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며 나누는 과학도의 열정·미래 '2011 Summer Brain Storm'
7일부터 사흘간 강원도 오대산 호렙동산서 단합·소통의 장 펼쳐

 

지난 7일 강원도 오대산 부근 호렙동산. 보슬비가 내리는 운동장에서 축구 경기가 한창이다. 파란색과 주황색 팀으로 나뉜 두 그룹은 서로 엉키고 설켜 상대의 골문을 향해 치닫기에 열심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실수 연발이지만 열기만은 프로선수들 못지않다. 운동장 또 한켠에서는 족구와 응원의 열기도 뜨겁다. 이들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과 함께 웃음이 가득하다. 열띤 경기가 끝나자 서로를 포옹하며 격려해 준다.

대한환경위해성·보건학회와 대한독성유전·단백체학회 임원들은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여름이면 1박2일간 'Summer Brain Storm'이란 명칭의 특별한 학회모임을 열어왔다.

회원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이나 연구소의 제자들과 동행해 '젊은 후학들의 열정과 미래'라는 주제로 다양한 스포츠 행사, 논문발표와 토론, 저명인사 초청강연 등을 열어 '만남과 소통', '친목과 화합'의 장을 펼쳤다.

두 학회는 그동안 '1박2일이 짧고 아쉬웠다'는 제안을 반영해 올해는 2박3일로 늘려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첫날, 약 80여 명의 참가자들은 먼저 축구, 족구, 발야구, 피구 등 스포츠를 통해 친목의 물꼬를 텄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는 강원도 산자락은 운동하기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줬다. 열띤 응원과 화합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운도 따라준다. 경기가 끝나자 약속이라도 한 듯 빗줄기가 굵어졌다.

참가자들은 간단히 땀을 닦고 서둘러 근처의 강당으로 모여들었다. 이종은 DNA Link 대표가 환경보건과 독성분야에 새롭게 대두되는 'Overview of Next Generation Sequencing(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에 대해 강연을 했다.

운동할 때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분위기가 흘렀다. 강사의 주제발표가 있고 난 후에도 참가자들은 질의응답을 주고 받으며 의견을 나눴다. 'Summer Brain Storm'에는 다른 학회모임과 달리 학부생들의 연구주제에 대한 논문발표 기회가 주어졌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들의 발표는 물론 학부생들에게까지도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준 것이다. 총 13명의 학생들이 그동안 땀 흘려 연구한 주제를 여러 전문분야의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발표가 끝나면 주제와 연구, 실험에 대해 이견이나 조언, 질문들이 쏟아졌다. 교수들은 '다른 방향으로 실험을 진행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실험에서 사용한 기법은 신빙성이 있는가?' 등 조언과 충고를 하며 학생들과 열띤 학습 교감을 나눴다.

발표와 토론과 함께 참가자들은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자신의 연구 분야와 비전 등을 소개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행사 이튿날 마련된 사회 저명인사 초청 강연은 참가자들로부터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김동철 동아일보 국장, 나성숙 북촌아트센터 이사장, 김시현 변호사가 여러 과학도들의 꿈과 열정을 함께 하며 삶의 의미와 철학에 대해 귀뜸해 줬다.
 

▲행사에 초빙된 인사들이 강연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은 대표, 김동철 국장,
김시현 변호사, 나성숙 이사장.
ⓒ2011 HelloDD.com

김동철 국장은 "사진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매체"라면서 냉철한 이성적 연구과정에 빠져 있기 십상인 과학도들에게 사진을 소중한 감성친구로서 받아들여 위로받기를 권했다.

김시현 변호사는 "자연법칙은 인간이 알든 모르든지 간에 벌어지고 흘러간다"며 "과학도들이 그 예측 불가능한 자연의 질서를 밝혀 법처럼 예측 가능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시종일관 환한 웃음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북어국은 나의 눈물', '옻칠은 나의 꿈'이라는 첫마디로 시작한 나성숙 이사장은 자신의 곡절 많았던 삶을 소개하면서 '樂중의 최고의 樂은 苦樂'이라고 말했다.

