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희열 에너지연 박사, 화석·전기에너지 'NO' 태양과 바닷물만 있으면 'OK'
"중국, 인도 등 인구대국의 산업화가 물 부족 가속화"

"지금의 해수담수화 기술은 대부분이 화석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고 있습니다. 태양열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생각을 했죠. 순수 태양 에너지만을 가지고 해수담수화를 할 수는 없을까. 태양 에너지를 활용해 바닷물만 있으면 담수를 만들 수 있는, 기존의 기술과는 다른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화석 에너지나 전기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담수화 기술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곽희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의 확신에 찬 발언에 갑자기 그 옛날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던 봉이 김선달이 떠오른 것은 왠일일까. 곽 박사는 그런 지적에 고개를 끄덕인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돼 볼 생각이다. 봉이 김선달은 재치와 기지를 발휘해 물을 팔아먹었다. 그에 반해 나는 21세기에 맞춰 신재생에너지라는 기술을 활용해 물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은 석유도, 천연가스도, 석탄도 아닌 바로 '물'이다. 언제나 곁에 넘쳐 흐르는 듯했던 물이 지금은 돈을 주고 사야지만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물을 사면서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제 물은 우리에게 경제적 희소성이 있는 상품이 돼버린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물 부족은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 브라질과 같은 인구 대국들의 산업화가 가속화 할수록 물에 대한 수요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절박감과 함께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러가지 해결책이 강구되고 있지만 그중 눈에 띄는 것이 해수담수화 기술이다.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상용화 돼 있는 이 기술은 바닷물을 담수화로 전환시키는 기술이다. 바다의 해수량을 생각해 볼 때 제대로만 활용될 경우 인류의 물부족은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예측이다.

전 세계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담수화 기술로는 다중효과용 가마 등에 의해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제거하는 증류법, 담수와 해수사이를 막으로 막고 가압해 해수측에서 담수를 침투시키는 역침투법, 해수를 냉동해 물과 얼음으로 분리하는 냉동법 등이 있다.

또 염분이 1~4% 정도인 염수일 때는 이온 교환막에 의한 전기 투과법도 유효하다. 그러나 이 모든 기술에는 화학에너지나 전기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곽 박사가 현재 연구 중인 기술은 태양열 중온수를 이용한 고효율 다단 다중효용(MEMS, Multi Effects Multi Stages) 담수기 기술. 현재 일반적으로 실용화되고 있는 담수화 기술과는 출발부터가 다르다. 곽 박사의 MEMS 기술은 태양열과 태양광이 메인 에너지로 활용된다.

곽 박사의 연구가 상용화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새로운 개념의 태양 에너지 담수화 플랜트 기술 선점으로 에너지 자립형 플랜트를 보급하고, 물 부족이 심각한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 기술 수출도 도모할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기술이전 및 기술 수출로 관련 국내 산업 육성과 고용 효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글로벌 물장사를 하는 것이 꿈이다. UN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약 27억 명 가량의 인구가 물 부족에 직면한다고 한다. 지구상의 물은 총량 대비 해수가 97.5%, 담수가 2.5% 정도 되는데, 풍부한 해수로부터 담수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려면 자연에너지를 이용한 저비용, 고효율 담수화 시스템 기술이 필요하다"며 "현재 국내외 기업으로 기술이전을 추진 중에 있으며, 해외 수출 및 현지화 역시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 "해수담수화 기술, 인류에게 꼭 필요한 기술"
 

▲제주도 실증 플랜트를 원격으로 운전하고 있는 모습. ⓒ2011 HelloDD.com

해수담수화 기술과의 첫 만남은 2005년이었다. 당시 곽 박사는 담수기를 타입별로 구입해 성능을 검증하고 있었다. 태양에너지와 접목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일일이 실험해 볼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고 있는 여러 타입의 담수기를 가져다 테스트를 해보고, 실험이 끝난 후 맞는 조건들을 찾아 태양열 시스템으로부터 증발에 필요한 열을 얻고 펌프 등을 구동하는 전력은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이용한 담수 플랜트를 실증해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진공관형 태양열집열기를 이미 10년전에 개발해냈고, 상용화하여 국내 보급되고 있다. 당시 곽 박사가 주도해 국내 기술로 실용화한 단일 진공관형 태양열 집열기는 70~150℃ 의 중온(中溫) 범위에서 집열효율이 높기 때문에 중온의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산업공정열 분야 뿐만 아니라 건물의 냉·난방 열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는 이 태양열 집열기를 이용해 제주도에 2톤짜리 담수 플랜트를 구축하고 통합제어 및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원격 운전을 실행했다. 이 플랜트를 통해 장기운전 열성능 및 엔지니어링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해수담수화 시스템의 최적 설계 및 운전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제주도 실증 플랜트에서는 지하 50m에서 끌어올린 바닷물을 담수화해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곽 박사는 "태양 에너지가 무궁무진한 중동국가의 경우 태양열 해수담수화는 탐나는 기술일 수 밖에 없다"며 "기술 수출은 사막의 그린도시 건설과 같은 대규모 플랜트 사업 수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6년부터 실증을 시작해 성능을 분석하면서 태양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해수담수화 기술을 상용화시키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담수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고효율 다중효용 증발식 담수기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셈이다.

곽 박사는 3단 담수기를 개발해 다단 담수기로 가는 문을 열었다. 이 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단 담수기는 개발할 수 없다. 태양열 집열기로부터 따뜻한 열이 담수기로 들어오면 스팀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스팀이 단을 거쳐가면서 담수를 만들어낸다.

1단에서 만들어진 54도의 증기가 다음 단에서는 51도, 그 다음 단에서는 47도로 낮아지면서 담수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스팀에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을 때 까지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이 많이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모든 것에는 적정 용량이 있다. 그가 만든 다중효용 담수기술은 고온 발생기와 저온 발생기로 나눠져 있으며, 공급온도는 최초 70도다. 각 단의 압력차는 3∼4 킬로파스칼로 각 단의 포화 온도도 적용이 돼 있다. 그가 고온과 저온을 나눈 이유는 태양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다.

곽 박사는 "단수가 높을수록 집열 면적은 작아지나 담수기 제작 가격이 높아지며 특정 단수 이상일 경우 시스템 비용은 다시 상승한다. 따라서 태양열을 이용한 해수담수화 시스템의 경우 단수를 높일수록 시스템 비용이 감소되는 것이 아니며 4-7단으로 제작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며 "현재 MEMS가 7톤 정도의 담수를 생산해내고 있다. 50톤 이상으로 용량을 늘려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은 이미 청사진이 나와 있다. 기술이전을 추진해 실증 및 테스트 베드를 시험하고,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해외에 수출하거나 현지화를 추진하는 일이다.

곽 박사는 "안 된다, 안 된다라고만 생각하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수담수화 기술이 인류에 꼭 필요한 기술인만큼 상용화시켜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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