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두의 자연속 과학]

▲게코도마뱀의 섬모 구조와 새둥지 모양의 북경 주경기장 앞에선 필자.  ⓒ2011 HelloDD.com

우리 말에 '자연스럽다'라는 말이 있다. '꾸밈이나 거짓이나 억지가 없어 어색하지 않다'라는 사전적인 의미 외에도 편하다, 느낌이 좋다, 모나지 않다, 친환경적이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연의 어떤 모습, 어떤 특성 때문에 자연스럽다는 말을 쓰는 것일까? 자연 그 자체는 우리들에게 늘 환경 친화적이고 조화롭고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어떤 제품과 달리 자연에는 직선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곡선적인 특성인 비선형성(non-linear)과나무 가지와 같이 굵은 가지에서 가는 가지로 갈려져 가는 계층적
(hierarchical)인 구조를 지닌 것들이 많이 있다.

청결함과 깨끗함의 상징인 연꽃잎 표면의 구조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마이크로 크기의 돌기 위에 나노 크기의 돌기가 복합적으로 형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마이크로나 나노크기의 돌기만 있는 경우보다 두 가지 크기의 돌기가 복합되어 계층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훨씬 좋은 발수특성(물을 싫어하는 성질)과 우수한 자기 세정 효과를 보인다.

벽이나 천정을 자유자재로 붙어 다니는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도 굵기가 다른 계층구조의 가느다란 섬모가 있다. 수십 미크론 굵기의 섬모의 끝이 수백 나노 굵기의 섬모로 갈라져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수백 나노 굵기의 섬모만 있는 경우는 섬모끼리 서로 달라붙어 다른 물체와의 부착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며, 수십 미크론 굵기의 섬모만 있는 경우에는 표면이 울퉁불퉁할 경우 섬모 중 일부만이 붙게 되어 부착력이 감소되는 현상을 보인다.

반면에 게코도마뱀의 섬모처럼 계층 구조를 지닐 경우, 울퉁불퉁한 표면에서도 부착력 감소 없이 자기 몸무게보다 훨씬 큰 부착력을 지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귀는 아주 작은 소리와 큰 소리에도 잘 적응하여 들을 수 있다.

그 비밀은 바로 달팽이관 속의 유동섬모의 비선형적인 특성에 있다. 유동섬모는 작은 소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큰 소리에는 둔감하게 반응하는 비선형적인 반응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공학적인 센서가 일반적으로 한가지의 감도를 가지는데 반해 우리 귀는 외부의 자극에 대해 비선형적인 반응 감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면 하나의 센서로 넓은 범위의 물리량 측정이 가능한 센서의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 2008년 북경 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챠오'는 새 둥지의 모습을 모사하여 건립되었으며, 구조적인 안정성과 경량화 달성은 물론이고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이 만든 대부분의 건축물은 직선적이며 계층적이지 않지만, 새둥지를 들여다 보면 계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둥지의 바깥 부분은 굵고 딱딱한 재료로 되어 있으며 안쪽으로 갈수록 점점 가늘고 부드럽고 재료로 만들어져 새끼의 양육을 위한 보금자리로서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

작은 지류가 합쳐서 큰 강을 이루는 모습이 마치 계층적 구조와 같으며 꼬불꼬불한 모습은 비선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강의 형태가 비선형적이기 때문에 강물의 흐름이 빨라졌다 느려졌다 함으로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도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가능한 범위에서 강 원래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유지되면서 자연스럽게 공사가 마무리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인간의 공학적인 기술은 선형적이고 단순한 구조에 익숙하다.

그러나, 자연에서는 비선형성과 계층적 구조를 효율적이고 자연스럽게 잘 이루어 내고 있다. 자연의 비선형성과 계층 구조에 바로 자연스러움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의 비선형적이고 계층적인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자연스러움을 구현함으로서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기술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아름다움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김완두 박사 ⓒ2011 HelloDD.com
김완두 박사는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생산시스템연구본부 영년직 책임연구원으로,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아사업인 '생체모사인공감각계' 사업단장과 '생태모사 청정표면 가공기술개발사업' 총괄책임자를 맡아 자연모사기술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1982년부터 기계연 한 곳에서만 연구를 진행해 오셨던 김 박사는 2003년 연구원 최우수 연구상을, 2008년에는 대한기계학회 기술상과 과학기술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박사는 '자연 속 과학'을 통해 자연 생태계는 친환경적이고 고효율화·최적화된 시스템임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신비로운 자연생명체의 여러 현상을 바탕으로 인간생활에 활용하는 기술을 소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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