"슬픔 속에 기쁨이 반드시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며 과학도들에게 삶의 철학을 선사했다. 이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전통한옥과 옻'을 소개하며 "전통문화는 수입되지 않는다, 한옥이야 말로 진정한 디자인의 모듈논리가 담겨있다"고 우리 전통문화의 가치를 역설했다.

참가자들은 하루 일과를 끝내고 통돼지 바베큐를 함께 먹으며 마음과 마음을 활짝 열고 소통했다. 회식이 끝난 후에는 장기자랑과 짝 프로그램을 통해 웃고 즐겼다. 교수들도 학생들과 격식을 허물고 노래와 춤으로 함께 했다.

애인이 없는 총각 처녀들을 위해 만든 '짝 프로그램'에서 4쌍의 과학도들은 평소 쌓아온 끼를 좋아하는 이성에게 남김없이 보여주며 서로를 어필했다. 행사 내내 숨겨온 춤 실력과 노래실력이 한데 어우러져 행사장은 폭소와 갈채가 끊이질 않았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숙소로 돌아간 이후에도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학생들은 방을 돌아다니며 다른 학교와 연구소에서 온 학생들과 게임도 하고 대화하며 서로의 친분을 더욱 다졌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사장 문길주) 류재천 박사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송미 씨는 "평소 학생들과 교수들간에 실험실 내부에서 연구와 실험 이외의 내용은 말할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이런 행사를 통해 교수님들과 좀 더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면서 "특히 다른 학교 연구실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 소통하고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성수 경원대 교수 연구실에서 학문을 닦고 있는 심규환 학부생은 "올해 처음 참가한 행사인데 이런 학회모임은 처음이다"라며 "평소 연구실에서 벗어나기 힘든 일상이라 이런 모임이 너무도 소중하고 반갑다. 학부생에게 주어지기 힘든 논문발표의 기회도 마련해줘 고맙고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부생으로서 논문 발표를 해 많은 칭찬을 받았다. 한태준 인천대학교 교수 연구실의 박아름 씨도 "지난 해에 비해 체육활동시간이 많이 편성돼 즐거웠다"며 "토의와 발표뿐인 다른 학회모임처럼 딱딱하지 않고 교수와 학생이 한데 모여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기계발과 함께 역량을 높일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이행석 신재생에너지 대표는 "이번 행사는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방 배정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썼다"며 "다른 학회와는 다른 차별성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그 동안 후학도들에게 논문발표와 정보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교수들에게도 평소 몰랐던 상대의 연구주제와 결과를 공유해 자신의 영역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학회모임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평했다.

류재천 학회장은 "학회모임은 기존의 특정학과나 특정학맥위주의 연고주의를 배제해 다양한 융합과 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함"이라며 "특히 앞으로 더욱 더 후학도들을 위한 연구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연구자들이 신나고 즐거운 모임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학회는 여러분 모두를 위한 것이며 겸손과 품위, 교양과 질서가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학회가 먼저 나서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환경위해성·보건학회와 대한독성유전·단백체학회는 환경보건과 관련된 보건학, 환경공학, 의학, 약학, 독성학 등의 첨단 이론 및 기술을 환경 보건에 응용하는 학회다.

이 두 학회는 그 동안 환경 보건 등에 관한 학술적 기여는 물론 정부관련부처, 시민사회단체 및 산업계와의 연관성을 더욱 더 고취시키고 나아가 국민건강과 well-being, safe-being 등 환경생태계의 질과 양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을 같이해왔다.

▲교수들과 학생들은 농구, 승부차기, 축구, 피구 등 다양한 스포츠행사로 친목을 다졌다. ⓒ2011 HelloDD.com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논문을 준비해 발표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짝프로그램과 장기자랑 모습. ⓒ2011 HelloDD.com

▲통돼지 바베큐를 함께 하며 참가자들은 우정을 쌓았다. ⓒ2011 HelloDD.com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