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과학기술자들의 과학벨트 성공 고견 쏟아져
원정연구원, 과학벨트 발전방향 토론회 개최

"기초과학연구원장은 교과부장관 산하 기관장으로 법적으로 지시를 받게 돼있다.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입김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제가 돼야 한다."(이충희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기초과학연구원의 50개 연구단이 어떻게 구성되느냐가 과학벨트 성공의 핵심이다. 과학기술계 건의 과정이 필요하다. 과학계가 50개 연구단의 연구테마 우선 순위를 제안하는 작업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박원훈 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성공을 위한 원로 과학기술자들의 고언이다. 원정(元正)연구원은 13일 오전 10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벨트사업 발전방향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제4차 원정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전직 과학기술부 장관을 비롯해 전 정부출연연구기관장, 대학 원로 이공계 교수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원로 과학기술자들이 모여 과학벨트 발전을 위한 심도있는 토론을 펼쳤다.

과학벨트 사업 기획을 주도하고 있는 손병호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본부장도 참석해 원로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채영복 전 장관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채영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상지학원 이사장)은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과학벨트에 설립될 기초과학연구원이 앞으로 어떤 연구영역을 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채 전 장관은 "기초과학은 대학이 주도하고 있고, 원천기술 개발은 정부출연연구소의 지향점"이라며 "대학과 기업, 출연연 3대 주체들의 연구영역 좌표가 있는데 기초과학연구원이 어떻게 차별화할 것이고, 역할분담할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전 장관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처음부터 대학이 할 수 없는 대규모 기초과학 연구를 지향하고 있다"며 "우리도 차별화하지 않는다면 대학이나 출연연의 연구활동과 충돌 가능성이 있다. 사전에 조정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채 전 장관은 과학벨트 사업의 부메랑 효과를 우려했다. 과학기술계가 과학비즈니스벨트 이야기를 하면서 기초가 산업화된다고 떠들었는데 사실 기초연구는 성과가 나오기까지 몇십년이 걸리는데 그 이상을 기대케 하면 과학기술계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위해 채 전 장관은 "연구자가 진정한 원천 기초연구를 하면 10년, 20년 걸려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는데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제완 이사장은 중이온 가속기로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테마를
제시했다.
ⓒ2011 HelloDD.com

김제완 한국과학문화진흥회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은 'WWW.SCIENCE BELT'라는 주제발표에서 중이온가속기로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지에 관해 다양한 연구테마를 제시했다.

김 이사장은 "일단 과학벨트가 성공하려면 6000억 원짜리 중이온가속기 장치가 잘 돌아가야 한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원소들 이외에 중이온가속기 연구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중성자 연구를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하나의 실험을 하는데 3000명이 함께 실험하는 CERN처럼 대규모 기초연구는 못한다"고 단정지으며 세계에서 못하는 연구, 우리 중이온가속기에서만 할 수 있는 기초연구 사례에 초점을 둬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1604년 선조 시절 문서에 나오는 초신성 폭발 기록에 대한 모체 분석연구 ▲1초 동안 아마존강 물 전체를 뿜어내는 우주의 별 연구 ▲지구의 판구조 자체에 대한 연구 ▲지하세계 어두운 박테리아 생물연구 등을 예시로 들며 어떤 형태로든 관련 연구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새로 선임될 기초과학연구원장은 꿈과 실천력, 그리고 자기에 대한 비평 요건을 갖췄으면 한다"며 "기초과학연 연구원들은 모일때마다 과학 이야기를 하고, 과학에 몰두하는 연구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인 소망을 내비쳤다.

◆ 다음은 주요 원로 과학자들의 토론 요지
 

▲열띤 토론의 장. ⓒ2011 HelloDD.com

- 이충희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막스플랑크나 카벤디시 연구소는 기초순수과학 연구그룹이 형성돼 거기서 원천기술, 응용연구가 나와 산업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순서가 바뀐 구조다. 60년 동안 압축성장을 통해 세계 5위권 무역국이라는데 노벨과학상같은 창의력 발휘 분야에서는 아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부는 창의력을 구현하기 위해 기초과학연구원을 발족한다는 것이기에 기초과학연구원이 정말 기초과학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목적 지향적이어선 안 된다. A라는 과학자가 자기 아이디어를 제안해 10년이고 20년이고 연구해서 결과를 내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조급증을 갖고 연구소 만들고 목적 개발 연구로 몰아붙이면 실패작이 될 것이다. 요즘 젊은층 포스닥 출신 인재들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연구풍토 마련을 기초연이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막스플랑크와 마찬가지로 기관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지만 원장 선임할 때 정부 입김 들어가지 않고 위원회에 전적 위임해야 한다. 지금은 교과부장관 산하로 법적 지시를 받게 돼있다. 바람직하지 않다. 기초연은 기초연대로 정부 입김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제가 돼야 한다."

