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하계 국방과학기술 컨퍼런스

먼지가 담긴 작은 병을 흡입구 가까이 대자 먼지들이 빨려들어간다. 동시에 감시기의 영상에서 노란 막대그래프가 크게 솟구친다. 다시 효모가 담긴 병을 대자 이번엔 붉은색 그래프가 갑자기 상승한다. 바로 그 순간 옆의 경보기에서 경보음이 울린다.

최기봉 ADD(국방과학연구소·소장 백홍렬) 제5기술연구본부 4부 책임연구원이 선보인 생물학 무기 탐지 시스템이다. 그는 시연중에도 자신이 개발한 생물독소감시기의 원리와 운용 방식에 대해 설명하기에 바쁘다.

기기는 공기를 흡입해 바이러스와 세균을 감지, 위치와 양, 방향 등을 바로 파악해 경보를 울리는 방식이다. 적의 화생방이나 생물학전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일 이 장비는 이미 G20행사 때 우수성을 인정받아 내년 G50회의(핵안보정상회의) 때도 한몫 단단히 하게 됐다.
 

▲생물독소감시기 실험장면. ⓒ2011 HelloDD.com

ADD와 육군교육사령부, 방위사업청, 대전시가 공동 주최하는 '2011 하계 국방과학기술 컨퍼런스'가 5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이 행사의 주요 파트인 '첨단국방산업전'이 1층 로비와 전시관에서 100여 방산업체와 기업들이 참여한 가운데 8일까지 부스를 개방한다.

전시 내내 전시관 한 켠에 자리잡은 ADD와, 한화, 풍산, 광명전기 등의 부스는 인파들로 붐볐다. 컨벤션센터 1층 전시장에 가득 들어선 다른 방산업체들도 고객들에게 홍보제품과 주력기술을 앞다퉈 소개했다.
 

▲일체형 천막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2011 HelloDD.com

"저희 기술의 핵심은 프레임(뼈대)과 외부 천막이 일체화됐다는 것입니다. 접고 펴기가 용이하고 휴대도 (중형)승용차 짐칸이면 충분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시범을 보이겠다면서 직원 2명이 텐트를 가볍게 들더니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뚝딱 설치한다.

대도솔라텍의 차세대 이동식 군기지 시스템 모델명 DD4732의 유연성과 압축성, 기동성에 지켜보던 관객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일일히 말뚝을 박고 텐트를 고정시키던 기존 조립식 텐트의 번거로움을 없앴다.
 

▲모듈형 전투복을 개발한 김현준 ADD 연구원 ⓒ2011 HelloDD.com

'K-11복합형 소총'과 '모듈형 전투복'을 개발한 김현준 ADD 5본부 3부 소속 연구원은 "그 동안 미군도 포기했던 공중 산탄 기술을 포기하지 않고 연구에 매진해 공중 산탄하는 K-11소총 양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K-11복합형소총의 모습. 발사 이후 적지에서 탄이 분산 폭발한다. ⓒ2011 HelloDD.com

김 연구원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 총의 성능을 인정한 미군이 구입의사를 밝혔고 영국 등 기타 다른 나라들이 많은 관심과 구매의사를 보이고 있다"며 "단순히 총 한 정이라지만 총에 들어가는 실탄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총들의 실질적 수출 효과는 T-50전투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자신이 개발한 모듈형 전투복과 미래형 전투복을 안내하면서 "전투병이라 하더라도 맡은 임무에 따라 전투복도 달라져야 보다 효율적인 전술이 가능하다"며 "미래형 전투복으로서 화생방 킷과 무전기, 기타 탄창 등을 옷에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으며 방탄은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바로 옆에서는 K-21장갑차에 탑재하거나 직접 휴대할 수 있는 보병용 중거리유도무기를 김석우 ADD 연구원이 안내했다. 이 무기의 핵심은 적외선 탐지기능의 유도탄이 발사된 후 스스로 움직이는 항법 시스템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양산돼 사용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진행 중이다.
 

▲2.6mm 초슬림 영상 화상 시스템(PDP). ⓒ2011 HelloDD.com

이외에도 세원 에스아이의 전화와 영상이 동시에 송수신 가능한 100메가급 무선 시스템, KTX나 무기, 기계부품 등의 고장을 예측하고 문제를 발견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모아 소프트의 Relex 시스템이 눈길을 끌었다.

(주)우리별은 2.6mm의 얇은 기술의 영상 화상 시스템(PDP)을 국내에서 첫선을 보였고 대산플랜트의 방탄의류는 직접 시범을 보이는 동영상을 공개해 관객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받았다. 최근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비철금속 전문업체 '풍산'도 155mm곡사포용 항력감소 고폭탄, 30mm함포용 골키퍼 미사일 관통탄 등 다양한 탄약과 기술을 소개했다.
 

▲인덕션 밥솥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2011 HelloDD.com

국방기술과 무기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획기적인 아이템으로서 각광받을 기술도 전시됐다. 코쿤 코리아의 전기 인덕션 밥솥과 조리기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유도 전열을 이용해 밥솥을 가열하는 원리이다. 직접 가스나 전기로 가열하는 방식보다 효율성과 경제성에서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한다.
 

▲태양광 모자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2011 HelloDD.com

가볍고 신축성이 뛰어난 태양광 발전·축전 장치도 소개됐다. 광명전기가 내놓은 두루말이 형식의 초박막 고효율 태양광 충전기이다. 낮에 햇빛에 펼쳐놓기만 하면 스스로 충전된다. 낯에 충전돼 밤에 빛을 내는 모자와 태양광 텐트, 차량용 판넬 등 다양한 제품을 시연했다.

PSKEY시스템즈의 박광호 선임연구원은 "이날 행사에서 위성통신과 관련있는 업체와 그 기술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기술적인 면에서 앞서가는 기업이 많다"고 소감을 밝혔다.

육군 종합군수학교의 김 모 중사는 "기존에 군수분야 원천기술은 수입에 많이 의존했지만 컨퍼런스에 와보니 무척 앞선 기술들이 많이 전시돼 있어 군인으로서도 매우 반갑고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K 방산업체 관계자는 "신규 업체가 기존 방산업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아무리 신기술을 개발해 제품을 선보여도 국내 시장에서 외면받으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고 상대국과 독점계약이라도 체결한다면 차후 정부가 로열티를 지불하고 역수입해야 하는 결과도 발생할 수 있다"고 군수시장의 특성을 설명했다.

따라서 "신제품의 인증테스트 역시 업체들에게 문턱을 좀 더 낮춰, 우리 기업들이 새로 개발된 기술 시연과 검증 절차를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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