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명장은 국가의 보물-10]김완섭 표준연 박사, 한계 향한 집념
"이론적 한계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꿈"

최근 세계적으로 나노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나노 기술과 반도체 산업이 발달하면서 반도체의 크기는 작아지고 집적도는 더 높아지고 있는데, 집적도가 높아짐에 따라 나노 소자의 제 기능을 상실하게 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령, 나노 공정을 통하여 제작되는 MOSFET(트랜지스터의 일종)의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게이트 두께는 이미 물리적인 한계인 수 nm (10-9m)에 이르게 되었지만, 이러한 게이트를 통해 새어나가는 '누설 전류'의 양은 거의 수십 펨토암페어(1 fA=10-15 A) 수준으로 증가하게 됐다.

이렇게 누설 전류의 양이 계속 커질 경우, 미세한 신호로 작동하는 기기들이 오작동할 염려가 있어 그 양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이러한 미세한 수준의 전류를 측정하기 위해 picoammeter나 electrometer 등의 측정 장비는 있었지만, 저전류 측정 장비의 '측정 정확도'를 검증 할 수 있는 '전류원'은 없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저전류원'을 개발해 측정기기의 측정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길을 연 이가 있다. 바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김명수) 기반표준본부 전기센터의 김완섭 박사다. 김 박사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연구해 소급성이 확보된 100 피코암페어 (1 pA=10-12 A)에서 1 fA까지의 직류 전류를 발생시킬 수 있는 저전류원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저전류원은 기존의 저항과 전압에 의하여 발생시킨 전류보다 더 작은 전류를 보다 더 정확하게 발생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1 fA의 전류는 1초에 약 6240개의 전자를 흘릴 때 발생하는 전류에 해당하고 이 때마다 약 20개 정도의 불확도를 보여준다.

김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저전류원을 이용해 미국표준기관의 광도그룹에서 개발한 전류-전압-변환기(Current-to-Voltage Converter)를 교정했으며, IVC의 증폭도 108, 109, 1010에서 이득 정확도가 0.02~0.025 %가 되는 것을 측정함으로써 이 전류원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 7년째 이어지는 연구 집념… "과학자로서 욕심이 한 몫 했죠"

저전류원을 개발하게 된 동기는 양자 도량형 삼각형, 즉, 옴(Ohm)의 법칙을 표준 불확도인 10-8 수준으로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전기 분야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옴의 법칙을 최소 불확도(상대 불확도 10-8)로 검증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일종의 미션과 같은 것이죠. 당연히 옴의 법칙이 불확도 10-8으로 일치하리라 믿지만 정확한 측정을 통하여 그 법칙이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 역시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1826년 Georg Simon Ohm (1789-1854)은 전압 V와 전압에 의해 도선에 흐르는 전류 I는 비례 관계에 있다는 것을 발표하였다.

이때 비례상수가 바로 도선의 전기저항 R이다. 즉, V=I×R이며 이 식은 '옴의 법칙'으로 불리며 지금까지 전기·전자 분야의 기본 원리로 쓰이고 있다. 이와 같은 옴의 법칙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방법으로 전압과 저항, 전류를 발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전압은 조셉슨 전압소자에 마이크로파를 가해서 1 V에서 nV (10-9 V) 수준 이하의 불확도로 발생시킬 수 있고, 저항은 양자홀저항과 저온전류비교기 시스템으로 불확도 10-9 수준으로 측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조셉슨 전압 1 V를 양자홀저항 12.9 kΩ에 가하여 발생한 전류를 단전자 펌프로 발생시킨 전류와 10-8의 불확도로 일치하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단전자 펌프를 이용해 전자를 하나씩 제어하면서 전류를 발생시키는 단전자 펌프 전류는 저온과 복잡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로 인해 위와 같이 비교하기 위한 충분한 크기의 전류를 정확하게 발생시키지 못하고 있다.

김 박사는 옴의 법칙을 검증할 수 있을 정도의 전류를 단전자 펌프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해 양자도량형 삼각형을 구현하기 위한 직류 저전류원(DC low-current source)을 개발하게 됐다.

▲저전류원 교정 시스템. ⓒ2011 HelloDD.com

◆ 세계 최고 수준 '직류 저전류원' 개발… 비용대비 효율성 UP, 신뢰도 UP~!

저전류는 일반적으로 옴의 법칙에 따라서 쉽게 발생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1 기가옴(GΩ=109 Ω)의 저항에 1 V의 전압을 가하면 1 나노암페어 (1 nA=10-9 A)의 전류가 발생된다. 그러나 1 nA이하의 전류는 고저항을 사용해야 하고 온도와 습도 등의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안정된 전류를 발생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1 nA 이하의 전류는 전기용량의 충전방식을 이용한다. 전기용량의 충전방식은 시간에 따라서 전압이 일정하게 변하는 전압 기울기(Voltage ramp) dV/dt 를 전기용량 C에 가하면 "I = C x dV/dt "에 의해 전류가 발생된다.

예를 들면, 전압기울기가 0.01 V/s이고 전기용량 C = 100 pF이면 1 pA의 전류가 발생된다. 이와 같이 발생된 전류는 표준연에서 유지하고 있는 국제단위계인 전압 V, 전기용량 F, 시간의 s에 소급된다.

이같은 전기용량 충전방식의 저전류 발생 시스템의 핵심요소는 전압기울기 발생기다. 비선형인 연산증폭기(OP Amp)의 출력은 궤환회로를 이용해 선형화하고, 특히 누설전류와 전기용량의 유전체에 의한 흡수효과 등을 보정해 약 40분 동안 기울기 변화가 10만분의 5 (5 x 10-5) 이하가 유지 되도록 했다.

이렇게 개발된 저전류원은 국가 저전류의 표준 확립에 기여하고 국제적인 동등성 확보를 위한 국제비교 참여뿐만 아니라 정밀계측기 산업, 반도체 산업 그리고 병원이나 원자력발전 분야에서 사용되는 picoammeter나 electrometer와 같은 전류 측정 기기의 교정에 쓰인다.

실제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상용의 장비는 1 fA 범위에서 수 % 정도의 측정 불확도를 보여준다. 완전한 단전자 펌프를 개발해 전류 표준으로 사용되기 전까지는 이번에 개발된 직류 저전류원 발생 기술이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쓰이는 단전자 펌프는 저온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사용 비용이 매우 크지만, 직류 저전류 소스는 상온에서도 쓸 수 있어 비용이 적게 들어 비용 대비 효율적이다. 뿐만 아니라 단전자 펌프로 발생된 전류와 직접 비교함으로서 단전자 펌프로 발생된 전류의 신뢰성 평가에도 활용될 수도 있다.

김완섭 박사가 2005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직류 저전류원 발생 기술을 연구할 수 있었던 계기는 과학자로서의 사명감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누구도 증명하지 못한 옴의 법칙을 검증하기 위한 것! 과학적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과학자의 고집이었다.

김박사는 "표준은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분야다. 불확도를 10배 정도 향상시키기 위해선 자그마치 10년이 걸린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좀 더 발전시키고 불확도를 줄여서 양자화된 전기용량표준기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확한 측정이 표준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임무"라며 "이론적인 한계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꿈이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같은 값을 갖는 표준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축전기 기반의 저전류원 계통도.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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