- 김충섭 전 한국화학연구원장 "조직 지배구조가 어떻게 되느냐 관건이다. 과거 출연연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방향이 달라지고 결국 조직의 본질적 연구에 대한 목적이 퇴색되고 말았다. 기초연은 결국 장기적 차원으로 연구해야 하는데 정부의 간섭이 많으면 안된다. 법으로 기초연 자체의 자율성을 확보할 방법이 있다. 자율성을 법으로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이헌규 전 국립중앙과학관장 "당장 내년 4000억 원의 예산을 쓰는데 급급할까 우려된다. 과학기술계 의견수렴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렴되려면 과학계 원론적 이야기 떠나서 실질적 예산 투자 그림이 재깍 나와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미 형성된 과학자 그룹에게 돈이 흘러가는 식으로 연구 방향이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

- 강박광 전 한국화학연구소장 "간판이 중요하다. 관료사회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아이디어에 근거한건지, 정치적 산물인지, 아니면 정말 과학자가 모여 확고한 철학과 비전에 근거한 간판인지 모르겠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과학자들이 모여 중지를 모아 확고한 철학과 비전 담긴 간판의 틀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업의 접근방식이 과거 접근방식 가지고 통하지 않는다.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창의라는게 사람이 먼저고 그 다음 장비다. 지금 접근방식은 장비가 먼저 나중에 사람인 것 같다. 운영철학은 창의를 위한 로지스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실패를 보장하는 시스템, 예산권, 인사권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리기 전에 사업 시작은 무리다. 국가 차원의 목표와 정합성이 중요하다. 15년간 국민소득 2만불 국가에 묶여있는 상황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과학벨트여야 한다. 국가 목표와 정합성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

- 김창우 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 소장 "중이온가속기 짓고나서 운영에 대해 생각해야한다. 장치 운영하려면 경상유지 보수비 엄청나게 들어갈 것이다. 연구비와 운영비 수요 예상해서 대응해야 한다. 또한 중이온가속기도 우리 돈으로만 지으려 하지 말고 국제과학벨트에 맞게 국제 돈 끌어들여 짓는 방법도 있다."

- 이정순 전 한국기초과학연구원장 "기초연 원장 임명하고 나면 그사람만큼 절실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원에 목숨 다하겠다는 열정이 중요하다. 안그러면 산으로 가는 기관이 될 수 있다. 연구원 목적도 정확히 해야 한다. 한국에서 하나라도 똑바로 해야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기초연 원장을 임명하고 예산을 출연할 때 그 해에 다 쓰라 하지 말고, 몇 년 나눠 쓰도록 해야 문제가 발생 안한다. 본원 몸통이 커야 사이트랩도 커질 수 있다. 팔 다리부터 커지면 어려움 겪을 것이다."

- 박원훈 전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기초연을 앞으로 어떻게 할거냐가 가장 중요한 키다. 50개 연구단을 이미 발표했는데 50개 연구단 테마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건의 과정이 필요하다. 과학기술계의 의견도출 과정이 없으면 기초연 소기의 목적 달성은 어렵다. 50개는 연차적으로 토픽을 정하고 빌딩 작업이 시급히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기초연 원장이 와도 결국 밀려가는 양상이 될 것이다. 과학계가 50개 연구단 테마에 대해 우선순위를 제안하고 확정하는 작업을 빨리 진행시켜야 할 것이다."

- 정성철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과학벨트가 나중에 10년, 20년 지나고 난 다음 대덕단지와 뭐가 다르냐고 묻고 싶다. 그런 이야기 나올 수 있다. 아이디어가 거의 비슷하다. 인위적으로 과학 비즈니스 연계 맞지 않다. 선진국은 진화 프로세스 거쳐 형성된 것이지 원래 의도했던것처럼 과학과 비즈니스 연계의 경우 내가 알기론 없다. 국민들한테 조금 더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 계속 이런식으로 나가면 실패 확률 높다. 일 추진 과정에서 과학계 만이라도 솔직하게 이야기 해야 한다."

- 이희일 한국해양연구원 박사 "우리는 그동안 뼈대 만들고 콘텐츠를 넣는 방식을 택해 왔다. 장단점이 있지만 이제는 과학벨트 50개 연구단 형성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담을 것인지 과학기술인들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

- 김대황 전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한가지 부족한게 있다면 기초과학도 좋지만 궁극적으로 산업과 연계돼야 한다. 과학벨트 지구 인근에 산업계가 들어올 수 있게 하면 좋겠다."

- 황경현 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과학벨트 때문에 기존 연구소에 영향이 있다.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건. 20% 연구비 삭감이다. 모든 과제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10% 예산 삭감 당하고 있다. 기존 연구개발을 잘해야 한다. 자칫하면 출연연 사업도 같이 안될 수 있다. 50개 연구단 구성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해야될 연구를 연구인력이 없어 못하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걱정을 많이 한다."

- 이규호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위원 "과학계 전체에서 보면 과학벨트는 새로운 투자라는 측면에서 동의한다. 기초연을 어떻게 포지셔닝하는게 상당히 중요하다. 출연연이 더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 기초연이 롤모델이 되어 기초역량이 강화돼 출연연의 부족한 점 보완해주면 좋겠다. 기초연이 출연연의 롤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정광화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 "출연연에 있으면서 과제 수행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과장이 바뀌고 사무관 바뀌면 바뀔 때마다 설명을 하고 그런 것들이다. 정권이 바뀌면 출연연 연구원의 변화는 엄청난 것이다. 거기 맞추느라 정신없다. 중요한 것은 30~40년 우리가 쌓아온 과학의 맥을 어떻게 이어갈까의 고민이 필요하다. 기초연에 희망을 갖는다. 연구 기반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되어야 한다."

- 조성제 전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장 "기초과학자와 정치가 논의가 과학벨트를 탄생시킨 것이다. 외부에서는 과학계 의견처럼 안다. 그래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이온 가속기 건설 등 기술적 문제부터 시작해서 비관적이다.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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