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산업화-인터뷰]현병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 "在美네트워킹 주목해야"

"요즘은 부처마다 연구개발(R&D) 안 하는 곳이 없습니다. 특히 BT(Biotechnology)는 최고 관심 분야죠. 교과부와 지경부 등 전통적인 R&D 부서 뿐 아니라 복지부와 농림부 등도 BT분야 R&D 예산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기업이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테스트 마켓(test market)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가 BT에 확신을 갖기 시작하면 수십조가 바이오로 들어옵니다. 5년 정도 있으면 바이오산업의 판이 굉장히 커질 겁니다. 그때를 준비해야 합니다." 현병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은 국내 생명과학 분야 기술사업화에선 최고 전문가 중의 하나다.

연구기획단계에 '3P(Patent·Paper·Product) 분석법'을 개발, 도입해 연구개발 시스템의 효과를 높였고, 기술이전 분야 만년 열등생이었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100억원대의 기술료를 벌어들이게 된 것도 그의 작품이라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그런 그를 지난 7월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탠포드대학 교정에서 만났다.

줄기세포(stem cell) 연구를 위해 지어진, 딱 보아도 화려하고 현대적인 한 연구소 건물 앞에서다. 한 손에 바퀴 달린 배낭을 쥐고 있는 현 센터장은 다소 지친 기색이었다. 13박 15일, 미국 출장의 마지막 일정이었기 때문이었다.

6월 27일 워싱턴D.C에서 시작해 보스턴과 랄리를 거쳐 샌프란시스코로, 미국을 동서로 횡단하는 쉽지 않은 여정. 보름 간 그는 매일 저녁 수백명의 재미(在美) 바이오과학자들을 만나 좌담회와 심포지엄을 여는 강행군을 했다.

그들의 상황과 현지 분위기를 상세히 듣고, 국내 흐름은 어떤지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매번 상대에 맞게 설명을 달리했다. 혹시 중간에 지치지 않도록 낮에는 활동을 자제하고 호텔 방에 틀어박혀 발표 자료를 준비하거나 가벼운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했다.

일 많기로 소문난 현 센터장이 국내에서의 바쁜 일정을 쪼개 미국을 찾는 것은 재미 바이오과학자들의 네트워크 모임을 지원하기 위해서. 200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번째. 재미과학자들이 바이오산업화의 후반부,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임상시험부터 제품개발과 마케팅 단계를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화를 누구보다 열망하고 있는 그였기에 재미과학자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간파했다. "정부 주도로 20년간 성장했던 생명과학 분야가 최근 우수한 연구 성과들을 내면서 산업화 단계로 진입 중입니다.

우수한 인력과 기술, 인프라가 갖춰졌고, 최근에 대기업들이 바이오 분야에 진출하면서 국내에 바이오산업화를 위한 생태계는 완성됐습니다. 하지만 산업화 뒷부분을 담당할 인력과 노하우는 여전히 없습니다.

바이오 선진국가의 경험과 정보가 절실하죠. 특히 미국에서 이를 습득한 재미과학자들은 큰 힘이 될 겁니다." 현 센터장은 "그러나 재미과학자들이 낱낱으로 존재한다면 한국의 기관들과 교류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들 간에 네트워크 모임이 공고해져야 한국과의 연계도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도움 받으러 가보니 도와줄 것이 더 많아"

현 센터장이 처음 재미과학자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생명과학 분야 연구개발 과제 기획을 보다 잘하기 위해서였다. 선진 국가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원들을 통해 해외 연구 흐름도 세밀하게 파악하고, 보다 객관적인 의견을 듣고자 했던 것.

그는 "국내에서는 모두가 자기 연구 분야가 중요하다고 하니 선택과 결정을 하기가 어려웠다"며 "3P 분석법을 개발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면 기획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재미과학자들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이 동부의 KASBP(Korean American Society in Biotech and Pharmaceuticals:뉴잉글랜드 지역 제약기업 종사자들의 모임)와 NEBS(New England Bio-science Society:뉴잉글랜드 지역 23개 연구소와 16개 대학에 있는 석사 학위 이상의 한국인 과학자들의 모임).

