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산업화, 在美네트워킹서 길 찾다①]생태계 조성됐으나 인력·경험 턱없이 부족
국내 대기업·중견제약사, 재미과학자 스카웃 온 힘

[편집자 주]현재 국내 바이오분야의 기초연구는 세계적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연구 인력들이 대거 배출됐고, 대기업들도 최근들어 일제히 BT분야에 출사표를 던지며 BT산업화를 위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 분야는 기초에만 치우친 연구인력과 바이오 분야 산업화 경험이 없다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바이오 분야 재미과학자들과의 교류 강화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해답을 모색해 본다. 이번 'BT산업화, 在美네트워킹서 길 찾다' 시리즈는 7월 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RTP지역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의 '2011년도 재미 한인과학자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계기로 기획됐다.

올해 초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열렸던 신약개발 분야 특강 현장-. 70명의 정원은 진작 다 차고, 4일간 진행된 강의 내내 일찍 자리를 뜨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참석자들이 쉬는 시간이면 강사에게 몰려가 질문공세를 퍼붓는 통에 주최 측도 놀랐을 정도. 높은 교육열의 이유는 특강 강사. 초빙된 사람은 김용호 GSK(GlaxoSmithKline:글락소 스미스클라인) 임상약물동역학 분야 책임연구원(principal clinical pharmacokineticist). 세계적인 제약회사에서 신약의 임상개발을 진행한 경험 덕에 그는 미국 식약청에 근무하는 한인 직원과 더불어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사 중의 하나다.

김용호 책임연구원은 "한국에서 강의하는 내용들이 GSK의 엄청난 노하우가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신약개발 과정인데도 여기서는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그들이 오랫동안 고민한 문제에 대해 현장에서 바로 해답을 주면 다들 '어쩌면 그렇게 내가 꼭 알고 싶었던 부분을 설명해주느냐'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바이오 회사들이 신약개발에 대한 열정은 많지만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한국에서 초청이 올 때마다 되도록 귀국해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에서 바이오 산업화의 열기가 뜨겁다. 1990년대, 정부는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하나로 BT(Bio Technology)를 주목했고,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 등 중장기 R&D 프로젝트에 생명과학 분야 과제도 포함시키며 세계 수준의 기술과 인력, 인프라를 만들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대 들어서며 바이오 기업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최근 2~3년 사이 이들 중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눈길을 끌만한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2002년 설립된 셀트리온이 지난해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선 것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

여기에 정부가 2010년 의약품 리베이트(rebate) 근절을 위해 판매자와 의료인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하고, 동시에 R&D에 대한 조세감면을 실시하면서 중견제약회사들도 R&D의 필요성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에는 삼성·LG·한화 등 대기업들이 연이어 BT 분야에 출사표를 던지며 비로소 바이오 산업화를 위한 생태계가 조성됐다. 덕분에 주식시장에서 '바이오산업'은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며 연일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국내 바이오산업은 아주 초보적인 단계로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지적한다. 글로벌 신약 하나가 수조원에 이르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맞지만 거기에 이르기 위해선 평균 15년간 수천억원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만큼 대규모 장기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없다는 것.

특히 신약후보물질 개발 이후 임상실험과 제품화, 마케팅에 이르는 단계의 인력은 전무(全無)하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그들은 한국이 BT신약개발 분야 후발주자로서 선진국의 노하우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부분보다 신약개발 전과정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관심은 해외에서 관련 경험을 쌓은 바이오분야 인재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특히 재미과학자들에 대한 수요가 높다. 삼성에서 바이오의약분야 개발을 이끌고 있는 고한승 전무는 미국 바이오업체인 다이액스(Dyax)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고, 실무를 담당하는 민호성 전문연구원은 역시 미국 암젠(Amgen) 출신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2009년 신약개발팀에 노바티스(Novartis) 연구원이던 박영신 박사를 영입했다. 녹십자, 대웅제약, 중외제약, 유한양행 등도 미국 유수의 바이오기업에서 한인 출신 R&D 전문가를 연구소장으로 스카웃했다.

한국은 지금 국내 바이오계가 감당하지 못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갔던 인재들이 연어처럼 돌아와 성과를 낳기를 고대하고 있는 시점이다. ※ 미국 바이오의 분위기와 재미과학자들의 현황이, 2편 '연구인력 600→200명…미국 바이오계 칼바람'에서 이어질 예정입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