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 종료 사업 기술료 관리 프로세스 가동
10개월만에 23.4억원 징수…향후 5년간 최소 300억 예상
"기술료 계약 체결보다 실제 집행이 중요…TLO에 인센티브 도입 필요"

김주곤 명지대학교 교수는 국내외 과학자들 사이에서 '벼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통한다. 하지만 최근엔 생뚱맞게도(?) 비싼 외제 차를 구입한 것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개인적으로 폼이나 재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이 분야를 하면 길이 있구나’ 하는 것을 직접 느끼게 해주기 위해 일부러 보여주기 용으로 샀다고 해명한다.

젊은이들을 과학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매혹적 권유 방식인 셈이다. 그가 유전자변형작물 기술과 관련해 벌어들인 해외기술료 수익만 수십억 원대. 그 중엔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이하 프론티어사업) 중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을 통해 세계적 화학회사 바스프(BASF)와 맺은 기술이전 성과도 포함돼 있다. 최근 기술이전료를 통한 부자 과학자 탄생 사례가 자주 전해지고 있다.

특히 처음부터 원천기술 발굴은 물론, 해당 분야에서 기술이전 사업화를 목표로 했던 프론티어사업에서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기술이전이 줄줄이 체결되면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프론티어사업은 교육과학기술부 기술료 사업의 60% 안팎을 차지하고 있으며, 징수 비율은 이미 80%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실제 기술 이전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료 계약 체결이 아니라 이행 단계에서 실현된다. 미디어를 통해 억대의 기술료를 받게 됐다고 알려져도 실제로 이전 기관에서 기술료 납부를 하지 않는다면 'R&D의 선순환'이라는 기술료 수입의 가장 큰 장점은 발휘될 수 없다.

그러지 않아도 지난해 9월 30일을 기점으로 인간유전체, 테라급나노, 자생식물, 자원재활용 등 4개 사업단이 종료됐고, 2013년까지 16개 프론티어사업이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그 이후의 관리가 과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이하 프론티어센터·센터장 송지용)는 종료된 프론티어사업단의 기술이전과 관련된 업무를 이전 받아 지속적인 관리를 담당한다. 이행 단계의 실현이 주업무인 것이다.

권재철 프론티어센터 사무국장은 "기술이전 업무에서는 계약 이후 관리 부실로 인해 기술료가 공중에 붕 떠버리는 경우가 있다"며 "센터에서 행정조치를 유도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R&D와 기술이전 사이에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센터에서 지난해 기술료 관리를 시작한 후 5개월 만에 그동안 이행이 되지 않던 기술료 4.4억원을 인수받았다"며 "2011년 들어서는 관리가 더욱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3월부터 현재까지 19억원의 기술료 납부를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프론티어센터에 따르면 현재 관리 중인 종료사업단 4개와 관련해 향후 5년간 받아야할 기술료는 189억원. 올해 하반기에 인수인계를 받을 4개 사업단까지 추산하면 보수적으로 따져도 3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향후 체결될 기술계약과 추가 기술료를 고려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권 국장은 "기술료는 거의 대부분이 연구를 진행한 기관의 수익으로 이어져 기관의 고유 R&D사업 투자에 쓰이고 연구자들에게도 인센티브로 돌아간다"며 "연구자에게 보람과 성취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몇 년간 못 받은 기술료 받을 때 보람…기술료 모범납부자 시상 없나요?"
 

▲서정권 연구원.  ⓒ2011 HelloDD.com
"기술료를 안내도 된다고 생각하는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사업 종료될 때까지 안내고 버티면 잊혀질 것이라 생각했던 거죠. 저희가 기술료가 납부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행정절차에 대해 설명 드리면 그제야 놀라서 내기도 하고, 사장님이 직접 찾아오기도 합니다. 사연을 들어보고 합당하다 싶으면 기한을 연장해주는데, 얼마 전에는 기간 연장을 해줌으로써 다행히 은행대출까지 가지 않았던 기업에서 8월초까지 낼 수 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프론티어센터의 기술료 담당자인 서정권 연구원은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납부가 잘 되고 있다"며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껏 기술 이전은 기술 수요자 발굴과 계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기술사업화의 첫 단계이니만큼 그 부분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실제 계약 건수가 많아지다 보니 체계적인 사후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프론티어센터가 기술료 이전 관리를 담당하기 전에는 기술료 납부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기술이전 관련 기관에서조차 서로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수익 개념이 희박한 대학에서 누락이 많았다.

