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재흥 대전금형RIS 사업단장
“기술·디자인·소재·납기 4가지 항목 모두 갖춘 금형 업체 육성할 터”

지난 6월 대전 지역 금형산업 육성을 목표로 대전금형RIS(Regional innovation System)사업이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금형은 주조, 용접과 함께 기초공정산업을 의미하는 뿌리 산업의 한 축. 첨단산업의 품질과 디자인 경쟁을 좌우하기도 한다.

대전금형RIS 출범을 계기로 '사업단장 인터뷰' '지역금형의 장인을 찾아서' '기업인의 목소리' 등을 주제로 한 '업그레이드 금형' 시리즈를 통해 대전 금형 산업의 나아갈 바를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금형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일도, 해야만 하는 일도 많다는 '조재흥 단장' ⓒ2011 HelloDD.com

"그거 아세요? 애플사 전 직원의 절반이 금형관계자라고 합니다. 금형은 제품의 완결성을 보증하는 중요한 산업입니다. IT나 BT·NT 등 첨단산업 분야는 정부의 지원도 체계적이고 비전 수립도 잘 돼 있는 데 비해 자동차, 항공기, 컴퓨터, 안경 등 첨단제품부터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산품의 필수 요소인 금형의 중요성은 간과되고 있습니다."

조재흥 대전금형RIS사업단장(한남대학교 광전자물리학과 교수)은 이처럼 대량생산을 위한 제품의 틀을 만드는 금형(Die&Mold)이야말로 제품과 소비자가 직접 맞닿는 연결고리이자 제품의 완성도와 디자인을 좌우하는 중요한 산업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제품의 재료와 기능에는 관심이 많지만 최종 제품의 색상과 디자인, 수명 등을 좌우하는 금형산업에 관해서는 비교적 무관심해온 편이다. 그 결과 금형산업은 가격은 중국에 밀리고 기술은 독일·일본 등 선진국에 밀리는 상황이 돼버렸고 매력을 잃은 나머지 신규 인력의 공급마저 차단된지 오래다.

하지만 최근들어 금형의 중요성을 깨달은 삼성전자가 1400억 원을 투자해 지난해 10월 광주에 정밀금형개발센터를 준공했다. 이에 뒤질세라 LG전자도 평택에 금형기술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를 무조건 반길 수만은 없는 게 조재흥 단장의 요즘 심정이다.

지난 20여 년간 쇠락의 길을 걸어오면서도 어렵사리 명맥을 유지하던 전국의 금형 기술자를 대기업이 어느날 갑자기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지역 금형업계는 인력 부족으로 고사 직전의 상황까지 내몰리게 됐으며, 다른 중소기업들은 제대로 된 금형업체를 만나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 그의 걱정어린 지적이다.

금형산업은 지역별 편중도 심하다. 대다수의 금형업체가 부평, 인천 등 수도권에 밀집해 있고, 대기업과 밀접한 광주, 울산, 그리고 대구에 일부가 있다. 역사적으로 제조업 기반이 약한 대전은 금형산업이 발전하지 못했다. 대전 지역의 금형산업 발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는 배경이다.

그래서 한남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전테크노파크 등이 컨소시엄을 맺고 지식경제부의 지역연고산업육성사업(RIS)을 시작, 융합지원시스템 구축을 통한 대전 지역 금형산업 육성이란 임무를 부여받았다.

지난 2010년 두 번의 고배를 마신 뒤 삼수 끝에 RIS 사업으로 선정된 만큼 사업단의 각오도 남다르다. 사업단의 수장인 조재흥 단장을 통해 금형 산업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한편 사업단의 청사진을 들어보았다.

◆조 단장이 금형에 눈 뜬 이유?

조재흥 단장의 전공은 사실 금형이 아닌 광학이다. 그런데 그가 렌즈를 설계, 디자인하고 제품으로 만들 때 마지막에 부딪치는 곳이 금형회사였다. 금형코아(틀)를 고정밀 가공기계로 깎아내야 하는데 해당 금형회사에서 그가 설계한대로 제품이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현장을 방문, 문제 원인을 알고자 하면 업체사람들은 '어떤 소재를 얼마의 시간에 어떤 방법으로 가공했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불에 달궈 10초간 식힌 뒤 옆구리를 두 번 탕탕 치니까 모양이 맞더라'는 식의 경험에 의존한 대답을 한다는 것.

현장에서는 설계와 소재의 특성을 파악하지 않고 80~90%가 경험에 의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조 단장은 설계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금형을 제대로 공부해서 금형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대전시도 2010년부터 기계, 금속, 금형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지식경제부도 뿌리 산업이 튼튼해야 지속성장이 가능함을 강조했다. 조 단장과 대전시, 지식경제부 이 3박자가 맞아 떨어져 대전 금형 RIS 사업이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전테크노파크, 한남대산학협력단 등도 뜻을 함께 했다.

◆ 대전 금형 얼마나 열악 하길래…조 단장이 밝히는 지역 금형산업

"벤처와 연구소가 많아 다품종 소량의 고성능 금형에 대한 수요가 많은 대전 지역에 금형 RIS 사업단이 탄생한 것은 필연입니다. 다른 지역이 제조업을 기반에 두고 금형이 발전한 것과 달리 대전만의 특징을 살린 금형산업이 발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조 단장의 설명에 따르면 금형은 제품생산의 마지막 단계로 물건의 납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요업체와 금형기업의 의사소통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빠른 납품과 완성도 높은 제품이 출시되는데 외지, 외국의 금형업체와 일할 경우 납기가 그만큼 늦어진다.

