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생명과학연구원' 좋은균 조합 찾는 귀재
서범구 원장 "전통식품, 세계 시장 진출도 가능하다"

올해 초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 각 지자체는 피해 가축을 서둘러 매장했고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들은 여름 장마철 침출수로 인한 2차 오염을 경고했다. 우려했던대로 올 여름에는 어느해보다 유난히 많은 비가 왔다. 100년만의 강우량이라는 뉴스까지 보도될 정도였다. 그러나 기적이라도 일어났는지 어디에서도 침출수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나 뉴스는 접할 수 없었다. 도대체 매장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환경단체의 우려와 걱정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기적을 일으킨 주인공은 대덕의 벤처기업 'EM생명과학연구원(대표 서범구)'이었다.

◆좋은 균으로 구제역 문제는 물론 축산농가의 악취도 말끔히 해결

KAIST 창업보육센터에 위치한 'EM생명과학연구원(이하 연구원)'을 방문하니 서범구 대표는 먼저 준비한 영상물을 보여준다. EM균에 대해 먼저 알아야 된다는 생각에서 누구든 거치는 순서란다. EM(Effective Micro-organisms)은 유용한 미생물군으로 효모, 유산균, 누룩균, 광합성 세균, 방선균 등 80여종의 미생물이 들어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전통음식인 김치, 청국장, 고추장, 된장 등 발효식품에서 추출했으며, 미국의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통과해 어느 나라 제품보다 경쟁력이 있다는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는 일본이 자국의 토양에서 발굴한 EM균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FDA의 승인은 얻지 못한 상태. 일본에 비하면 국내 제품이 후발 주자이지만 기술력이나 성능면에서 앞선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서 대표는 "유익한 EM균을 축사 주위에 뿌리면 소독은 기본이고 가축이 먹을 경우 좋은 균의 역할로 면역력을 높인다"면서 "가축 매몰지에도 이를 뿌려 침출수에 발생할 수 있는 균을 퇴치하고 정화 활동을 통해 악취도 없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효능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발생했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처음부터 이를 선뜻 받아 들였던 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지자체든 효능에 대한 검증 과정을 경험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모두들 '설마 효과가 있겠어?'하고 반신반의 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급하면 지푸라기도 잡게 마련이다. 가장 먼저 구제역이 발생한 경주지역 관계자들은 다급해지자 그의 연구원 방문을 위해 경주에서 대전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 서범구 원장의 설명을 직접 듣고서야 EM균을 구제역 발생 지역과 매립지에 뿌렸다.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믿을 수 없다고 했던 이들도 구제역 균이 더이상 확산되지 않고 침출수의 악취는 물론 축산 농가의 분뇨 악취까지 말끔히 잡아내자 모두들 놀라면서 효능을 인정했다." 경주에서 효과를 보이면서 농림수산식품부와 함께 구제역이 발생한 다른 지역에서도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유난히 많은 비가 내렸던 올 여름 어느 지역에서도 침출수로 인한 악취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서 대표는 "EM균은 각각의 미생물이 배출한 분비물을 먹으면서 스스로 생명력을 유지하는 사이클로 어떤 환경에서도 번식이 가능하다"면서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어 제품화를 통해 세계 시장 진출을 적극 노려볼만 하다"고 확신했다.

그는 또 "현재 우리나라의 EM균에 대한 인식은 일본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제품의 우수성은 인정을 받고 있지만 제품화와 수요자의 인식이 부족하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이를 좀 더 활성활 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치·청국장 등 표준화로 세계화 할 수 있어

"청국장과 된장의 원료인 메주에는 800여 종의 미생물이 들어 있다. 그것도 몸에 좋은 균이 말이다. 청국장, 된장이 좋은 음식이라는건 알지만 특유의 냄새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김치와 된장도 충분히 세계인이 좋아할 수 있는 제품으로 표준화할 수 있다."

김치의 글로벌화를 이야기하면서 서 대표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전통식품들이 보유하고 있는 균주들을 채취해 이들을 조합하는 데 이미 성공했다. 유익한 균을 선옥균이라하는데 김치를 담글때 이 선옥균을 넣으면 누가 담가도 같은 맛의 김치가 나올 수 있고 냄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면서 "된장도 마찬가지다. 냄새를 잡는 균을 주입하면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냄새만 빼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김치 등에 좋은 균이 있지만 위산에는 견디지 못한다. 따라서 김치에 효모균과 바실러스균을 같이 넣어주면 좋은 균들의 집합으로 일부는 파괴되지만 나머지는 장까지 전달돼 역할을 하게된다"면서 "이 선옥균들을 어떻게 배합하는게 관건이다. 연구원에서는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발효 음식이나 화장품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이를 제품화하는 기업과 한의원들이 늘고 있다. 서범구 대표는 제품화까지는 욕심을 내지 않는다. 자신이 처음 연구원을 설립했던 취지도 선옥균 발굴과 한의학 발전에 기여한다는 차원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필요한 기업에 선옥균을 배양해 제공하고 있다. 또 한의원에서 필요로 하는 발효 약품에 주력하고 있다 "EM균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완벽한 균 배양을 위해 금산과 논산에 배양 시설도 갖추고 제공하고 있다."
 

▲배양실 내부.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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