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 신임소장 인터뷰]
"'성장'에서 '성숙'으로 방향 전환 하겠다"

"2006년 연구소 설립 이후 지금껏 외형을 갖추고 발전의 기틀을 놓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내실을 기할 때가 됐다. 그 동안은 핵융합발전에 대한 국가적 로드맵에 따라 6년간 연구방향성을 정립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에 힘써 왔다.

제 임기 동안은 연구의 질을 높이는 ‘성숙’ 단계로 진입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지난 9월14일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KSTAR) 운영사업단을 진두지휘해오던 권면 선임단장을 새 수장으로 맞이했다.

집무실에 만난 권면 신임 소장. "추석 연휴기간 중 소장 선임이 발표된 데다가 마침 출장 중이었던 터라 해외에서 소식을 들었다"며 "아직까지 정신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주위의 코멘트는 다르다.

선임단장으로서 4년간 KSTAR 사업단을 이끌었고 소장 대행 업무도 3개월간 수행한 경력이 있어 준비된 소장이라는 평가다. 권 소장은 "최종 결정권자로서 소장의 역할이 주는 부담감이 의외로 크다"며 "선임단장일 때는 일이 많았어도 마음은 편했는데 이제는 다 제가 결정을 내려주길 기다리고 있으니 어깨가 참 무겁다"며 웃었다.

◆ KSTAR 새 운전영역 진입, ITER 조달계약 70% 완성 등 목표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 신임소장이
연구소 운영계획 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소장으로서 가지고 있는 조직 운영의 큰 밑그림에 대해 물었다. "연구 성과에 내실을 기하는 동시에 연구 환경을 개선하고 연구자들에게 자유를 더 주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연구소를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하고자 한다."

아울러 권 소장은 "핵융합 발전의 큰 로드맵 속에서 매년 세부 목표를 달성하는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KSATR는 새로운 운전 영역으로 진입시키고 ITER 사업의 경우 조달 계약의 70%를 완료하겠다는 각오다.

융복합플라즈마 센터 이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핵융합첨단연구개발동 건설도 차질 없이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원들이 안정적이고 편안하며 자유로운 느낌을 가지고 연구에 임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부분도 놓치지 않고자 한다.

대덕의 타 연구소와 지역 대학들과의 연계를 더욱 활발히 모색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싶은 소망도 가지고 있다. 특히 KSTAR 사업단을 오랫동안 이끌어 왔기에 관련 분야에 대한 욕심이 많다.

이는 ITER 사업과도 연관이 크기에 권 소장의 계획이 궁금하다. 권 소장은 일단 'KSTAR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이를 바탕으로 ITER 사업에서도 더욱 확고한 위치를 점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제시했다.

"KSTAR가 설계대로 잘 동작하고 있으며 장시간 운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최우선이다. 장시간 운전이 가능하다는 뜻은 핵융합발전소 운영의 핵심인 '1년 내내 플라즈마를 제어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권 소장은 이를 위해 먼저 ‘2018년까지 플라즈마 유지 시간 300초’를 바라보고 단계별로 실험과 연구를 진행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가장 가깝게는 5년 내 100초 달성이 목표다.

플라즈마를 50-100초까지 끌고 가면 그 안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불안정성이 일어나게 되며 300초까지 운전할 수 있다면 제어기술은 다 확립됐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KSTAR와 같은 초전도 핵융합장치인 ITER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더 많아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KSTAR 운영·실험·데이터 분석 노하우 축적에도 적극적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핵융합 발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가운데 각국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권 소장은 ITER를 포함한 핵융합 발전에 있어 국제적 흐름에 대해서 언급했다.

"핵융합발전 상용화라는 공통 목표는 있으나 나라별로 상황이나, 가지고 있는 로드맵은 다른 것이 현실이다. 국제협력이 중요한 ITER 사업의 특성상 내부 네트워크 내에서의 협업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자국 내 프로그램은 강화되는 추세다." 권 소장에 따르면 로드맵 면에서는 중국이 2020년대에 핵융합발전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해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국가 최고 책임자는 다 핵융합연구소를 방문했고 인력양성과 예산 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인도도 심각성을 더해가는 에너지 문제로 인해 상당히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본은 ITER 다음을 바라보고 아오모리에 다음 세대 핵융합 장치 연구센터를 건설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초전도 기술과 장치 제작 부분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ITER에도 그대로 이어져 관련 분야는 우리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KSTAR 장치 활용이나 운영, 실험과 데이터 수집·분석하는 기술은 아직 시작단계라는 지적이다.

권소장은 "KSTAR가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계획대로만 잘 수행된다면 10년 이내에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며 "국제협력은 물론이고 정부와 전국 대학, 원자력 연구소 등 국내 연구진들과 더 많이 협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재구성
 

▲연구의 질도 소통의 관점에서 풀어나가겠다고
밝히는 권면 신임소장.
ⓒ2011 HelloDD.com
그 밖에 권 소장은 ‘핵융합 파생기술 사업화 부분’에 대한 관심도 나타냈다. "적어도 20년 이후를 내다봐야 하는 핵융합 발전의 특성상 파생기술은 정부와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산업 발전에도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효자"라며 권 소장은 내년 초 융복합플라즈마센터의 군산 이전을 계기로 센터가 산업체와 더욱 밀접하게 연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석탄 가스화 기술을 이용해 파일럿 플랜트를 건설하는 등 유의미한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는데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추가적으로 몇 가지 후보 기술을 발굴해 집중 육성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내부 조직과 내외부 소통에 관해 권 소장은 "소통의 걸림돌은 사람 개개인에게 있다"고 봤다.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그 속에서 의사소통 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하며 연구의 질을 높이는 것도 소통의 관점에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권 소장은 기존의 좋은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서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복안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연구원들의 생각을 모으고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일단 핵심 역량에 집중할 있도록 불필요하게 신경 써야 할 일들을 줄이는 형태로 조직을 재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우리나라는 '2030년 핵융합발전에 관련한 모든 기술을 확보한다'는 최종 목표에 따라 핵융합발전과 관련한 연구소의 기술 로드맵과 관련법을 이미 제정해 둔 상태다.

이에 맞춰 정부에서는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다. 권 소장은 "내년이 2단계의 첫 해이므로 '핵융합 발전의 저변 확대와 기반 조성'을 목표로 했던 1단계 사업을 올해 잘 마무리 짓고 2단계로 잘 넘어가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2012년을 '세계 5대 핵융합 강국 진입'이란 2단계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 개발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는 첫 해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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