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I 핵융합이론센터장의 행보 주목…21세기형 장인 연구정신 시현
'주 70시간 연구해야' 지론…아이디어 생기면 모든 것 제쳐놓고 몰입

'괴팍한 성격의 독재 스타일, 그리고 진정한 연구광' 세계 핵융합 연구의 거장 패트릭 다이아몬드(Patrick H. Diamond·56) 박사가 과학기술계의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이경수 소장과의 친분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고 지난 2009년 말부터 핵융합연 WCI(World class Institute) 핵융합이론센터장으로 부임한 다이아몬드 박사는 연구현장에서 21세기형 장인연구 정신을 실현하는 '카리스마 과학기술자'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물리학과 특훈 교수로 SCI급 저널 330여편, 물리학 분야 세계적 저널 PRL(Physical Review Letters)에 약 40여편의 논문을 게재한 핵융합 이론분야의 석학이다.

1년 반 남짓 핵융합연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왕성한 연구활동을 펼쳐 연구현장의 이목이 다이아몬드 박사의 독특한 리더십에 쏠리고 있다. 까탈스럽고 거칠며 독단적인 성격에도 다이아몬드 박사가 핵융합 젊은 과학기술자들의 추대를 받는 것은 독특한 연구 지론 덕분이다.

그가 센터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연구원들에게 처음 내뱉은 말부터 심상치 않다. '적어도 주당 70시간은 연구해야 과학기술자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그는 본인 스스로 연구 이외의 삶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출근하자마자 책상에 앉아 연구에 몰입한다. 점심시간도 아까울 정도다. 보통 12시 점심식사 시간이 되면 식당에서 밥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지만, 다이아몬드 박사는 샌드위치로 떼우면서 계속 연구에 열중한다.

'주 70시간 연구 지론'의 카리스마가 그대로 읽히는 대목이다. 연구활동 외의 일과는 대부분 의미없는 시간으로 치부된다. 행사나 언론 인터뷰 등 외부 일정은 절대 사절이다. 한 번은 행정업무로 센터 내 연구원이 서류를 들고 검토 요청을 했더니 '나한테 왜 이런 일을 시키느냐. 난 연구하기 바쁘다. 연구만 하겠다'고 호통을 친 적이 있다.

그 뒤로 행정은 센터 내 직원들이 알아서 처리한단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연구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만사를 제쳐놓는다. 오로지 연구논문을 쓰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연구가 모든 활동의 우선이다. 일례로 '최초의 야유회 당일 취소사태' 이야기는 이미 연구소에서 유명한 일화가 됐다.

센터 연구원들끼리 친목 도모를 위해 처음으로 야유회를 가던 도중 다이아몬드 박사로부터 당장 돌아오라는 불호령이 떨어진 적이 있다. 다이아몬드 박사가 야유회 가기 전 날 논문 아이디어가 떠올라 핵심 연구원에게 이메일을 보내놨는데 야유회를 떠나 노발대발한 것이다.

결국 연구원들은 야유회를 가다 말고 돌아와 다이아몬드 박사의 명령을 받고 역할분담을 통해 하루만에 논문 한편을 뚝딱 완성해 냈다. 다이아몬드 박사가 한국의 핵융합연에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핵융합 천하를 리드하겠다는 야심을 속속 드러내면서 연구자들의 긴장감이 강하다.

그의 연구 열정에 센터 15명의 연구원들도 매일 연구 강행군이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고, 그리고 지금도 여전하지만 열심히 연구하면 실적이 그만큼 나온다는 현실을 체험하고 있기에 묵묵히 연구활동에 임한다. 실제 연구실적이 뚜렷하게 나오고 있다.

SCI급 논문을 이미 20편 써냈고, 올해 24편 게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학술발표실적도 45건에 이른다. 앞으로 세계적 수준의 코드 개발(3개)과 SCI 논문 약 70여편을 게재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개소한 국가핵융합연구소 WCI 핵융합이론센터. ⓒ2011 HelloDD.com
WCI 핵융합이론센터는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핵융합 플라즈마 난류·이상 수송현상 규명'을 목표로 연구 중이다. 이미 플라즈마 유동의 자발적 생성 원인을 처음으로 입증해 냈으며, 플라즈마 난류수송의 비국소적 수송 특성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세계적 수준의 난류수송 시뮬레이션 코드도 개발해 냈다. 최근에는 난류수송 현상의 대용량 시뮬레이션 연구를 위해 필수적인 슈퍼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이아몬드 박사의 연구리더십 덕분에 센터도 세계적으로 통한다. 이미 국내·외 우수 핵융합 장치 그룹과 공동연구체계가 구축돼 있다. 중국 SWIP 연구소(HL-2A 장치팀)와 미국 MIT대학(Alcator-C 장치팀) 등과의 국제공동 실험연구도 진행중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 핵융합 선진국들의 우수 연구자들도 핵융합연 다이아몬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주변 지인들은 매일 어김없이 편한 면바지에 파란색 와이셔츠 차림의 다이아몬드 박사를 향해 '연구에 정말 미친 사람'이라는 표현밖에는 쓰질 않는다. 그중 일부는 그가 노벨과학상을 충분히 탈법한 인물인데 핵융합이라는 조그만 분야라서 주목을 못받는다고 아쉬워 한다.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원 수학 시절부터 다이아몬드 박사와 알고지낸지 30년 가까이 된 이경수 소장은 "다이아몬드 박사 마음에 있는 열정의 불의 크기가 태양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 소장은 "화날 때 책상 앞에 있는 노트도 심심찮게 던져버리고, 엉뚱한 소리 싫어하고, 성질이 보통을 넘어 악동 소리를 듣지만 아침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꼬박 연구와 공부만 하는 생활의 내공이 30년 쌓인 세계적인 인물"이라며 "다이아몬드 박사가 일을 하는 총량을 보면 존경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열심히 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다이아몬드 박사를 한국으로 영입하면서 약속한게 한가지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젊은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24시간 연구하고 세계 최고로 대접받는 핵융합 연구자들을 키워보자는 약속이다. 그래서 이 소장은 연구센터 경영의 전권을 다이아몬드 박사에게 부여하기도 했다. 이 소장은 "다이아몬드 박사를 통해 한국 과학기술인들이 나이가 들든 말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학습하는데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배워야 한다"며 "그러한 문화가 가급적 빨리 많이 전파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지난 27일 다이아몬드 박사는 매년 플라즈마 물리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달성한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유럽물리학회 알벤상을 받았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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