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계획 토론회' 개최
"기초과학연구원은 기존 출연연 답습 안된다"

"연구단 선정시 신중한 고려를 해달라. 지금이 아닌 20~30년 후를 보고 연구내용을 선정해야 한다." "중이온가속기 건설에 외국계 전문 인력을 참여시키고 활용 유저군도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월성과 창조성을 강조하는데 정치권의 입김 배제와 지속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관장에 대한 임기를 보장해 달라." "기초과학연구원의 사업이 기존 출연연을 답습하는 일이 없도록 사업 선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 처음부터 기획과 디자인을 잘해야 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과학기술인들이 쏟아낸 의견들이다. 국제 과학비즈니스 벨트 추진계획 관련 토론회가 4일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2층 컨퍼런스 홀에서 과학기술인과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오대현 교과부 과학벨트기획단 기획조정과장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계획'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최영명 대덕클럽 회장을 좌장으로 정정훈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장, 방재욱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김종득 KAIST 교수, 최용경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토론자로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오대현 과장은 "과학벨트 추진 과정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계획수립을 하면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고자 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토론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과학벨트 추진배경과 경과, 기초과학연구원 전반에 대해 설명하면서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을 위해 일본의 리켄과 독일 막스플랑크 등 해외 유명 연구소의 특성과 철학을 분석하는 한편 우리의 연구현실을 고려해 연구 수행과 영역을 설정하고 있다"고 진행과정을 전했다.

오 과장은 기초과학연구원의 운영방식과 원장 선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우선 수월성을 비롯 연구의 자율성과 창의성, 개방성 등 4대원칙을 바탕으로 기초과학연구원의 운영방안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다.

기초과학연구원 원장은 세계적 연구소로 이끌어갈 비전과 역량을 가진 우수한 과학자를 초대 원장으로 유치하는 걸 목표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와 발굴을 통해 3명의 후보로 압축하고 교과부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교과부는 원장 공모를 위해 현재 국내외 유수 언론이나 사이언스 잡지 등에 공모를 위한 공고를 내놓고 있다. 오 과장은 "연구단장도 발굴과 공모를 병행할 예정이다. 연구단은 55명의 인력과 100억원 정도의 예산을 계획하고 있으나 연구주제에 따라 다양하게 지원할 것"이라면서 "연구단장에게 인력, 예산 배분의 권한까지 줄 에정이다. 과학계의 의견도 이와 비슷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진 연구인력을 대상으로한 인력활용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그들이 독자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현실적으로 적용할 의견을 발굴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과장은 중이온가속기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가속기 전문가들로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을 구성하고 개념설계 및 향후 추진 전반에 대한 국제 자문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기존에 알려진 일정과 예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주제 발표에 이어 최영명 회장을 좌장으로 토론회가 이어졌다.

최 회장은 "아직도 계획 정도만 나왔지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 과학벨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다양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정정훈 회장은 "오늘 이 자리가 과학벨트 관련 토론회로 3번째 자리다. 지난 6월보다 많은 진전이 있길 바랬는데 별로 나아진게 없다"면서 자신의 전공분야인 함정 설계과정과 빗대어 진행과정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과학벨트가 전체적인 개념설계는 됐지만 연구테마나 연구인력 수급 등 기본계획은 마련하지도 않고 우선 출범하겠다는 것은 구체적인 출항계획 없이 함선을 띄우겠다는 의미로 그만큼 위험 부담이 커진다는 것.

정 회장은 이어 원장 선임시 수월성과 우수성 등 그 기준이 모호하고 기초과학연구원도 추진 일정과 의견 수렴 과정이 너무나 조급해 보인다며 원장 선임후 스텝이 결정되고 단장이 결정되기까지 연구단 설립이 좀 지연되더라도 기초를 단단히 하는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의미에 대해서도 짚었다.

정 회장은 " 명칭을 보면 과학과 비즈니스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의미인데 양자 역학이 발견되고 산업화되기까지 수십년이 걸렸다"면서 "연구자에게 비즈니스를 강조해서는 안된다. 그럼 연구자에게 굉장한 압박이 된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과학과 비즈니스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과학벨트 예산이 대폭 삭감된 점에 대해 그는 "교과부와 국과위가 과학벨트를 대하는 태도에 엇박자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 과학벨트 예산을 연속적으로 담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연구단 출범을 늦추더라도 상세 설계를 잘 하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이온 가속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스킬이 좋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기술력이 개념설계를 한 가속기를 구현할 기술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연습도 없이 세계최고의 시설을 갖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최영명 회장, 정정훈 회장, 방재욱 부회장, 최용경 선임연구원,
김종득 교수, 오대현 과장.
ⓒ2011 HelloDD.com

방재욱 부회장도 "지난번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크게 실행된 파일이 없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기초과학연구원을 만드는 사업이 처음이다. 앞으로 20~30년 후를 보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업이 기존 과제처럼 이름을 바꿔서 반복되기 보다 꾸준히 가길 바란다. 이 사업은 국가사업이다. 국가가 책임지고 예산을 편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의 성공을 위해 연구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과벨벨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탕주의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면서 정부는 선택과 집중의 기본원리에 따라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 할 것을 주문했다. 방 부회장은 연구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20~30년후 기술개발을 위한 것으로 정부는 장기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원장을 선임해 경쟁력있는 연구와 사업단을 구축해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이어 그는 "기초과학연구원이 세계 수준의 연구원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행정인력을 충분히 확보해 연구자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과학벨트 설립을 위한 장기적 지원과 확실한 예산 편성,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종득 교수는 과학벨트 부지에 대해 지적했다. "부지가 60만평으로 이를 어떻게 마련할지 정부차원의 설명이 없다. 누군가가 알박기라도 한다면 전체가 무산이 될수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정부를 신뢰할 수 있다.