현 센터장이 그들과의 첫 모임에 참석한 후 느낀 소감은 '도와줄 것이 더 많구나'. 기업인들이 중심이 된 KASBP는 상황이 그나마 나았지만, NEBS는 학생들이 중심이라 아주 열악했던 것. "아주 큰 돈이 아니어도 저녁 먹고, 행사도 진행 할 수 있는데 그 돈이 없어서 자주 모일 수 없었던 거죠.

적은 연봉으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박사후연구원들한테는 회비를 걷으면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부담이 되거든요. 젊은 연구자들이, 그래도 모여서 공부하고 정보 교류를 하겠다고, 아이 손을 잡고 나와 밥도 먹고 토론도 하고 그러는데 마음이 아주 짠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센터의 예산을 이리 저리 긁어모아 우선 1000만원을 만들어 후원했다. 몇 번이라도 비용 걱정 없이 모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그리고 이러한 모임이 있다고 여기저기 홍보를 해 기업들이 후원하도록 연결해줬다.

"지금 NEBS가 어떤지 아십니까? 후원사를 고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사람도 잘 모이고, 모임도 활성화돼 수준도 아주 높아졌습니다. 지금은 네이처나 셀에 논문 게재한 연구자가 아니면 발표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죠.

또 NEBS 행사 한다고 하면 국내 제약회사들이 찾아갑니다. 리쿠르트(recruit)도 진행되고요. 그 소문 듣고 연구자들은 물론이고 바이오 분야 투자자들, 컨설턴트들도 함께 모입니다. 시너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한거죠."

현 센터장은 "최근에 볼티모어에 재미 바이오과학자들의 모임에서도 네트워크를 좀더 확장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며 "미국 내 한인 생명과학자들의 네트워크 모임이 활성화되는 것을 보면서 다른 지역도 자극을 받고 있어 곧 미국내 네트워크 거점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네트워크 모임이 커지면서 연구자들 뿐 아니라 투자·마케팅 전문가들도 함께 하기 시작했다"며 "한국에 관심을 가진 미국의 바이오산업 전문가들과 국내 기관들의 연결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현 센터장은 "미국 전역의 한인 네트워크들이 그들 간의 합동 모임을 갖도록 하고, 한국의 기관들과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도록 하고 싶다"며 "네트워크 모임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정부 공무원들을 설득해 현장을 보게 하는 등 계속 중요성을 어필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UCSF의 한 대학원생이 스탠포드에서 열렸던 KOLIS 모임이 끝나고 현 센터장에게 "센터장님 말씀을 듣고 희망이 생겼다"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현 센터장이 모임에서 발제한 내용은 현재 한국의 바이오정책 상황과 흐름.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곳 연구원들에게는 한국의 생명정책 전문 기관에서 매년 자신들을 찾아와 한국 상황도 전해주고 '당신들이 한국에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의미있었을 것이다. 현 센터장에게 연구기획 평가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그가 참 냉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저것 요구하는 분석자료도 많고, 너무나 보수적인 접근이 섭섭하기도 할 터. 하지만 그가 바이오분야에 대해 갖고 있는 열정을 안다면 앞의 것은 이해하기 쉽다. 선진국에 비해 적은 R&D 비용을 선택과 집중으로 타개하고 BT산업계의 판을 키우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 바로 연구자들에 대한 애정이다.

"박사학위와 박사후연구원까지의 시간을 따지면 다른 분야보다 유독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 연구원들이 더이상의 시간 낭비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돼,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바이오 전문가가 아니기에 재미과학자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현 센터장의 의견에 가부(可否)를 가릴 수는 없었지만, 산업과 시스템, 그리고 사람을 함께 볼 줄 아는 전문가가 있어 BT산업의 전망은 보다 희망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대덕넷 정윤하 기자> yhjeong@HelloDD.com 트위터 : @andgre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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