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성공적 구축을 위해 전문가들 한목소리
"100년 기초연구 갈수 있는 시스템 제대로 설계해야" 공감대

"일본 RIKEN,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선진국들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담기관을 설립하여 이를 집중 지원해왔다. 우리나라가 이제 그 흐름에 맞게 국가과학비즈니스벨트의 종합계획과 더불어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한국기술혁신학회, 기술경영경제학회, 혁신클러스터학회 관계자들이 21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성공적 구축을 위한 기초과학연구원 사이트랩의 향후과제'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의 당위성에 공감, 체계적 운영방안마련에 대해 논의했다.

현병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약 1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기초과학연구원의 운영방안과 거점 지역의 역할, 언론에서 바라본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각각 정경택 교과부 과학비즈벨트사업단국장, 조만형 한남대교수, 박방주 중앙일보기자가 발표자로 나서 의견을 제시했다.

정경택 국장은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철학을 제시하며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도록 심플한 철학과 규정에 대해 꾸준히 논의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성, 호기심, 창의성을 원천으로 보다 기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월성 위주의 글로벌 연구환경을 구축해나갈 방침이라는 것.

기초과학연구원 본원과 함께 2017년까지 50개의 연구단을 단계적으로 설치하여 지식 수혜국가에서 지식 공여국가로 도약해 나갈 것이며 특히 국내 출연연, 대학등의 기관과의 체계적 연계를 통해 윈윈전략을 이끌어나간다는 복안이다.

조만형 교수는 하버드 대학이 보스톤 지역에 미친 영향을 예로 소개하며(1만9000 명 고용효과, 5800억 원의 건설효과, 1조3000억 원 경제적 효과) "기초과학연구원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이와 같은 경제적 파급효과 외 월드클래스 과학도시로의 도약과 각종 연구인력 및 외국인들의 유입으로 인한 국제적 수준의 커뮤니티 생성, 기업유치, 건설업 활성화 등 다양한 간접효과를 가져와 더욱 의미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교육, 정주, 도시환경 등 복지 인프라와 문화클러스터 조성 등에 있어서는 세종시와 기초과학연구원이 상호보완적 역할을 통해 브레인 시티(Brain City)로 발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학벨트에 대한 정치적 약속파기나, 지자체간 갈등, 지속적인 투자 등에 있어서는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조 교수는 덧붙였다.

박방주 기자는 "과학벨트와 사이트랩의 배치가 정치적 입김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지역나눠먹기가 극명하게 드러난 지금, 이와 같은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시급한 문제이며 과학자들의 천국을 만드는 것이 과학벨트의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이온가속기를 건설한다는 것은 우리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상징적 연구시설이지만, 정책가들은 가속기 외 기타 여러 장비와 유지보수, 유지인력 들에 대해서는 도외시 하고 있다"며 "과학벨트를 만들기만 하면 노벨상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유지 및 관리인력을 주고 정기적으로 업그레이드 지원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일본 리켄의 경우 연구인력과 행정인력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존재함을 거론하며 "이는 연구자들에게 연구 이외에 신경쓰지말라는 배려"라고 설명했다. 또한 "외국인 과학자들의 영입과 연구결과 소유문제, 국제 톱수준의 연구자들이 선호하는 연구환경과 정주 여건, 기존 출연연과 대학과의 역할 정립, 장기적 예산과 지원 등 과학벨트 성공을 위한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 많은 예산이 노벨상 만든다?…'기발한 아이디어 낼 수 있는 환경이 중요'
 

토론회 패널.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선양 혁신클러스터학회장, 배종태 기술경영경제학회장, 강신원 부산대 교수, 서상혁 한국기술혁신학회장, 안경애 디지털타임스 차장, 안종석 생명연 책임연구원. ⓒ2011 HelloDD.com

서상혁 한국기술혁신학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정선양 혁신클러스터학회장, 배종태 기술경영경제학회장, 강신원 부산대 교수, 안종석 생명연 책임연구원, 안경애 디지털 타임즈 차장이 참석해 각자 의견을 개진했다.