비용면에서도 얼핏 계산해도 5000억 원 정도가 필요한데 이를 어떻게 마련할지 의문이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답변해달라." 그는 또 과학벨트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변경된 과학벨트 예산의 비현실성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과학벨트 예산이 5조2000억 원으로 상향됐지만 광주와 대구의 연구단에 2조9000억원이 투입 되고 대전지역에 2조3000억원이 배당되는 예산이다. 이중에서 거점지구와 기능지구 예산을 제외하면 연구단에 배정되는 예산은 6700만원뿐인데 KAIST와 대전에 소재하는 25개의 연구단 예산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연구단 예산과 인력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55명에 130억 예산이면 사업단 수준이라는것. 연구단 규모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개념으로 가는 것 같다고 그는 우려했다. 또 130억원 예산으로 연구단 단장을 어떤 수준으로 영입할지 걱정된다며 예산 운영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했다.

최용경 연구원은 "예산이 반토박으로 줄었다는 뉴스를 보고 울컥하기도 했으나 과학벨트에 거는 과학자들의 기대가 크다"면서 "연구자들의 의견을 많이 담을 수 있도록 느리게 가면서 장기적인 지원, 자율성, 독립성을 주고 철학까지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연구자들이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포스닥의 활용과 지원할 수 있는 행정 인력도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면서 "또 국민에게 과학과 비즈니스에 대한 연관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대를 얻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도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과장은 답변을 통해 "예산의 큰 틀은 변화가 없다. 내년에 어느정도 할것인가이지 지원 규모나 의지에는 차이가 없고 잘 실행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중이온 가속기에 대해 그는 "단독으로 할 수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이 판단하고 있다. 실제 기술의 실현가능성, 예산 등 전체적으로 리뷰 중이다. 가속기 추진단이 구성되면 국내 전문인력 참여와 해외 협력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구단 지적에 대해서는 연구단과 사업단에는 용어의 차이가 있다. 사업단은 기간과 목표를 정해두고 추진하지만 연구단은 그와는 다르다"면서 "연구인력, 환경 등은 별도의 워킹그룹을 구성해 고민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본계획을 세우고 다시 한번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갖겠다"고 말했다.

오 과장은 부지와 관련해 법령들에 따라 거점지구를 어떻게 개발할지 12월 기본계획에 담고 이후 계획을 세우고 지정 고시 절차에 따라 실행하게 된다고 전했다. 또한 개발 자체는 정부가 하는게 아니고 사업 시행자가 하게 되며, 개발은 토지수용, 도로 등 정부가 부지를 매입해 건설하는데 14년에 구체화되므로 부지 매입 예산도 그 후 반영되게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 과장은 "거점지구 지원예산은 기초과학연구원과 연구단이 분리되는게 아니므로 2조3000억 원에 포함돼 있다. 연구단 규모는 연구 분야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면서 "연구분야에 따라 그리고 단장에 따라 달라질수 있으므로 단장이 선정되면 원장과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연구단에 오는 인력의 자율성에 대해서는 같이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중이온 가속기 유저단 구축은 추진단 구성과 함께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토론회에 이어 참석자들에게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기본계획을 충실하게 해야한다는데 공감한다. 중이온 가속기의 활용과 그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에 대한 워킹그룹의 충분한 논의가 있기 바란다."(한밭대 교수)

"지금 나온 예산 규모는 고정돼 있다. 연구단 구성에 유동성이 필요하다. 또 부지에 대해 발표하면서 광주 대구 등 연구단 수를 지정했는데 국립대의 역할이 빠져 아쉬웠다. 국립대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달라."(충남대 교수)

"기초과학연구원의 인력은 연구에 따라 탄력적일 필요가 있다. 예산을 절대적인 숫자로 해서는 안된다. 외부 인력에 대해서도 국적을 초월해 구성할 필요가 있다. 연구원을 설립하면 거기에서 일할 인력은 우리의 자녀다. 그들이 입장에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현재 입장에서 너무 급하게 가고 있다. 그동안 압축성장을 했지만 그 기적에는 절벽도 따른다. 숫자에 너무 의미를 두지 말자."(서울대 교수)

"기능지구 계획에 대해 알고 싶다. 거점지구의 기본계획이 수립이 안된 상태에서 기능지구의 계획을 수립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거점지구에 수립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해달라."(고려대 교수)

"50개 연구단 3000명 인력에 대한 근거가 있는가. 한국은 인구가 적다. 과학벨트는 국가적 사업으로 이공계 기피현상도 탈피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연구는 하고 싶은 연구를 할 때 성과가 크다. 연구단 500개 연구인력 1만명으로 하길 바란다. 1만명의 연구인력이 획기적인 성과를 낸다는 통계가 있다.

또 모두들 완벽을 얘기하는데 정권 바뀌면 정권흔들기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그를 배제해야 한다."(대전과총 위원) 최 회장은 마무리 발언으로 "기초연구와 관련된 관계자들이 한번 모여 토론을 하는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을 진행하는 데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고 과학과 비즈니스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야 할 필요도 있다. 자칫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는 일이 없도록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호 과총 대전지역회장은 토론회에 앞서 인사를 통해 "이번 토론회는 현재 진행중인 과학벨트 추진내용을 듣고 이에 대한 바람직한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했다" 면서 "과학계의 의견을 모아 본래의 취지대로 추진돼 과학기술 강국을 만드는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가까운 시일내에 부산에서도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대전지역연합회, 대덕클럽,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가 공동주관하고 교육과학기술부와 KISTEP의 주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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