2007년 한국금형협회 통계에 따르면 대전에는 65개 정도 금형업체가 있다. 이중 5인 이상 기업체는 13개, 나머지는 1~5인의 영세 업체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이나 마케팅에 대한 투자가 미약하다.

대전은 연간 기계산업에서 7천억 원, 금형산업에서 5~6천억 원 정도의 수요가 있음에도 지역 내 금형 산업이 미약하기 때문에 수요의 90% 이상이 타지역을 찾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역량 있는 금형 업체를 키워 이 수요의 10%라도 소화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사업단의 단기 목표다.

지역 내에 기술과 디자인, 소재, 납기 이 4가지 항목을 갖춘 금형 업체가 10개 정도가 존재한다면 지역 산업체들과 연구소의 수요를 10~20% 이상 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형산업을 육성해 벤처·연구소 등과 공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데 대전시도 같은 생각을 갖고 지원하고 있다.

◆ 희망전도사 RIS사업단, 공공기관 장비도 맘껏 쓸 수 있도록 지원
 

▲조 단장은 RIS사업의 주인인 금형업체라고 말한다. ⓒ2011 HelloDD.com
"사업단의 주체는 사업단 사람들이 아니라 금형업체입니다. 사업단의 1차년도 목표 중 하나는 금형업체에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세워주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입니다."

조 단장은 "실패가 계속되면 패배의식이 쌓이지만 반대로 한번 잘 되다 보면 앞으로 더 잘되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 마음"

이라며 "잘되는 경험을 통해 희망과 미래비전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단은 대전 금형업계의 현실에 기반을 두어 2개의 육성전략을 수립했다. 하나는 비교적 중견기업인 강동테크, 두현산업, 나노폴리텍 등 13개 업체를 위한 전략으로 R&D를 통한 신기술을 접목시키고 해외마케팅을 지원해 수출을 늘리는 것이다.

다음으로 소규모 업체들은 매출 증대에 중점을 두고 지원할 예정이다. 우선 금형사출을 필요로 하는 전후방기업들과 기술교류회, 이업종교류회 등을 통해 매출이 일어나도록 지원하고, 뒤를 이어 단가절감, 고성능 기술전수, 해외 마케팅들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지원사업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물론 인력에 대한 것이다. 금형은 기계분야에서도 3D로 꼽혀 신규 인력을 찾기가 어렵다. 사업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금형 네트워크를 만들 예정이다.

전국에 산재해있는 금형관련 기관과 정부기관이 하나의 전국단위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국가 정부로부터 금형산업 전반에 대한 인력과 장비에 대한 육성책을 종합적으로 건의하자는 아이디어다.

RIS 사업은 여타의 R&D사업과 다르게 육성하고자 하는 산업 군에 포함된 기업들이 역량이 커지도록 기술, 인력, 마케팅, 재무, 회계 등 모든 S/W분야를 지원하는 사업.

하지만 사업단은 대전만의 장점으로 출연연에는 대부분 기계 가공실이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지역 공공기관에 있는 모든 기계들을 모든 금형사업자에게 오픈하는 '가상 생산공정 센터(Virtual Processing Center)'를 구축함으로써 H/W적 지원방법도 마련했다.

가상 생산공정 센터는 대전TP의 로봇센터, ETRI의 융복합센터,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초정밀 가공센터, 기계연구원의 기계가공센터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모든 금형업자들이 기계의 사용 여부를 온라인으로 확인하고 예약,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국가 기관은 세금으로 낸 장비의 가동률을 높이고 업체는 고급기계를 사용함으로써 제품의 단가를 낮출 수 있어 1석2조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단은 각 기관과의 MOU를 통해서 장비 사용료를 안받거나 실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일반 금형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조 단장은 금형산업 발전을 위해 사업단이 할 일이 굉장히 많다고 말한다. 일례로 금형에 대한 공식 인증기관이 없어 지금은 '**인증 받은 기계로 제품을 만들었다'고 간접 인증을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조 단장은 "해외 판로를 뚫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검증이 필요한 만큼 금형제품과 여기서 사출되는 제품에 대한 인증을 할 수 있는 인증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마지막으로 "사업단의 노력과 대전시의 의지, 공공기관의 지원 등을 통해 대전금형RIS사업이 안착되고 우리 지역의 금형업체가 혁신을 일으키길 기대한다"며 사업단이 잘 진행돼 대전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사업단이 운영되는 한남대학교에는 사업단의 독립적인 운영 보장을, 대전시에는 과감한 행정지원을, 지경부에는 유연한 운영을 부탁했다.

사업단은 2011년 6월 1일부터 시작해 1단계가 3년간 운영된다. 이후 평가를 통해 사업단이 법인화해 2단계 사업을 3년간 지원한다. 마지막 3단계는 완전 자립화로 그때는 국고 지원 없이 모든 시스템이 정착되도록 할 예정이다.

사업단은 오는 29일 오후 2시 한남대학교 대덕밸리캠퍼스 내 창조관에서 대전금형RIS사업단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사업을 열어간다.
 

▲금형 RIS 사업단에 문의하세요.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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