정선양 회장은 "앞으로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집중 연구하게 될 50개의 주제를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과학자들의 천국을 만들자고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과연 과학자들에게 전권을 줄 것인지 우리나라 정치 환경에서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다"며 "이부분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무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각 연구단장들을 어떻게 뽑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막스플랑크연구소의 경우 40세에 단장이 되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종신은 어렵더라도 기본 10년은 보장돼야 해외 우수 과학자를 유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막스플랑크의 경우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시스템의 변화가 없었으며 정부가 흔들지도 않았다고 한다.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존 출연연과의 관계설정도 매우 중요하므로 만약 시너지 창출이 되지 않는다면 되레 골치거리가 될 것이며 대덕 본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역의 사이트랩이 활성화되어 지역혁신체제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어야 과학비즈니스벨트의 당위성을 제고시켜줄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애 차장은 "과학계 중요 이슈로서 과학비즈니스벨트 탄생과정을 지켜보며 과학자들이 초기에 그렸던 이상적 그림이 정책과 관료를 만나 어떻게 변화하는지, 현상으로 바꾸는데 얼마나 노력이 필요한지 생생하게 깨달았다"고 언급했다.

"기초연구원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다는 기대 또한 매우 크며, 성공하고 세계적 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안정성과 융통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그리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을 보면 젊은 연구자들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한편, 세계의 연구자들도 투입되야 하는데 국내 제도와는 약간 부딪치는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각 대학 캠퍼스 연구단의 핵심 연구인력을 외부에서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교과부안에는 풀타임 연구가 가능한 연구자 위주로 구성해야한다고 이야기되고 있는데 다른 대학에서 수혈이 되지 않는다면 해외 연구자 외에는 해당학교 교수들로 구성할 수 밖에 없어 공동연구나 일부 기간 함께 연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안 차장은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보는 데스 밸리는 무엇이냐"고 문제제기를 하며 "현재 교과부소속 연구회만 봐도 예산과 인력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예산평가감사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되고, 지나치게 세밀하게 짜여있는 관리 시스템의 수정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안종석 책임연구원은 "기초과학연구원은 수월성에 근거하여 우수한 연구자가 하는 연구가 기초연구원의 연구가 되어야 하는데, 이의 선정 기준을 무엇에 둘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SCI의 양이 아니라 질로 따져야하며, 대학과 출연연에서 할수 없는 대형연구는 무엇인지도 고민해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는 캠퍼스의 개념이 없었는데, 캠퍼스의 개념과 연구단이 각각 어떤 역할과 의미를 가질 것인지를 고민해봐야하며 본원에서는 대형연구나 대학과 출연연이 할 수 없었던 것을, 캠퍼스와 사이트랩은 자유롭게 하는 연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출연연 연구원들은 기초과학연구원을 지켜보며 새로운 제도, 새로운 연구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쪽 쏠림으로 가면 안 될 것이며 양쪽이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알아봐야한다는 것이다.

강신원 교수는 "사이트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구분야의 선정과 인력 구성이 국내 연구역량을 최대한 결집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정확하게 정해져야 하는데, 지역식 나눠먹기는 곤란하다"며 "기존 대학 연구소와의 시너지보다는 마찰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 교수는 "부산이 미지정된 것을 매우 유감"이라며 부산의 역량과 가능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은 해양·부품·조선·자동차·항공·우주·신소재 산업 등의 집적도가 높고 기초과학중 화학 생물학 전공자가 많아 이들의 활용도 가능하다. 미지정으로 인한 연구자들의 동기부여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과학이 정치·경제 지역과 독립하여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기초과학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하며, 국가와 지역에 피드백되어 상승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학자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할 사명이자 의무"라고 주장했다.

배종태 학회장은 "연구자 입장에서보면 기초과학연구자들은 연구비가 많은 것보다도 지속적인 것을 더욱 선호하며 기초과학연구자의 라이프 타임에 따라 연구자의 흐름에 맞춰 인력을 길러내고 이에 맞게 지원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연구에서 평가는 필수적이며 무조건 감사받지 않게 해달라는 것은 현실성이 없으므로 스스로 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하며 정부는 정해진 전체 기준안에서 연구자의 다양성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자는 연구에만 집중해야하며 이를 위한 후원그룹이 있어야하는데 이는 시스템 오거나이저(system organizer)나 정부가 될 수도, 혹은 언론이 될 수도 있다"며 "전체 연구를 기획하는 틀 안에는 단기· 장기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들이 골고루 기획·설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을 진행한 서상혁 회장은 "오늘의 이와 같은 다양한 논의로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의 의의가 재조명되고 선진모델이 나오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중지를 모아 나가는 것이 연구계와 혁신계 관리자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본다"고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이 토론회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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