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재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생체삽입형 바이오센서기술 개발
"KAIST,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연구해야 삶의 질 높여"

이건재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서남표)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꿈을 꾸는 소년처럼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대화 속에 자연스레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KAIST에서는 남들과는 다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컨셉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인류가 꿈꿀 수 있는 이야기를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무모해 보이면서도 도전적인, 심지어 KAIST 인들에게조차 부담스러울 수 있을 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꿈은 허황돼 보이게 마련. 아니나 다를까. 그는 그가 말하는 성공의 길을 당당하게 걷고 있었다. 이 교수의 자신감은 이미 미래로 가는 길목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주름진 뇌나 혈관 및 척추를 감싼 유연한 LED에서 발생된 빛으로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일들이 현실로 가까워지고 있음을 이미 증명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팀은 질화갈륨 발광다이오드를 유연한 기판 위에서 구현해 냄과 동시에, LED에서 발생하는 빛이 암의 항원-항체 반응에 의해 감도차이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전립선암 항체를 검출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현재까지 밝혀진 소재 중 질화갈륨(GaN)은 적은 에너지로도 높은 효율의 빛을 낼 수 있어 LED TV나 조명 등 산업 전반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깨지기 쉬운 성질로 인해 생체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연한 바이오 소자로서의 기능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질화갈륨 LED가 높은 효율의 빛을 낼 수 있다는 점에 착안, 딱딱한 기판에서 성장한 얇은 고효율 질화갈륨 발광다이오드를 유연한 플라스틱 기판에 옮기고 생체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유연한 LED 바이오센서를 개발해 뇌에 부착하거나 혈관 및 척추 등을 감쌀 수 있도록 했다.

생체삽입형 유연한 LED 바이오소자의 장점은 생체 내 굴곡진 어느 장기에도 부착될 수 있고, 중요 생체정보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거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유비쿼터스 헬스 시스템을 위한 미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용도의 생체삽입형 바이오소자가 개발되고 있으며, 미국회사인 Medtronic를 주축으로 원천 기술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인포메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내 바이오메디컬 시장만 2014년 50조 원에 다를 것으로 예상되며, 인구 고령화 및 성인병 증가와 더불어 시장 자체가 급성장 중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이 교수는 가장 효율이 높은 LED 빛을 유연기판에 구현하여 생체친화적인 바이오메디컬 소자 기술을 개발해낸 것이다.

그는 "생체삽입형 바이오메디컬 소자 시장이 커지면서 기술 개발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빛을 이용한 바이오 분야 적용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효율이 높은 질화갈륨 발광다이오드를 유연하게 구현하여 생체 내 여러 장기기관에 부착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플렉서블한 GaN LED. ⓒ2011 HelloDD.com
뿐만 아니라 유연한 GaN LED에서 발생하는 녹색과 파란색, 그리고 자외선 영역까지의 다양한 파장의 강한 빛을 이용하면 신경세포의 경계까지도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현재 신경 세포를 조절하는 바이오메디컬 소자는 주로 전기 신호를 이용하고 있는데 원치 않는 다른 부위로까지 신호가 전달되는 등 많은 단점이 있다. 유전자 조작된 신경세포에 LED 빛을 이용해 자극한다면, 다양한 질환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개발을 통해 인간 생명 연장과 건강과 관련한 삶의 중요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체에 삽입된 유연한 LED는 흥미롭고 새로운 분야로 꿈같은 일들을 실현할 수 있게하는 분야다." 이같은 연구 성과는 '나노 에너지(Nano Energy)' 9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 위험한 연구가 좋다는 이 교수, "연구는 즐기면서 해야합니다" KAIST에 온지 겨우 2년 반 째. 그는 이미 KAIST의 도전적이면서 혁신 분위기에 흠뻑 물들어 있다. "KAIST에 온 뒤로 매일 매일을 즐겁게 연구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다. 연구가 재미있어서 미친듯이 하다보니 이렇게 흥미로운 성과가 나온 것 같다. 지도 학생들 역시 한 마음으로 함께 해줘서 지금껏 잘 진행해 나가고 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연구가 하도 재미있어서 크리스마스와 신년 휴가 때도 학교에 나와 일했다는 이 교수. 그는 그 시절을 '연구에 미쳤을 때'라고 회상한다.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내가 그때 느꼈던 연구에 대한 흥미를 느낄수 있도록 모티베이션을 부여해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그는 엔지니어로서 자신이 개발한 신기술이 다른 사람에게 쓰이고, 그로 인해 생명을 연장할 수 있거나,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가장 보람찬 일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큰 영광이겠죠. 만약 그렇게 될 수 있다면요. 그런 일련의 일들을 해외 유명 대학이 아닌 KAIST에서 실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공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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