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포커스, 국내 독보적 효소 전문기업
"다양한 산업에 이용 가능한 효소 개발"

효소는 단백질로 물질의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각종 산업, 의약품, 연구 등 그 사용 범위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더군다나 화학산업의 발달과 함께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효소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9년 말 기준으로 4조 원 규모였던 세계 시장이 매년 8%씩 성장하면서 오는 2013년에는 7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시장은 1000억원 규모지만 95% 이상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로 창업 11년째를 맞는 '제노포커스(대표 김의중)'는 국내 유일의 효소 전문기업이다. 그런데 이 제노포커스가 요즘 싱글벙글이다. 효소에 대한 원천기술 개발이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 글로벌 제약회사로부터 효소를 납품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제노포커스로서는 대박을 맞은셈이다. 기존 대형 기업들이 독점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은 말할 것도 없고 틈새 시장조차 뚫기가 어려운 상황에 글로벌기업 쪽에서 먼저 러브콜을 해 왔으니 말이다. 제노포커스가 납품할 제품은 성인병 약품 제조 시 사용되는 바이오 촉매 효소다. 아직 초기 단계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세계유수의 효소 전문회사가 독점 공급하던 아성이었기에 이번 제노포커스의 다국적제약기업 진출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관련 기업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제노포커스가 국내 유일의 효소 생산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에는 아픔도 많았다고 한다. ◆위기 속에서도 효소개발에 주력 "가능성 봤다"

▲김의중 대표가 제노포커스의 주력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2000년 창업한 제노포커스의 출발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창업당시 2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1년 후에는 국내 대기업에서 투자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호사다마였을까.

"계약서 사인을 앞두고 모든 준비를 끝냈는데 그날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났어요. 투자하기로 했던 국내 대기업의 사무실이 그 근처였는데 피해가 막심했어요. 주식 시장이 휘청거리고 모든 게 무효가 됐습니다. 이로인해 회사내에서도 많은 인력이 해외기업과 대학으로 빠져 나갔습니다. 차마 잡을수가 없었죠."

뉴욕에서 일어난 911테러로 투자자들은 움츠러들었고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도 폭락했다. 경영상 어려움에 빠진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들이 당초의 연구분야 대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범용 기술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제노포커스는 기존 연구 분야를 고집했다. 김 대표는 "당시에는 기업 대표가 아니었지만 먹고 살기 위해 다른 걸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문을 닫겠다는 오기로 버텼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연구하고 싶은 걸 연구하겠다는 생각으로 벤처기업에 들어왔고 앞으로 효소의 사용이 점점 다양해지고 시장도 커질 것이란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사업 아이템을 바꿀수가 없었다.

사업 아이템을 바꾸는 대신 효소를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에 전력을 기울였다. 얼마간 시일이 지나면서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렇지 않아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화학산업이 환경 오염 등의 부작용을 같이 키우고 있었다.

기업들은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 압력을 의식해 화학 촉매대신 오염이 없는 바이오 촉매로 바꾸기 시작했다. 실제 미국과 독일의 글로벌 기업들이 효소 기업과 협약을 맺으며 윈윈을 위한 전략으로 경영 방침을 선회했다.

그러나 기회와 위기는 늘 얼굴을 맞대고 있는 법. 김 대표의 취임과 바이오 산업 붐으로 그야말로 탄탄대로에 올라섰다고 생각하던 순간에 예상치 못한 격변에 부딪쳐야 했다. 그리고 끝없는 나락이 이어졌다.

"2005년 3년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대표에 취임했습니다. 대표 취임 후 IR을 하고 투자회사와 M&A를 맺고 주식을 교환했습니다. 이젠 연구만 하면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2005년말 황우석 박사 사태로 바이오기업 투자사들이 줄줄이 폐업을 하거나 경영이 열악해졌다.

모든 바이오 기업들이 겪었듯이 제노포커스와 상대 투자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양사간의 협약은 해지됐고 제노포커스는 어쩔 수 없이 독자 노선을 걷게 된다.

◆다시 효소연구에 주력, 다국적제약기업의 제안

"경영상 어려움은 있었지만 직원들의 직접 투자로 회사를 온전히 찾았고,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를 다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후부터는 초지일관 효소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제노포커스는 제약분야 효소를 넘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섬유효소, 반도체 세정 후 친환경적 분해가 가능한 효소, 친환경 농법이 가능한 효소 등 다양한 효소를 개발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최근에는 바이오시밀러용 효소개발 주문이 많아지면서 생산기지로 이용하던 중국의 공장을 인수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고집스럽게 한 분야에 집중하면서 제노포커스는 바이오 효소 개발 기술에서 국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 동안의 고생을 보상이라도 하듯 어느 순간부터 제노포커스에 행운이 연달아 쏟아졌다. 국내 기업으로는 제안 조차 쉽지 않은 다국적제약기업에서 스스로 사업 제안을 해왔다.

"다국적제약기업에서 소요되는 효소는 전세계 효소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효소회사에 단독으로 납품해오고 있어 누구도 납품할 생각을 못했습니다. 약품 제조 시 촉매로 사용할 효소인데 제노포커스와 다국적제약기업은 현재 미국 본사에서 테스트를 마치고 생산전 계약만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이번 다국적제약기업의 요청으로 제노포커스는 월 10톤 정도의 효소를 생산하게 된다. 연간 매출액은 30억원 정도로 큰 금액은 아니지만 김 대표는 글로벌 무대에 본격 진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곰팡이에서 원하는 효소 맞춤형으로 얻을 수 있어
 

▲효소 개발을 위한 다양한 곰팡이균. ⓒ2011 HelloDD.com

효소는 바이오 산업의 부품과 같다. 단독으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지만 효소가 없으면 완제품을 만들수 없는 만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효소는 박테리아와 곰팡이에 균주를 주입해 발현해 냅니다. 일본은 박테리아를 이용하고, 덴마크 효소회사가 이 곰팡이를 이용하는데 그동안 특허가 걸려 아무도 할 수가 없었죠. 이젠 특허가 끝났지만 기술적으로 쉽지 않아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제노포커스는 진작에 곰팡이를 이용한 효소 개발에 성공했으나, 성능면에서 선진 기업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10년간 전문가와 협력하며 연구를 거듭했으나 매번 실패로 끝나고는 했다. 곰팡이 역시 살아있는 미생물로 그 안에 단백질을 주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지난해에 곰팡이 균주에서 카탈라아제(과산화수소분해효소), 아밀라아제(전분분해효소), 셀룰라아제(섬유분해효소) 등 산업용 생촉매제 효소 발굴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원하는 맞춤형 효소 공급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수입에 의존해 왔는데 대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방산분야 효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글로벌 시장 진출도 무난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세계 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개발한 효소로 토양 실험을 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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