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 최만용 박사. ⓒ2011 HelloDD.com

기존의 영상 기반의 감시 시스템은 소수의 감시 인력이 모니터를 통해 감시 카메라의 영상을 관찰하는 형식이다. 때문에 보안 상황 발생에 대한 능동적 대처와 효율성이 낮은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한 사람이 연속적으로 영상을 감시한 지 12분이 넘으면 사건 발생 인식 실패율이 45%나 되고, 22분 후에는 95%에 육박하게 된다. 따라서 사람을 대신해 실시간으로 감시 영역을 관찰·분석하고 보안 상황을 자동으로 인지한 후 담당자에게 통보할 수 있는 지능형 보안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대두된다.

최 박사는 "지능형 보안 감시를 위해서는 감시영역의 의심스러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CCTV 등의 영상센서 외에 열영상, 음향센서, 광센서의 상호보완을 통한 물리보안 감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센서융합기술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시스템기술의 개발을 위해서는 각 센싱요소(가시요소, 열영상, 음향, 광)의 성능 향상과 정보의 자동분석, 인지에 필요한 방대한 정보의 계산·통신·저장 등에 관한 최적화 연구가 필수적이다. 특히 실시간 보안감시를 위해서는 센싱한 정보를 자동으로 분석해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법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범죄자의 식별, 범죄행위 의도를 사전 검지하기 위해서는 홍채인식과 사람의 얼굴 감정 변화 등에 관한 보다 향상된 기술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최 박사는 "첨단과학수사 분야는 선진국의 경우 정부 주도로 유전자감식과 미세증거물, 마약·독물 분석 등의 분석 기술들이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며 "특히 미세증거물 및 개인 식별을 위한 동위원소 분석기술과 생화학적 프로파일링 기술 개발도 미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각종 범죄는 점차 고도로 지능화되고 있어 이에 대응하는 신속·정확·초고감도 과학수사를 위해서는 첨단분석 장비를 이용한 새로운 분석기법의 개발과 한국형 K-CSI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기반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 "향후 5년 내 새로운 시장 열릴 것으로 예상"…국제 경쟁력 향상 기여

보안 상황인지 기반 사전예측 시스템은 지능형 융합 영상 사업으로 현재 시장에서 제공하고 있지 않은 서비스다. 몇몇 선진국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향후 5년 내에는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요구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점쳐지는 분야다.

최 박사는 "지난해 세계 영상보안 및 지능형 시스템 장비 시장은 200억 달러 이상이었다. 1%만 점유해도 2억 달러의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며 "연간 15∼2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므로 2020년의 세계 시장 규모는 5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지능형 보안상황 인지 뿐만 아니라 원천요소기술의 모듈화로 교통과 군사, 환경 등 타 산업 분야의 제품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는 "경제성과 신뢰성을 갖춘 지능형 보안시스템 보급으로 국민의 행복한 삶과 안녕,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 재산과 생명보호를 위한 치안예산 및 국가 보상비용을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핵심 기술 보유에 따라 기술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도 가능할 것이며, 무엇보다 과학적 거짓말 탐지가 이뤄질 경우 정의로운 사회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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