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제약회사 연구원들 '한국의 바이오산업화' 주제 좌담회

실리콘밸리의 세계적인 바이오·제약기업에 종사하는 한인 연구원들은 국내외 바이오산업 분야의 흐름과 한국의 바이오산업화 가능성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센터장 현병환)과 BAKAS(BAKAS:Bay Area Korea Association Scientists)는 '미국 바이오 및 제약기업의 현재와 미래, 한국의 바이오산업화'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현병환 센터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BAKAS에서는 김유중 길리아드(GILEAD) 선임연구원(senior research scientist)을 비롯해 9명의 재미과학자들이 참석했다. BAKAS는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의 다국적 바이오·제약기업에 종사하는 재미과학자들의 모임으로 현재 약 1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산업화 기반 전무(全無)한 것이 강점이 될 수 있다"
 

 

▲조현정 박사(좌), 김병규 박사(우) ⓒ2011 HelloDD.com

먼저 좌담회의 주제가 된 것은 최근 국내외 바이오산업계의 흐름. 지넨테크(Genentech)의 조현정 박사가 가장 큰 화두인 '바이오시밀러(Biosimilar)'의 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동일하게 개발한 제품으로, 최근 삼성·LG 등이 뛰어든 분야다.

조현정 박사는 "미국 내에서는 비싼 약을 만드는 제약회사들에 약값을 낮추라는 엄청난 압박이 있고, 유럽은 정책 자체가 바이오시밀러에 유리하게 되어 있어 현재 화이자(Pfizer)와 암젠(Amgen)까지도 바이오시밀러를 하겠다고 나설 만큼 여기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조 박사는 "하지만 아직 미국에서 규제방안이 확실히 나온 것은 아니지만 12년간 독점권을 주는 등 신약개발을 하는 곳에 유리하도록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지넨테크 제품의 바이오시밀러를 만들겠다는 회사가 10개가 넘는데 지넨테크가 10년간 팔아온 제품의 가격을 조금만 내리면 바이오시밀러회사들에게는 큰 역습(counter attack)이 될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쉬운 것도 아니라 해당 회사들은 20~30% 이상은 낮출 수 없는데 지넨테크도 그 정도는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 박사는 "바이오시밀러가 100% 완전히 호환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직도 풀어 나가야 할 숙제들이 많아서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제품들도 더 두고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엑셀리식스(Exelixis)의 김병규 박사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한국이 분명 강점이 있다"고 주장한 후 "최근 신약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형 제약회사들이 초기 단계의 연구를 중국이나 인도에 보내고 있는데, 우리는 인건비가 이들보다 20% 가량 높더라도 훨씬 더 높은 순도의 합성신약을 개발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가 신약을 직접 개발하는 것도 좋겠지만 글로벌 규모의 회사랑 일하며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한국이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하는 것에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바이오산업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이기창 박사(좌), 김유중 박사(우) ⓒ2011 HelloDD.com

바소노바(vasonova)의 이기창 박사는 "디바이스(device)쪽이 한국의 굉장한 강점"이라며 "최근 바이오분야 화두가 치료보다는 예방, 병을 미리 발견하는 게 목적이라 관련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전자 쪽이 많이 발전한 한국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빠른 시일 내에 사업전환(turnaround)이 가능하고 틀림없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중 박사는 "한국의 인터넷이나 IT가 미국보다 늦었어도 지금은 훨씬 더 시스템이 진보적인 것처럼 현재 한국에 산업화 인프라가 없다는 것도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현재 미국 제약업계는 실제 돈을 지불하는 보험회사의 선택에 좌지우지되고 있는데 그 정책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처음에 긴 안목을 가지고 체계와 제도를 잘 갖춰놓으면 오랫동안 한국의 BT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 산업경험 배우기 위해선 어떤 방법으로든 재미과학자 활용해야"

좌담회에서는 한국의 BT산업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도 제시됐다.
 

 

▲윤성진 박사(좌), 마성훈 박사(우) ⓒ2011 HelloDD.com

지멘스(SIEMENS)의 윤성진 박사는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이 여기다 연구소를 내기도 했다"며 "미국이나 유럽 쪽으로 회사 부설 연구소들이 나와서 한국과 같이 일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엑셀리식스의 마성훈 박사는 분소에 대해 "형식상으로 존재할거면 굳이 있을 필요가 없다"며 "이보다는 정부가 미국의 제약회사 하나를 사서 깊숙이 관여를 시켜서 배우고 후에 자국의 연구인력과 교환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 박사는 "동등한 조건에서 미국의 회사와 한국의 회사가 연구를 진행해 연구 환경을 만들면 돈이 두 배로 들어가더라도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며, 정말 신약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문 박사(좌), 신영근 박사(우) ⓒ2011 HelloDD.com

셉타진(SEPTAGENE)의 이재문 박사도 "비밀유지 의무가 있기 때문에 미국 회사에 재직하는 재미과학자들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배우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여기에 신약개발 회사 설립을 지원해주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넨테크의 신영근 박사는 "한국에서 임상실험을 많이 하는 것도 BT산업화의 후반 과정을 경험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독성실험을 충분히 하지 않고도 임상실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신 박사는 임상 심사 절차(protocol)가 짧은 네덜란드에 임상실험이 많이 몰리는 것을 예로 들며 "일단 임상을 한 국가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의 연구도 진행하기 때문에 임상을 좀더 할 수 있도록 정부적인 지원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중 박사는 "나 역시 미국기업에서 일하긴 하지만 한국과학자들이 미국의 기업이나 학교에 뿌리를 굳건히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 산업 발전시키기 위해 무조건 한국으로 데려가려고 하면 몇 년 못 가 뿌리가 다 말라버린다"며 "여기서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미국내 한인과학자들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려는 일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그것이 기초가 돼 한국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량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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