서 연구원은 "학교는 기술이전 주체가 산학협력단인데 특징이 담당자들이 자주 바뀌는 것"이라며 "기술계약시 선급금만 받고 나중에 받아야 할 것을 새 담당자가 파악하지 못해서 본인들이 받을 것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가 기한이 다가오면 학교에 먼저 사실 통보를 해준다"며 "대학에서 처리하기 힘들 경우 직접 해당 기업체에 전화해 납부 안내, 독촉, 규정 설명, 문서 발부, 연장 상담 등 행정적인 지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대학관계자들에게 관련 절차에 대한 교육이 많이 이루어진 상태다. 대학의 경우 기술료가 전액 학교로 들어가기 때문에 직접적인 학교 수익이 된다. 현재 출연연의 경우에도 기술료의 9%만 과학기술인공제회의 과기연금 조성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모두 출연연의 몫이다.

TLO(Technology Licencing Office:기술이전 전담 조직)가 비교적 잘 조직돼 있는 출연연쪽에서도 프론티어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얼마 전 A연구원의 경우에는 기술 이전을 받은 기업에서 안하무인으로 나온다며 센터에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서 연구원은 정부를 대표해 직접 해당 기업에 전화해 A연구원에 기술 파기의 권리가 있음을 설명하고, 기업에서 사업을 통해 지원받아 쓰고 있는 설비의 회수 절차를 안내했다. 그러자 해당 기업의 반응이 '꼭 내겠다'로 바뀌었고 곧바로 납부 계획서를 제출했다.

기술이전료 실시에서 가장 까다로운 경우는 '자가 실시'다. 기업이 주관해서 연구개발사업을 시행한 후 결과물도 자신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기업이 자발적으로 성실납부를 하지 않는 경우, 프론티어센터처럼 관리 주체가 없다면 기술료 이행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한 기업은 몇 년 동안 기술료 납부가 미진했습니다.

기술료 금액도 꽤 컸는데 그동안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서 연락처도 제대로 안 남아 있을 지경이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연락처를 찾고 여기저기 관련된 사람들과 연결돼 계속 설명을 드리니 경영진이 장고(長考)에 장고를 거듭해 결국 기술료를 납부했습니다."

서 연구원은 "몇 년간 이행되지 않았던 기술료를 받아낼 때 보람을 느낀다"며 "모범납세자 시상하듯이 기술료 모범납부 기업에 대한 시상도 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프론티어센터가 현재 관리하고 있는 기술이전 계약은 4개의 종료사업단에서 발생한 167건이다. 사업별·날짜별로 표를 만들어 시기별로 진행해야 할 조치들과 해당 조치에 대한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연말쯤에는 온라인에서도 조회가 가능하도록 전산작업을 진행 중이다.

◆프론티어센터, "기술이전 전후 단계서 능동적 움직임 계속할 것"

프론티어센터는 기술료의 사후 징수 관리 뿐 아니라 기술료를 발생시키기 위한 전후단계를 포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술가치 평가를 통해 기술이전 대상 기업을 발굴, 마케팅을 하는 것도 센터의 주요 목표 중 하나다. 권재철 국장은 "연구자들이 하나의 튼튼한 용기(用器)를 만들어냈을 때, 그것을 가지고 적절한 기업을 찾아 '이건 국그릇으로 쓰면 좋다', '이건 꽃병 제작에 알맞다'라고 기술의 특장점을 잡아 매력적으로 제시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이후 기술 이전과 거래 협상·계약 자문까지 능동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권 국장은 "본인이 낸 논문 때문에 특허가 거절될 수 있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연구자들이 있을 정도로 연구를 위한 연구만 하는 분들이 있다"며 "하지만 최소한 프론티어사업은 실용화까지 내다보고 한 사업이기 때문에 연구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고민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LO에 대한 인센티브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특허 등 지적재산권은 중요한 무형자산으로서 관리 여부에 따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데, 이에 종사하는 인력에게 결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권 국장은 "센터에서 실제 기술이전료 관리를 해보니 담당자가 발로 뛰고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있다"며 "TLO가 연구원들이 인센티브를 받도록 도와주는 만큼 그 사람들에게도 성과 보상이 이루어져야 관련 분야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전문가도 양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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